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내역만 골라 낸 변호사' 대법, 증거위조 무죄취지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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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1-01-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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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의뢰인 측 감형을 위해 송금내역만 골라서 양형 자료로 낸 변호사 행위는 무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은 증거 위조 등 혐의로 넘겨진 A씨 상고심에서 징역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취지로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증거로 제출된 문서에 허위 내용이 없다면 허위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도 증거 위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변호사로 공무원에게 알선 청탁을 하는 등 혐의를 받는 의뢰인을 변호하던 중 허위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만든 서류를 양형 자료로 제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자신이 의뢰인이 알선 대가로 받은 돈을 모두 반환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 양형에 유리한 판단을 받으려 했다.

이를 위해 의뢰인에게 돈을 준 대상 은행 계좌에 돈을 송금하고 돌려받는 과정을 반복한뒤 송금한 내용만을 골라 양형 자료로 제출했다.

의뢰인이 다시 돈을 돌려받았음에도 실제로 돈을 반환한 것처럼 보이도록 자료를 만든 것이다. A씨 의뢰인은 실제로 감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증거 위조와 위조증거행사죄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형사사건 양형 자료를 허위로 만들어 증거를 위조한 점이 인정된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상고심에서는 '증거'가 양형 자료에 포함되는지, 허위 내용을 주장하기 위해 문서를 만든 것이 '증거 위조행위'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제출 자료에)허위가 없다면, 허위 사실을 입증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증거 ‘위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별도 구성요건이 없는 한 형법 제155조 1항이 규정하는 '증거 위조' 의미를 확장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형 자료가 증거에 포함된다고 명시한 첫 사례"이며 "문서에 허위가 없다면 허위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도 증거 위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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