꽃길 걷던 영화계, 코로나19에 '휘청'…해외 체인 영업 중단·철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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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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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관 실적 '바닥'…최악의 영업손실 기록하며 사업 전반에 직격탄

  • 거리 두기 완화·배급사 지원 등으로 '숨통'…올해 운영 '활기' 기대도

코로나19로 위기 맞은 국내 극장사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2019년, 국내 영화계는 1000만 관객 영화를 대거 쏟아냈다.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해였다. 그렇게 꽃길만 사뿐사뿐 걸을 줄 알았는데, 2020년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 변수에 영화계는 철저히 짓밟혔다.

1년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19 여파에 영화계가 휘청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격상하며 5인 이상 집합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은 오후 9시 이후 운영 제한 조치까지 발표되며 일일 관객 수는 1만명대까지 뚝 떨어졌다.

업계 입장에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유례없는 바이러스 확산세에 영화 배급사들은 신작을 개봉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영화관은 '신작 가뭄'과 '관객 부재'로 역대급 보릿고개를 겪었다.

영화관들은 생존을 위해 일부 영업점을 닫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급기야는 해외 사업장을 철수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물론 아직 희망은 있다. 최근 거리두기 완화에 관객 수가 회복되고 있는 점, 해외 일부 사업장 박스오피스가 호황인 점,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보급 소식이 잇따르는 점, 그리고 신작 가뭄에 목마른 국내 대표 영화관들이 배급사를 위해 내놓은 '지원 프로그램' 등은 업계가 오늘과 내일을 버텨낼 힘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잘나가던 영화관, 코로나에 '휘청'

CJ CGV는 2020년 연결 기준 매출 5834억원, 영업손실 392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70% 급감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극장 관객 감소에도 임차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은 그대로여서 어려움이 가중된 것.

롯데시네마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고 매출 감소와 임차료·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 증가, 판관비 절감 한계로 인해 매월 약 150억원 규모에 달하는 영업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내는 직영 기준으로 작년에 황학과 청주·검단 3곳을, 올해 1월에는 파주아울렛관 영업을 종료했고, 계속해서 영화관 영업 종료, 계약변경 또는 제휴관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극장 체인들도 휘청이는 건 마찬가지. '업계 1위'인 CJ CGV마저 고난에 빠졌다. 해외 법인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극장을 찾는 관객이 크게 감소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1년 내내 지속했다.

현재 CJ CGV는 7개국에서 594개 극장, 4271개 스크린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모든 진출 국가에서 코로나19 충격을 피하지 못했고,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에서는 사회 전반의 강력한 통제 정책에 따라 극장 운영이 장기간 중단됐다 재개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매출 1193억원, 영업손실 812억원을 기록했고, 베트남은 매출 721억원과 영업손실 161억원을 안았다.

또 CJ CGV는 인도네시아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나라의 극장 영업을 중단했고, 러시아 영화관 사업은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순차적으로 극장을 열어 2020년까지 33개 극장, 160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럽에 진출하려던 계획이 코로나19로 날개가 꺾인 것이다.

2017년 러시아 부동산 개발업체인 ADG그룹과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체결해 2019년 해외 극장 체인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에 진출, 러시아 모스크바에 2개 극장을 오픈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2년여 만에 철수하게 됐다.

CJ CGV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윈윈' 차원에서 러시아 극장 사업을 위한 현지 파트너였던 ADG 측과 합의, 관련 사업을 넘겨주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부채 비율을 줄이고 투자를 최소화하고 있다. 생존이 더 먼저이지 않겠나.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해외 사업 방향에 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베트남 등 해외 45개 체인을 보유한 롯데시네마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롯데시네마는 현재 인도네시아 1개관 5개 스크린, 중국 11개관 78개 스크린, 베트남 27개관 210개 스크린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에 중국과 인도네시아 영화관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영화관 규모도 축소해 나갈 예정이다.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은 있다

코로나19로 영화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극장 3사는 '개봉 촉진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어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는다면 지난해 개봉을 연기했던 '영웅',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등 국내작 외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개봉하며 업계 사정이 나아지리라 전망하고 있는 것.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2월 개봉작들에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영화 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배급사들이 개봉을 늦추고 '신작 가뭄'으로 이어지자, 배급사들이 신작 개봉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극장 3사는 추가 지원금에 대해 "배급사는 개봉 작품의 손익분기점을 낮추고, 관객 스코어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원금은 관객 1인당 최대 1000원 수준. 각 극장 직영점은 관객 1인당 1000원, 위탁점은 500원 개봉 지원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 영화와 외화 구분 없이 영화별로 개봉 이후 최대 2주간 영화 관객 수에 따른 부금에 추가 지원금을 정산해 지급하기로 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 3차 추가 지원금'을 두고 "배급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요소를 따져 우리 영화도 2월에 개봉하게 됐다. 꼭 추가 지원금 때문은 아니었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개봉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이 영화 개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1인당 최대 1000원 수준을 지원 받지 않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니 추가 지원금으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2월 중반에 이르기까지 관객 수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아직 기대하는 만큼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앞으로 개봉할 작품들에는 조금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거리두기 완화로 영화 산업이 좋아질거라 기대하는 극장사들. [연합뉴스]
 

지난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 단계 완화돼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운영 제한 조치가 풀리고, 상영관 내 좌석을 70%까지 사용할 수 있어 향후 영화계 사정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띄어 앉기, 영업시간 제한 완화로 인해 더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상황을 조금 지켜봐야겠지만 더 많은 작품이 선보이고 영화를 보러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는 선순환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도 "남은 2월에 보다 많은 관객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도 풀렸고 좌석 간 거리두기도 완화됐으니, 관객들도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심리적 부담이 덜어졌을 것"이라며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영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 극장이 자기 살을 도려내 희생하지 않았겠나. 모든 걸 내려놓고 영화 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한다"며 "3월 '자산어보'가 개봉한다. 극장 입장에서도 기대가 크다. '소울'도 지난 1월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60만명을 돌파하지 않았나. 배급사 측도 콘텐츠 힘을 믿고, 기대작들이 용기를 내주었으면 한다"며 더 많은 콘텐츠가 극장 개봉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올해 극장사들의 글로벌 사업 실적과 전망도 다행히 긍정적이다.

CJ CGV 중국 체인은 지난해 1월 영업을 중단했다가 7월에 영업을 재개했는데, 지난해 4분기 관객이 전년 동기 대비 80% 가까이 회복되면서 5억원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역시 지난해 4분기 전년 대비 50% 수준까지 매출을 끌어올렸다.

CJ CGV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큰 지역은 영업 재개를 못 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으면 관객들은 영화관을 찾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완다픽처스가 제작한 '디텍티브 차이나타운 3'(중국 개봉명 '당인가탐안 3·唐人街探案 3')가 개봉 첫 주말 3억9800만 달러(약 4372억원) 티켓 매출을 올렸다. 현재 최대 실적을 내는 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도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고 좋은 콘텐츠가 나오다 보면 다시 극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국내외 영화 산업에 관해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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