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중시' 바이든 시대 출범 속 한 걸음 더 멀어진 한·일

정혜인 기자입력 : 2021-01-24 11:03
"日, 위안부 피해자 12명에 1억원씩 배상하라" 日 모테기 외무상 "한국 정부 주도 시정 요구" 외교부 "어떤 추가적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 바이든, 韓에 한·일 관계 개선 압박 가능성 有 日정부가 '피고'…당국 간 논의시작도 힘들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동맹 중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공식 출범으로 한·일 관계 개선 필요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그러나 24일 외교가 안팎에서는 한·일 관계가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을 계기로 더 악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태다.

양국 정부는 새해부터 상대국 주재 대사를 모두 교체하며 관계 개선에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상호 대사 교체를 발표하던 날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이 발표돼 양국 관계에 큰 파장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하며 피고인 일본 정부에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 인정은 위안부 피해자와 다수 국민 관점에서 정당하고, 정의로운 판결이다. 하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 과거사 갈등이 깊은 한·일 관계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앞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대상이 일본 기업이었던 반면, 이번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의 피고가 일본 정부라는 점이 양국 관계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전날 외교부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담화를 통해 위안부 배상 판결 확정 관련 한국 정부에 시정을 요구한 것에 대해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권리나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상의하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일본 측 또한 스스로 표명했던 책임통감과 사죄·반성의 정신에 입각해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진정한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라는 것을 재확인하며 “동시에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 간의 합의만으로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추가적인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이나,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권리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외교부는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전시 여성의 인권 유린이자 보편적 인권 침해의 문제로서, 국제인권규범을 비롯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테기 외무상이 담화에서 이번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 합의’에도 어긋난다면서 국제법을 위반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한·일 양국이 서로의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는 “정부는 동 판결이 외교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한·일 양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위안부 판결의 피고가 일본 정부라는 점에서 양국 정부 간 논의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가 사법부 판결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일본이 만족할 만한 해법 모색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모테기 외무상은 “즉각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며 한국 정부 주도의 판결 시정을 갈등 해결안으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출범으로 미국이 한·일 관계에 영향력을 행사, 한국 정부에 부담 요소가 될 거란 주장도 나온다. 

정성장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하루빨리 한·일 갈등 해소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의 압력에 의해 마지못해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가 연출돼선 안 된다”면서 “그 전에 선제적으로 대일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항소 시한인 지난 22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은 전날 0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컴패션 [당장 오늘 먹을 것도 없었는데...], 코로나19재난구호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1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