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불평등 심화]전문가들 "좋은 일자리 없인 양극화 해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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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원승일·백준무 기자
입력 2021-02-0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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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불평등, 성장 속도 지속가능성 손상… 총수요 감소까지"

  • 코로나19 충격 취약계층에 집중… 직업훈련·일자리 정책 펼쳐야

  • 하청관계 공정화·소득탈루 축소·자영업자 구조조정 동반돼야

  • "분배 정책 효과, 상대적 빈곤율로 활용해 관리"

분배의 불평등이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최근 몇 년 동안 힘을 얻고 있다.

조너선 오스트리 국제통화기금(IMF) 연구국 부국장은 2014년 연구진 토론 보고서(Staff Discussion Note) '재분배, 불평등 그리고 성장(Redistribution, Inequality and Growth)'에서 불평등한 분배는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불평등한 분배는 국민의 건강과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고 봤다. 이는 투자를 위축시키고 충격이 왔을 때 조정 역할을 할 사회적 합의를 손상시켜 성장 속도와 지속가능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

이어 IMF는 2015년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결과' 보고서에서 "상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할 때 이후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0.08% 감소했다"며 "수익은 밑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또, 불평등이 높아지면 저소득층 가계는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을 축적하지 못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세대 간 이동성을 낮춰 불평등이 세습된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가계의 생산성 하락은 총수요의 감소를 가져온다.
 
소득 양극화 해법은 교육-일자리 정책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국의 소득 불평등도는 평균에 속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심화하는 양극화의 덫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더 큰 타격을 받았고, 자산 가격 폭등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과정에서 빈곤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취약해진 게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비중이 큰 전통산업이 쇠퇴하면서 경제성장률 증가폭이 축소되고 202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며 "동시에 소득 불평등도 악화됐다"고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의 가계소득은 1.1% 감소했다. 소득 중 근로소득은 10.7%, 사업소득은 8.1% 줄어들었다. 반면 상위 20%의 가계소득은 오히려 2.9% 증가해 하위 20%와의 격차가 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극화의 핵심적인 이유는 고용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며 "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잃으니까 절대적인 상황이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고용 악화로 인한 불평등 심화는 결국 일자리 문제를 풀어야 해소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된 자동화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고품질의 직업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을 수용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김 교수는 "취약계층에게는 직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디딤돌 지원을 해야 한다"며 "특히 대면 서비스 일자리는 대체 효과가 크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은데 직업훈련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원격 교육 등 직업훈련 인프라를 갖추고 양질의 직업훈련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일자리를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 1순위를 짜고, 일자리 정책으로 안 되는 소외계층에 복지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 교육 플랫폼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EBS 같은 플랫폼을 10개 이상 만들어 경쟁시켜야 한다"며 "인프라를 갖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소득 격차도 해소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기업-중소기업 하청 관계 개선하고 소기업 소득 탈루 줄여야

구조적인 개혁도 주문했다. 일자리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공정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은 기업 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격차는 더 커지는 실정이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은 1998년 66.6%에서 2018년에는 53.1%로 하락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소속 근로자들의 소득 격차, 더 나아가서는 자산 격차로도 이어진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대기업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등을 못하게 하고 중소기업과의 하청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더 많은 것을 나눠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소득 탈루율이 높아지는데, 중소기업은 회계불투명성을 통해 소속 노동자들의 몫을 가져가고 있다"며 "작은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25%가 넘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우선 구조조정에 나서는 자영업자에 정부 지원금을 주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일자리를 찾으면 일정 기간에 걸쳐 지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 가치 하락시키는 자산 양극화··· 세금으로 풀어야
자산 양극화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자산과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요구"라며 "우선적으로 과세 강화가 필요한 분야는 부동산 보유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측면에서도 필요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또 "주요 국가에서는 부동산 임대소득을 사업소득으로 분류하지 않고 자산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처럼 높은 필요경비율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도 "한국은 부동산이 가구의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6%에 달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인구밀도가 높아 땅값이 높은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과세를 강화해 사고 파는 데서 오는 이득을 없앨 정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당에서 주장하는 이익공유제와관련해서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김 교수는 "코로나 때 더 번 사람들이나 기업의 자발적 기부로 저소득층을 돕는 이전소득 분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성 교수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여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을 법제화한다면 실제로는 세금을 더 걷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업이 투자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자금을 정부가 걷어가면 기업활동의 부담이 늘어나고 외국에 비해 불리한 여건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분배 정책 효과, 상대적 빈곤율 지표로 관리

정부는 분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책 수단을 동원한다. 직접적인 지원금 지급은 물론 저소득층에 대한 직업교육 등도 포함된다. 정부의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지니계수, 소득5분위배율과 같은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표들은 정부의 정책 외적인 경제 여건이라는 변수에도 영향을 받는다.

박 교수는 정부가 펼친 분배 정책이 효과를 봤는지 측정할 지표를 도입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상대적 빈곤율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 비율을 의미한다.

박 교수는 "시장에서 직접 벌어들이는 시장소득과 세금을 내고 이전소득을 더해 산출하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각각 상대적 빈곤율을 비교하면 가처분소득의 빈곤율이 낮게 나온다"며 "2018년 시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9.9%이며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16.7%로 3.2% 포인트 차이가 나는데 이 차이가 정부 정책의 결과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니계수나 5분위배율과 같은 지표는 경제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정부가 통제하기 쉽지 않지만 상대적 빈곤율의 하락폭은 세금과 사회보장지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락 폭을 5% 포인트로 하겠다'와 같은 목표를 세우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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