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위트홈' 고민시 "웨딩플래너에서 배우로…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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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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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배우 고민시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면 으레 '싱크로율'에 관한 고민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느냐, 매체 특성에 따라 변화하느냐는 작가·감독은 물론 배우에게도 딜레마. 캐릭터를 변형시켰을 때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아 더욱 고민이 크다.

그런 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 은유는 독특하다. 원작과 달라진 캐릭터 중 하나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은 물론이고 성격이나 관계성 등도 달라졌지만 팬들은 은유의 '변화'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원작과 달리 나이대도 달라지고 성격도 까칠해졌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호오가 갈리겠구나' 생각했었어요. 시리즈 말미 은유의 변화가 도드라지는데 그전까지 (시청자들이) 은유를 어떻게 봐주실지 걱정되더라고요. 어떻게 표현해야 이질감을 느끼지 않으실까? 최대한 섬세하게 감정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은유는 발목 부상을 당해 무용을 그만두고 매사 비딱해진 사춘기 소녀다. 원작과 달리 온갖 괴물의 등장에도 무심하고 비뚤어진 태도를 고수한다. 그린홈 주민들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도구로 이용당하는 현수를 위해 나서기도 하는 올곧은 심정을 지녔다. 여러 사건을 겪고 가장 큰 변화를 거치며 성장하는 캐릭터. 은유가 '스위트홈'의 인기 캐릭터로 거듭나기까지는 배우 고민시(25)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

"제가 원작 웹툰의 굉장한 팬이거든요! 이미 웹툰을 다 본 상태였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은유 캐릭터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사실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감독님 말도 듣고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캐릭터를) 스스로 납득하려고 노력했어요."
 

'스위트홈' 배우 고민시 [사진=넷플릭스 제공]


원작 웹툰의 열렬한 팬이었던 고민시는 누구보다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시청자들이 이질감 없이 은유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했고 스스로 은유에게 여러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후반부에는 은유를 위해 추가 신을 촬영하기도 했어요. 정재헌(김남희 분)이 윤지수(박규영 분)를 위로해주고 동시에 은유의 가족과 과거의 이야기가 풀어지는 신이죠. 원래 대본에는 없었는데 이응복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은유의 전사가 보이길 바란다'라고 의견을 내 추가되었어요. 시청자들도 은유가 왜 이렇게 냉소적으로 변화했는지 이해해주실 거라 판단했죠. 은유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애정이 깊어요."

원작과 달라진 것 중 하나가 바로 은유와 은혁의 관계. 원작과 달리 은유가 은혁의 가정에 '입양'되며, 늘 티격태격하는 앙숙 같은 사이로 변화했다. 두 사람의 남다른 케미스트리에 일각에서는 '사약 로맨스'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사약 남매'라는 애칭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하지만 촬영할 때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고 피는 섞이지 않았으나 정말 남매 같은 사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스위트홈'을 총 8번이나 시청했다는 고민시는 시청자들이 은혁과 은유를 '사약 남매'라 부르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로맨스를 읽지 못했지만 여러 번 반복 시청하며 "아, 이런 부분에서 그런 반응을 얻었구나" 깨닫기도 한다고.

"남매가 아니라 연인 같다는 반응에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어요. 하하하. 감독님께서 워낙 멜로 연출에 능한 분이라, 섬세하게 감정을 끌어내 주셔서 그런 것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사약 로맨스'라고 불리며 인기가 많아지니 기분 좋아요. '사약 로맨스'로 아쉬운 분들이라면 차기작(고민시는 이도현과 드라마 '우얼의 청춘'으로 재회할 예정)을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스위트홈' 배우 고민시 [사진=넷플릭스 제공]


고민시의 케미스트리는 현수(송강 분)와도 터졌다. 극 초반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현수를 막아서고 그린홈 주민들에게 '도구'로 이용되는 현수를 대변하던 것도 은유였던바, 시청자들은 은유와 현수의 로맨스에도 큰 기대를 드러냈다.

"현수와 처음 만나는 건 옥상이었죠. 후반부 은유의 전사가 드러나며 그가 겪은 아픔이 드러나는데 현수와의 관계성도 여기에서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은유는 현수를 지켜주고 싶어 해요. 그런 마음을 시청자분들도 느끼신 것 같아요."

