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 72년간의 산업보국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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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1-01-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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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간 경영 현장을 누비며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문화, 체육 등 사회전반의 발전에 헌신한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9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김 명예회장은 1949년 삼양사에 입사해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과 오늘날의 삼양을 만들었다.

김 명예회장은 부친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에 따라 산업보국을 근간으로 성실과 중용의 자세로 경영에 임했다.

산업보국 실천을 위해 김 명예회장은 제당, 화섬 사업 등에 진출하며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공을 기울였다. 이에 대한 김 명예회장의 생각은 2015년 발행한 회고록 ‘묵묵히 걸어온 길’에 잘 드러난다

그는 회고록에 “사업이란 제조업을 통해 산업보국을 실현해야 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인재 육성에 힘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의 영속성이 위험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국가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것은 아버지가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었으며 나의 신조이기도 하다”고 썼다.

김 명예회장은 삼양사 사장, 회장을 역임하면서 폴리에스테르 섬유 원료인 TPA,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분 및 전분당 사업에 진출해 식품 및 화학 소재로 삼양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1996년 그룹회장 취임을 전후해서는 패키징, 의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해 삼양의 미래 성장 동력도 준비했다.

김 명예회장은 삼양사가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기술, 설비 도입과 공장 건설 등을 도맡으며 선봉에 섰다.

1952년 김 명예회장은 삼양의 제당사업 진출을 위해 일본 주재원으로 파견돼 제당 사업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 확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귀국 후에는 울산 건설 현장의 군용 양철 슬레이트로 지은 간이 숙소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사에 매진했다.

폴리에스테르 사업을 본 궤도로 올린 1980, 90년대에는 당시 첨단 소재로 각광받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과 화학섬유의 원료인 TPA 사업에 진출해 섬유를 넘어 화학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 당시의 결정으로 삼양의 화학소재 사업은 그룹을 대표하는 주력 사업으로 성장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양영재단, 수당재단, 하서학술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투병을 시작하기 전까지 삼양그룹의 연지동 본사로 출퇴근을 이어가며 장학사업과 학문 발전에 매진했다

선친인 김연수 회장은 1939년 사재를 출연해 국내 최초의 민간장학재단인 양영재단을 설립했고 1968년에는 아들들과 함께 수당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을 확대했다. 생의 마지막까지 수당재단, 양영재단, 하서학술재단 이사장으로 일했던 김 명예회장은 재단 사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전주, 울산, 여수 등 주요 공장 소재지의 지역사회에도 다양한 지원을 했다.

김 명예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장, 대한농구협회장,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한일경제협회장, 환경보전협회장을 비롯해 100여 개의 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1988년 취임한 대한상공회의소장은 연임을 거듭해 12년간 재임하며 최장수 회장으로 기록에 남았다. 대한농구협회장도 연임을 거듭해 85년부터 12년간 맡았다.
재계에서는 김 명예회장의 혜안을 두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화섬 사업 확대 중단 결정이다.

국내 모든 업체가 경쟁적으로 신·증설을 추진하던 1990년대, 김상하 명예회장은 돌연 화섬사업 확대 중단을 선언했다. 심지어 신사업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폴리에스테르 필름 사업마저 철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김 명예회장의 혜안이 증명됐다.

김 명예회장장의 유족으로는 아내 박상례 여사와 아들 원(삼양사 부회장)씨, 정(삼양패키징 부회장)씨 등 2남이 있다. 그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에 차려졌다. 발인은 22일 오전 8시 20분이다.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사진=삼양홀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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