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칼럼] 넷플릭서 2억명..스트리밍 대세됐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센터장입력 : 2021-01-26 17:33
 
 
 

[노창희 실장]



넷플릭스가 2020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드디어 글로벌 유료 가입자가 2억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2020년 4분기 가입자는 2억366만명으로 3분기 대비 851만명, 2019년과 비교했을 때는 3657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가입자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가입자당 매출액도 2018년 9.88달러에서 2020년에 11.02달러로 증가했다. 구글 검색량 기준으로 상위 10개 TV 프로그램 중 9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고, 영화는 상위 10개 중 2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2억명이 넘는 가입자주문형비디오(SVOD) 플랫폼이 등장했다는 게 시사하는 점은 스트리밍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의미했던 ‘스트리밍(streaming)’이라는 개념은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서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2019년 11월 디즈니+와 애플TV+가 스트리밍 시장에 진입하면서 넷플릭스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물론, 코로나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국내 미디어산업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기묘한 존재다. 넷플릭스는 4분기 실적에서 '한국어로 만든 호러 장르'인 <스위트홈>을 2200만명이 시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스위트홈>이 공개된 것이 12월 18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이용량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어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는 것은 대한민국 입장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투자한 콘텐츠 권리행사의 주도권은 넷플릭스가 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에 대해서는 기대와 동시에 많은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2021년에도 이와 같은 기대와 우려는 계속될 것이다.

'씨네21'에서 국내 영상산업을 이끄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의 키워드 1위는 OTT다. 넷플릭스로 인해 코로나 이전에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보는 일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2020년 기대를 모았던 기대작들이 줄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40억원이 투자된 <승리호>는 2021년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영상산업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영화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하느냐의 문제는 영상산업뿐 아니라 미디어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극장 상영이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영화가 갖는 단위당 가치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의미의 영화는 줄어들고, 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데 보다 효과적인 드라마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라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4분기 실적발표에서도 디즈니, 워너미디어, 디스커버리와 같은 경쟁자들을 의식하고 있다. 2019년 말에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스트리밍 전쟁(streaming wars)은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코로나로 인한 각 영역의 변화는 변화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영상산업에서는 스트리밍화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2021년에도 미디어산업의 큰 화두가 될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서 론칭되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경쟁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외로 나가야 할 필요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할 때, IP를 어떻게 확보할지부터 해외에 보편적으로 소구될 수 있는 장르에 대한 고민과 현지화 방안 등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장르화되고 있는 한국형 호러와 같이 대한민국의 인장이 찍힌 또 다른 유형의 서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용자는 자신이 정말로 최적화된 환경에서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이광석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이용자 입장에서는 제공되는 과정을 알 수 없는 ‘암흑상자(blackbox)’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용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사업자들이 노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이용자들의 능력 함양이 필요해지기도 한 것이다. 인터넷 위주로 미디어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미디어 정책 수립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용자들이 이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책 수립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책 알리기가 필요한 때이다.

스트리밍화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업자든, 정부든, 이용자든 이 속도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살피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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