고민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가 얼마나 이응복 감독을 신뢰하고 애정하는지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이 감독을 '귀인'이라 부르는 그는 '스위트홈' 캐스팅부터 촬영할 때까지 무조건 믿고 따르려 했다고 설명했다.

"오디션 당시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냐'고 물으시기에, 실은 유리(고윤정이 맡은 역)가 탐난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은유 역이 저와 잘 맞을 거라고 하셨어요. 말로 싸우는 캐릭터인 데다가 발레 전공이라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며 겁을 주셨죠. 저는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했어요. 감독님은 제게서 은유의 어떤 점들을 보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이 감독은 고민시에게 자유롭게 연기하기를 지시했다. 애드리브도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설명이었다. 앞서 '마녀'에서도 고등학생 명이를 연기했던 그는 실제 고등학생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마녀'에서도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펼친바 있어, '스위트홈'에서도 겁먹지 않고 애드리브를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응복 감독님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열심히 캐릭터 연구를 하면서 튀지 않되 자연스레 애드리브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편안하게 날것의 표현을 할 수 있었어요."
 

'스위트홈' 배우 고민시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이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한 고민시의 애드리브는 그야말로 은유,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상욱(이진욱 분)이 은유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가자 육두문자를 날리는 모습이나, 그린홈 주민들이 괴물이 나타났을 때를 염려해 시뮬레이션하자 손뼉을 치며 비꼬는 모습 등이었다.

"감독님께서 그런 모습을 좋아해 주셨어요. 특히 그린홈 주민들끼리 시뮬레이션을 할 때, 지수가 그물에 잡혀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호우!' 소리치며 손뼉을 치는 모습을 즐거워하셨죠. 리허설 때 저의 애드리브를 보고 '그 장면, 실제 촬영에서도 꼭 해달라'고 하셨어요."

'스위트홈'은 인물 내면의 욕망이 뒤틀리며 괴물화가 진행된다. 은유에게 혹은 고민시에게 '괴물화'가 진행된다면 무엇을 중심으로 변화할 것 같은지 물었다.

"은유라면 '발레'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으니 발레 괴물이 될 거 같아요. 음, 실제 저라면…사주 괴물? 하하하. 최근에 사주에 굉장히 관심이 커져서요."

현실적인 학생이었던 고민시는 "얼른 취업해서 안정적으로 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라는 꿈을 꾸긴 했지만 "꿈은 그저 꿈"이라고 생각해왔다. 웨딩 플래너 일을 시작하며 많은 이들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거쳤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살다가는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해 무작정 상경했다. 멀쩡히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연예계에 뛰어들었지만, 스스로에 관한 믿음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절실하게 꿈꾸고 노력하면 그래도 길은 열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힘든 길을 가더라도 후회하는 것보다 낫겠죠. 물론 지금도 힘든 순간이 많아요. 하지만 현장에서 연기하는 건 짜릿하고, 팬들의 응원은 굉장한 힘이 돼요."
 

'스위트홈' 배우 고민시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내면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주'에 관심이 많다던 것이 떠올라 "웨딩 플래너를 하던 당시, 배우 활동에 관한 좋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결단이 선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배우를 꿈꾸던 때에는 사주에 큰 관심이 없었다"라고 대답했다.

"배우 일을 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사주에 관심 많은 분이 계셔서 저도 서서히 알아가게 됐죠. 예전에 우연히 사주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직업에 두 개의 갈림길이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할 거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어요. 그때가 아마 인생의 전환점이지 않았을까요?"

'스위트홈' 이후에도 고민시의 '열 일' 행보는 이어질 예정. 드라마 '오월의 청춘' '지리산' 등에 캐스팅된 상태다.

"작품마다 이미지 변신이 능하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기분 좋아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든 '저 친구 연기는 볼 때마다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러려고 노력 중이고요. 언제든 제 작품을 보시며 '고민시가 정말 잘했지' '저 때 참 예뻤다'라며 추억하시면 좋겠어요. '롱런'하는 배우가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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