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美경제 '키맨', 두사람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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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1-01-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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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록 출신 경제브레인 아데예모 재무 부장관, 디스 국가경제위원장 내정자

한편의 엽기적인 저질 코미디 같던 미국 대선 드라마가 막을 내리고 조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패배를 부인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는 끝내 극렬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동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점철되면서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씻기 힘든 큰 오점이 새겨졌다. 트럼프는 오랜 전통을 깨고 오는 20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바이든 당선자는 오히려 "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남긴 최악의 유산은 '분열'이다. 바이든은 이번 대선을 민주주의 기본가치와 미국의 영혼(soul)을 되찾기 위한 전투라고 했다. '트럼피즘' 극복이라는 난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 장악(블루웨이브)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각종 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당선자는 줄곧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지나치게 거래적이라고 비난해왔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접근방식만 다를 뿐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외교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통적 동맹주의자로 알려진 바이든이 자신의 외교안보팀이 "동맹국들과 협력할 때 미국이 가장 강력해질 수 있다는 나의 신념을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적어도 트럼프처럼 동맹국을 적보다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게 한다. 국제정치도 중요하지만 바이든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키고 경제를 되살리는 것이다. 잘 알려졌듯이 친환경 정책과 인프라 투자 등은 바이든 경제정책의 핵심이다. 앞으로 '바이드노믹스'를 대통령 곁에서 주도적으로 펼쳐나갈 인물에 대해서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한다.   

바이든의 거시경제정책은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새로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과 자영업자의 파산을 막는다는 방향성에선 트럼프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트럼프의 감세와 기업 규제완화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동시에 경제회복의 속도를 내기 위한 액셀도 함께 밟는 것과 같아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법인세 인상과 고소득자 세율인상으로 마련된 재원으로 경기부양도 하고 코로나로 심화된 빈부격차와 경제 불균형을 치유하겠다는 것인데 대기업과 부유층의 반발이 예상된다. 연방 최저시급을 15달러로 두배 인상하는 최저임금정책 공약도 서비스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6일 치러진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이 2곳 모두 승리하면서, 이제 민주당은 12년 만에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었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인프라 투자 등 각종 경제법안의 의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경제회복의 여부는 코로나19 종식에 달려있다. 바이든은 코로나 대응에 있어 트럼프와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경제활동 중단조치에 상당히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경제호전보다는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그의 신념은 소비가 주도하는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3조 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대규모의 경기부양 돈풀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바이든의 언급처럼 아직 혹독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가 단기간에 급반전하지 않는다면 경기부양을 위한 미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는 올해에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재정정책과 더불어 바이드노믹스의 또 다른 축은 통화정책인데 향후 1~2년은 현재의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정책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

기후변화와 그린 경제 

산업 정책에서 바이든 당선자는 전통적 중화학 산업보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트럼프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는 지구촌 최대 현안이자 인류의 재앙이 될 수 있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미국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리하여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고, 2035년까지 발전소의 환경 유해물질 배출을 중단시키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할 '그린 경제' 시스템구축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향후 4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2조 달러(약 2180조원)를 투입한다고 밝혀 미국의 산업 및 에너지 지형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무게중심이 확 바뀐 셈이다. 또 바이든이 내세운 '과거보다 나은 미국 건설(Build America Back Better" 구호를 자세히 보면 미국산 상품 구매 확대라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통한 제조업 활성화, 그리고 5G, 전기차,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핵심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던 월가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보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4배의 지원금을 제공한 것은 이런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미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든의 당선 이후 나스닥의 대표적인 IT공룡들은 긴장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에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IT업계를 선도하는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4대 독과점 빅테크기업(FANG)은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캠프에 엄청난 돈을 뿌렸지만 시장주의를 앞세우는 바이든 당선자가 추진할 반독점 규제법안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IT업계와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인 월가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역시 바이든의 승리에 베팅한 월가는 이번에도 백악관과 바이든 행정부 요직에 월가 인사들을 포진시켰다. 

