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같은 내란 범주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는 징역 23년이 선고된 바 있다. 법원이 밝힌 판결 요지는 이 전 장관의 가담 행위를 명확히 적시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봉쇄 상황을 확인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가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상식은 이렇게 묻는다. 왜 형량은 3분의 1에 그쳤는가. 법은 개별 사정에 따라 양형을 달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허용과 자의는 구별되어야 한다. 동일한 범죄 구조, 유사한 법리, 중대한 헌정 질서 침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사건에서 형량이 현저히 갈라진다면, 이는 법관의 독립이 아니라 기준의 불명확성으로 읽힌다. 사법부가 강조해 온 ‘양형기준’은 어디에 있으며, 판결의 예측 가능성은 어떻게 담보되는가.
대법원은 2007년 양형위원회를 출범시켜 합리적 기준 마련을 시도해 왔다. 이는 분명 진일보한 조치였다. 그러나 권고적 성격에 머무르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은 헌법이 보장한 독립의 본질이다. 하지만 그 양심이 공동체의 보편적 정의감과 현저히 괴리될 경우, 독립은 신뢰를 잃는다. 신뢰 없는 독립은 공허하다.
해외의 사례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은 연방양형가이드라인을 통해 판사의 재량을 구조화하고, 항소심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편차를 관리한다. 독일은 연방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형량의 균형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하급심은 이를 충실히 따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 또한 최고재판소의 통일적 판례 형성 기능이 강하게 작동하여 유사 사건 간 편차를 최소화한다. 제도의 차이를 넘어 공통된 교훈은 분명하다. 독립을 존중하되, 일관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법부는 지금 그 일관성의 시험대 위에 서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법원의 위상이다. 최종심으로서 통일성과 권위를 확보해야 할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원이 판결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공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판결의 설득력과 기준의 명확성이 충분했다면 외풍은 쉽게 작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법의 권위는 건물의 위용이나 직함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그것은 판결문의 논리적 정합성, 형량의 균형성,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에서 나온다. 특히 내란과 같이 헌정 질서를 뒤흔든 사건에서는 일반 형사사건과는 다른 역사적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공동체의 근간을 흔든 행위에 대해 일상적 범죄와 동일한 관성적 양형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 판단은 역사적 맥락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법관을 여론에 종속시켜서는 안 된다. 법은 다수결이 아니다. 그러나 법이 상식과 완전히 분리될 수도 없다. 상식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가 축적해 온 정의의 감각이다. 법이 그 감각과 반복적으로 충돌한다면 문제는 국민에게 있지 않다. 해석과 적용의 과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적 보완과 문화적 성숙이다. 첫째, 양형기준의 실효성을 강화하거나, 기준과 다른 결론을 택한 경우 그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는 설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하급심과 상급심 간의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 공개적 토론 구조를 마련하여 기준의 공감대를 확장해야 한다. 셋째, 대법원은 통일적 법리 형성이라는 본연의 책무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판례의 축적을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민은 과도한 형벌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일관성과 형평을 요구할 뿐이다. 같은 법리와 같은 기준이라면, 결과 또한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판결은 정의가 아니라 우연으로 인식된다. 사법부는 헌법 질서의 최후 보루다. 그 보루는 외부의 압력보다 내부의 불일치로 인해 흔들린다. 판결의 널뛰기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신뢰의 문제이며, 신뢰는 축적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상실에는 순간이면 충분하다.
대법원장은 이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독립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며, 책임은 신뢰 위에서만 설 수 있다. 법은 냉정해야 하지만 정의는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 사법부가 직면한 과제는 분명하다.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의 편차를 줄이고, 통일성과 예측 가능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사법이 정치적 외압을 넘어 헌정 질서를 지키는 진정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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