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네 남자에게서 ‘혁신’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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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1-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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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진, 라인-야후재팬 합병법인 최대주주의 회장으로

  • 김범수, ESG 위원장 직함 추가... 지속 성장, 사회적 역할 고민

  • 김정주, 블록체인 업계 지속 투자... 게임-금융과 연계 전망

  • 김택진, 리니지2M K팝 플랫폼으로 해외 시장 공략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IT기업 ‘빅4’ 창업주들이 새해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일본 최대 메신저, 포털 기업을 거느리는 법인의 의장을 맡는다. 네이버 의장을 내려놓은 지 4년여 만이다. 이해진과 ‘NHN 신화’를 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장을 맡아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과 해법 제시에 골몰하고 있다.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대표는 블록체인 분야에 미래가 있다고 보고 관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넥슨은 게임사업을 넘어 금융에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 플랫폼 노하우를 접목시켜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의 눈은 글로벌을 향하고 있다. 인기 게임 '리니지2M'의 아시아 시장 출시에 더해 'K-팝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K-팝 플랫폼 사전예약자 400만명 중 80% 이상이 해외 이용자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전문경영인은 이익과 같은 재무적 관점에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리스크가 큰 사업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반면, 칭업주들은 상대적으로 과감한 투자 결정, 비전, 방향성 제시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진, 라인·야후재팬 품은 ‘日 테크 공룡’ 의장으로··· 1400여일 만에 복귀
이해진 GIO는 오는 3월부터 일본 최대 메신저 기업 라인과 포털 야후재팬의 합병법인을 지배하는 ‘A홀딩스’의 회장 겸 공동 대표이사로 새출발한다. 이 GIO는 A홀딩스 이사회 의장으로서 사업의 큰 방향을 결정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이 GIO가 의장직을 맡는 건 2017년 3월 이후 1400여일 만이다. 당시 네이버 의장이었던 그는 의장직을 내려놓고, 해외 투자를 담당하는 GIO직만 맡아왔다. 1년 뒤인 2018년 2월엔 등기이사직도 내려놔 완전히 경영 이선으로 물러났다.

그의 이번 경영 일선 복귀는 네이버와 라인의 창업을 잇는 큰 도전이자 변곡점이다. 목표는 구글(유튜브)과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패권에 맞서는 것이다. 그는 미국 IT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수조원대의 비용을 투입하고, 중국에서 네이버를 위협할 IT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점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규모의 경쟁을 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을 추진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이 GIO는 향후 10년, 20년 뒤에 네이버가 “세계 IT 시장의 99%를 지배하는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했던 '삼별초' 같은 회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그래픽=김효곤 기자]

김범수, ESG 위원장에··· 지속 성장 위한 ‘카카오 시즌 2’ 돌입
김범수 의장은 올해 새로운 직함이 추가됐다. 바로 ESG 위원장이다. 카카오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위원회는 카카오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성과와 문제점들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ESG는 최근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 이전처럼 이익 창출에만 집중해선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에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1’에서도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소개되기도 했다.

김 의장이 지난 10년을 카카오를 성장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향후 10년은 사회적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한 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카카오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카카오의 10년 역사를 돌이켜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고,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자문을 해보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카카오는 조금 더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 우리만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그래픽=임이슬 기자]

블록체인에 꽂힌 김정주, 금융 사업과 연계 전망
김정주 NXC 대표는 게임 이외의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블록체인이다. NXC는 최근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XC는 2017년 9월에 코빗 지분 65%를 913억원에 인수하면서 블록체인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2018년 10월엔 유럽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비트스탬프를 인수했고, 2019년에는 미국 가상자산 투자대행 스타트업 타고미에도 투자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디지털 자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NXC 측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거래소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이 발전하는 데 기반이 되는 플랫폼으로, 다방면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본업인 게임뿐만 아니라 금융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과 거래소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NXC는 지난해 3월 투자·금융거래 플랫폼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했다.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트레이딩 플랫폼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MZ(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타깃이다. 업계는 아퀴스 설립이 김 대표의 디지털 자산 시장 진출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그래픽=김효곤 기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평정한 김택진, ‘엔터王’에 도전
1세대 IT기업 창업자 중 유일하게 현직 CEO(최고경영자)로 활동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새해에 본업인 게임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

먼저 국내 앱마켓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을 올해 1분기 중에 일본, 대만 시장에 출시한다. 특히 대만에선 리니지M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리니지2M의 흥행이 기대된다. 현지 사전예약자는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엔씨소프트가 2019년 11월에 출시한 리니지2M은 분기마다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게임이다. 여기에 해외 매출까지 더해지면, 올해도 엔씨소프트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 대표는 K-팝 플랫폼 ‘유니버스’로 국내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공략한다. 유니버스는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오는 28일 정식 출시된다. 21일 기준, 유니버스의 사전예약 인원은 4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해외 이용자 비중이 80%이며, 특히 아시아 지역 이용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주종목인 PC·모바일게임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그는 “PC에서 모바일로, 더 나아가 콘솔까지 플랫폼을 확장하고 경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종합게임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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