바이든 미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을 지명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이자 정부의 확대 재정을 옹호하는 '케인스주의자'다. 민주당 내 진보주의자들은 옐런의 폭넓은 식견과 풍부한 경험이 바이든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제격이라고 환호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재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월리 아데예모(39)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표정이다. 상원 인준 절차를 마치면 옐런은 미국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 아데예모는 흑인 출신 최초의 재무부 부장관이 된다. 나이지리아 태생 이민자인 아데예모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제 경제 분야 참모로 일하다가 7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다루는 월가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래리 핑크 회장(68)의 정치자문과 비서실장으로 2년간 일한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핑크 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블랙록이 재무부나 연준 등 미 규제당국에 의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는 일이라고 알려져왔다. SIFI의 꼬리표가 붙을 경우 블랙록은 여러가지 고강도 규제에 직면하게되는데 아데예모의 입각은 이해관계상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데야모는 오바마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에 미국의 신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신자유주의 '해밀턴 프로젝트(Hamiliton Project)'(THP)에 가담해 월가에 우호적인 '거짓 진보주의' 정책을 연구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THP 설립자는 다름아닌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보좌관과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이다. 그가 1999년 퇴임 직후 공동회장으로 취임했던 씨티은행은 상업-투자은행 겸업 금지 폐지로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루빈은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월가의 자금줄을 끌어오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기도 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당선자가 월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일 것이다. 아데예모가 자신의 블랙록 경력과 친월가 성향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가 월가의 횡포에 목소리를 가장 높이는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진보인사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 워런은 아데예모의 부장관 지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블랙록 핑크 회장과 워런 두 사람 중에서 누구의 편에 설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두사람의 비위를 모두 잘 맞출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바이든의 경제팀 인선에서 재무부 수장 못지않게 주목을 받는 자리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다. 이 자리에도 오바마 행정부 시절 경제 참모로 일하다가 2017년 블랙록에 합류, 지속가능한 투자 분야의 글로벌 본부장을 역임한 브라이언 디스(42)가 선임되었다. NEC는 재무장관을 비롯해 경제 관련 장관들이 모두 참여해 국가정책의 큰 줄기를 결정하고 국내외 정책에 대한 조정업무를 관장하는 곳으로 이곳의 수장인 NEC 위원장은 ‘미국의 경제사령탑’ 역할을 한다.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경제판’으로 통한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디스의 NEC 위원장 선임을 바이든의 핵심 공약인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응 정책과 연관시키고 있다. 디스는 오바마 행정부 기후변화 특별고문 시절인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디스를 "현재의 경제 위기를 끝내고 더 나은 경제를 건설하며, 기후변화라는 실존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우리를 도울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디스와 재무장관 지명자인 옐런은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 위기가 수그러지면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두면서, 온실가스 줄이기와 클린 에너지 생산 확장을 위한 관련 법안마련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도 탄소배출세를 도입하여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고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된 재정지출과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바이든의 공약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바이든이 월가 출신에 대한 진보진영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디스를 택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대응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옐런과 디스, 그리고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장으로 지명된 니라 텐던, 이 세 사람이 합작해서 바이든의 바람대로 올해 안에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합의를 바탕으로 그린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통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선보일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사이다. 이 세 사람 중에서 기후변화의 최대 전문가로 꼽히는 디스의 역할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든의 경제팀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마련된 도드-프랭크법도 활용할 태세이다. 즉, 은행이나 투자자문사에게 리스크가 커지는 석탄이나 석유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자금 지원을 봉쇄하는 법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은 바이든의 경제정책 방향과도 어울리는 회사이다. 월가의 대형투자은행(IB)과 달리 블랙록은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등의 가치에 집중하고 있어 바이든이 자신과 함께 손을 잡고 일할 핵심 경제브레인 2명을 이곳에서 다시 컴백시킨 이유로 해석된다.  
기후 변화 대응이 바이든 집권 4년의 경제정책 최우선 순위에 있다는 것은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기존 에너지 산업이 새로운 각종 금융 규제로 인해 사양길로 접어들고 태양광, 전기차 풍력 등으로 산업의 축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과거 역사적으로 환경문제로만 취급되던 기후변화가 이제 경제정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미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에서 바이든이 추구하는 친환경 정책과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경제건설이 제대로 구체화될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갈라진 민심을 하루속히 통합하고 국가발전을 위한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내정된 브라이언 디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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