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코로나와의 사투 1년.. '빚더미'에 올라탄 세계 경제, 터널 끝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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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20-12-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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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뚫린 서울동부구치소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9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에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지 거의 1년이 다가온다. 올해 세계 경제는 2차대전 이후 가장 혹독한 시간을 경험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았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국가들은 국경을 봉쇄하고 경제 활동을 제약했다. 실업자가 급증하고 경기가 급하게 얼어붙자 각국 정부는 곳간 문을 활짝 열고 돈을 풀어 경기진작에 나섰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제는 큰폭 반등했지만 코로나 재유행으로 다시 내려가는 W형 '더블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과 미국 등에서 백신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언제쯤 우리가 정상생활로 복귀할지 예단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전례없이 큰 규모로 증가한 통화량과 부채이다. 늘어난 부채는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쌓이게 된다. 아직도 코로나 불 끄기에 급급한 세계. '부채 쓰나미' 경고음에 대해선 귀를 닫고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전쟁의 최대 패전국은 미국이다. 누적 사망자는 2차대전 미군 희생자 29만1557명을 이미 훌쩍 넘겼다. 슈퍼 부양책이 실시되면서 올해 미국의 공공부채는 처음으로 경제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총통화량은 11월까지 3.9조 달러(25.3%)나 증가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순항하던 미 경제는 올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2분기(-31.4%)에는 1947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고 3분기엔 33.1%(전기대비 연율)의 기록적인 반등을 보였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마이너스 4.2%, 내년도엔 플러스 4.2%이다. 미국은 경제가 올해 전체적으로 3.7% 위축됐다가 내년엔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미국보다 심각하다. 올해 -7.5% 역성장에서 내년엔 3.6% 플러스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한국은 올해 -1.1%와 내년 2.8%로 미국이나 유로존에 비해 양호하다. 이러한 전망은 세계 경제가 백신 접종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거의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 괴물'은  사망?

올 들어 세계 각국이 경제 살리기에 뿌린 돈은 엄청나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전 세계 총부채는 15조 달러(약 1경6600조원) 증가해 올해 272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GDP대비 총부채 비율은 320%에서 365%로 늘어날 전망이다. IMF도 지난해 2% 증가했던 전 세계 GDP대비 총부채 증가율이 올해에는 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막대한 현금 수혈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 지연되자 미국과 EU 등 주요 경제국은 돈을 더욱 풀 태세이다. 넘쳐나는 돈은 상품과 서비스 생산에 쓰이지 못하고 엉뚱하게 주식과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과연 통화량을 늘려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방식은 정말 괜찮은 걸까?  최근 자산버블(거품)과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다시 흘러 나오고 있지만 그다지 큰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기위해 '양적완화'를 도입, 대규모 돈풀기에 나서자 통화론자들은 고인플레이션(high inflation)을 경고했지만 실제로는 저물가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경제침체 시 '돈풀기'는 세계 경제의 뉴노멀이 되다시피 했다.  

