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처럼 글로벌 투자에 집중” 라인 통합 앞두고 물러난 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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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1-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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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트뱅크 창업 40년 만에 회장서 내려와... 차기 CEO에 미야카와 준이치

  • 라인-야후재팬 통합법인 주도 5G 확대, 비통신 사업 발굴 등 위해 세대교체

  • 이해진 GIO도 2017년 이후 글로벌 투자 집중... 손 회장, 100조 '비전펀드' 집중 전망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孫正義)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글로벌 투자·전략 수립에 전념하기로 했다. 북미·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서 제2의 ‘라인 신화’를 쓰기 위해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진 GIO는 유럽 현지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인공지능(AI)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소도 인수했다. 손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은 후 ‘100조 펀드’로 알려진 비전펀드를 통해 한층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소프트뱅크그룹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4월부터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1981년 창업한 지 40년 만이다. 일본 매체들은 손 회장의 용퇴가 본업인 통신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2003년 소프트뱅크 계열사에 합류한 미야카와 준이치(宮川潤一)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는 소프트뱅크가 2006년 영국 보다폰의 일본법인을 인수한 이후 통신품질을 향상시키고, 2013년 인수한 스프린트(현 T모바일)의 재건을 이끈 인터넷·통신 분야 전문가다. 그는 소프트뱅크와 도요타자동차가 공동 출자한 모네 테크놀로지의 사장을 겸하는 등 신사업도 발굴해왔다.

손 회장은 올해 소프트뱅크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두고 ‘세대교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소프트뱅크 산하 포털 기업인 야후재팬과 라인의 통합법인이 오는 3월 출범한다. 일본 최대 메신저와 포털을 산하에 둔 통합법인은 금융과 이커머스, AI를 아우르는 서비스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일본 내 5G망 구축, 신규 서비스 확보뿐만 아니라 당국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시키기 위한 탈통신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아주경제 DB]


손 회장은 ‘창업자 이사’로 소프트뱅크 이사회에 남아 회사 전체의 투자나 전략을 맡게 된다. 이는 과거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의 행보와 유사하다. 이 GIO는 네이버를 창업한 지 약 19년 만인 2017년에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2018년엔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프랑스에 머물며 현지 벤처캐피털인 ‘코렐리아캐피털’에 2억 유로(약 2600억원)를 투자하고, 프랑스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현 네이버랩스유럽)’ 인수를 주도했다.

손 회장도 회장직을 내려놓은 후 투자처를 물색하는 일에 더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17년에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조성해 우버와 위워크, 엔비디아, ARM에 투자해왔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쿠팡과 디디추싱, 바이트댄스 등은 올해 IPO(기업공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펀드는 쿠팡의 지분 27%(약 2조89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손 회장은 2019년에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만나 신사업 협력, 투자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손 회장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이라고 강조하며 “세계가 한국의 AI기술에 투자하도록 돕겠다”고 조언한 바 있다.

손 회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해 한국 전역에 통신 인프라가 확대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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