세계 각국이 거리낌이나 두려움 없다시피 돈을 푸는 가운데 국가 부채에 대한 오랜 통념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보다 훨씬 적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경제학자들과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널리 일치된 견해였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면서 이자 지출도 감소해 부채가 적절한 용도와 대상을 위해 쓰인다면 부채비율이 높아져도 큰 문제가 없다고 믿는 경제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EU(유럽연합)의 경우 GDP대비 부채가 60%를 넘지말 것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폐기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나 세계은행과 같은 권위있는 기관도 각국이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금융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차입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오직 중요한 것은 과감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誌는 최근 팬데믹 이후 세계가 고물가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통화론자들의 주장을 심도있게 다루었다. 첫째는, 그동안  크게 위축되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 기업들의 공급여력이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내년도엔 일시적으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벌써부터 구리 가격은 연초에 비해 25% 폭등했다. 둘째로, 세계가 일시적인 물가상승을 극복하더라도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보다 지속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 세계와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심화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력 부족이 생산성을 잠식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화(globalisation) 물결 속에 재화와 노동 시장은 효율성이 높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화는 후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셋째로, 각국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현실안주 태도이다. 그들이 노령 연금과 헬스케어 등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적자 확대라는 쉽고 간단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각국의 부채 등 팬데믹이 남길 크고 작은 상처에 대해 세계는 무신경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는 최악의 위기인데, 주식시장은 2000년 닷컴버블을 연상할 만큼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증시호황은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 괴물'이 사망한 상태에서 경기가 조만간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는 투자가들의 낙관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부채문제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등 민간부채의 위험수준이 11년 만에 '경보' 단계에  달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경고도 나온 상태이다. 민간부채가 과도하면 정부가 개입해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아직까지는 재정여유가 비교적 충분하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까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13조원 이상 급증, 한국은행 통계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들의 생활자금마련 빚이 늘어나고, 부동산·주식 시장 광풍에 빚내 투자하려는 수요까지 몰리면서 생긴 결과이다. 코스피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가 하면 지방도시에서도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경제에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와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갭코노미(gap +economy)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 뻔하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경기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상당기간 늦어지는 경우이다.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 속에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속출하고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장기 경기침체의 전조라 할 수 있는 자산버블의 붕괴는 피할 수 없다. 단적으로 일본의 예를 보자.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달러 약세, 엔화 강세가 심해지자 일본은행은 경기침체를 우려해 저금리정책을 도입했고 주식과 부동산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1990년대 초 일본은 극심한 자산시장의 거품 문제를 고민하다가 1990년대 초 결국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침체에 돌입했다. 1985~1989 일본의 모습처럼 버블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1980년대 후반의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상황은 코로나라는 돌발적 변수로 인해 화폐 공급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에 100조원 내외의 국가부채 증가를 감수하고 558조원에 달하는 초슈퍼 예산을 확보했다. 이 중에서 72.4%를 상반기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행히 코로나가 몇달안에 진정된다면 정부의 재정투입은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환율·금리변동 등 금융시장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경제는 더욱 힘든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돈은 경제의 혈액이다. 혈액이 부족해서도 안 되지만 혈액이 정상적인 속도로 적재적소에 공급되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돈맥경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화폐 공급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돈이 아무리 많이 풀려도 '화폐유통속도(velocity of money)'가 느리면 경제회복 효과는 제한적이다. 화폐유통속도는 경제현장의 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널리 간주되고 있다. 화폐유통속도가 감소한다는 것은 생산과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로 돈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금융권에 잠겨있거나 개인의 금고나 지갑 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소위 '평균물가목표제'까지 도입했다. 실물경제가 정상화되기까지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선(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상승률 기준 2%) 위로 올라간다 해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원래 물가 상승이 2%를 넘으면 금리인상을 해야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2% 이상을 넘어가면 이에 못 미친 시기를 감안하여 상쇄시키겠다는 의미이다. 고용상황이 악화되고 경기는 여전히 침체인데 물가가 2% 올랐다고 금리를 올렸다간 긴축발작이 발생해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결국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상승시켜 화폐유통속도를 증가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폐유통속도(명목GDP/M2)는 2011년 이후 꾸준히 둔화 추세이다. 이른바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사상최저치인 0.6배로 추정이 된다. 올해 들어 4차례 추경에다 금융권 자금지원과 대출 등 풀린 돈 상당부분은 증시 또는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었다.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주가 급락 이후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됐지만 배경에는 화폐유통속도 감소로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0.5%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했다. 이런 가운데 단순히 소비자물가지수로 계산한 인플레이션 통계를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통화량의 증가 대비 유통속도 감소가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책당국의 시급한 과제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시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의 생존을 위해 돈을 먼저 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무한정 윤전기를 돌릴 수는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무분별한 돈풀기는 결국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다시 등장시키곤 했다. 가장 극단적인 예로 1차대전의 패전국 독일이 전비조달을 위해 엄청난 화폐를 발행하면서 물가가 수년간 통제불가 상태로 올라가는 하이퍼인플레이션 사태이다. 이런 경제 대혼란을 틈타 독일에선 아돌프 히틀러 나치스 정권이 탄생했다.

전시 상황과 같은 코로나 사태가 막을 내린 후 세계 경제가 어떤 모습일까? 요즘 주목을 받는 책이 있다. 런던정경대(LSE) 금융경제학 석좌교수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와 거시경제 분석가 마노즈 프라드한(Manoj Pradhan)은 <인구구조의 대전환(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이라는 저서에서 세계 경제는 저(低)인플레이션, 고(高)부채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보고있다. 이들은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이 원인이 되어 내년도엔 인플레이션이 5%, 심지어는 10%까지도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 이유로 상품 생산과 관련 세계화의 퇴조, 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위축, 저축 열기의 감소로 인한 이자율 상승 등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생산자보다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경고 목소리에 대해서 괘념치 않는 분위기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인플레이션 통제보다는 고용과 실업률을 중시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시장개입을 옹호하는 케인스 학파 경제학자 출신인 재닛 옐런 전 연준의장을 초대 재무장관으로 내정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파월 현 연준 의장과 손발을 맞춰 달러를 더욱 많이 풀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등 적극적으로 경제부양을 실시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파월 의장은 2023년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가 있어, 그의 말대로라면 향후 2~3년간 미국과 세계 곳곳은 달러가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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