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법정 약속으로 준법위 활동 더욱 힘 실었다... 4세 경영 포기 등 재차 ‘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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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장문기 기자
입력 2020-12-3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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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권 승계·무노조 언급 없게 할 것"

  • 전문가들 "경영 불확실성 제거해 줘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권고안을 지킬 것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다시 한번 약속했다.

앞서 지난 5월 공표했던 ‘준법경영 실천’, ‘노조 활성화’, ‘4세 경영 포기’ 등이 키워드다. 공적인 기록이 남는 재판정에서 준법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모든 것이 저의 불찰 ,제 잘못, 제 책임”
이 부회장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 제 잘못, 제 책임”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4년간 재판은 소중한 성찰의 계기가 됐고 다른 무엇보다 삼성과 저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준법위가 생겼다”며 “스스로도 준법경영의 변화를 실감하고 최근 회의들을 그 전과 비교하면 이전에 하지 않는 질문들도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밝혔던 변화의 약속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제 아이들의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등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다”며 “준법감시 틀 안에 있는,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책임지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결심공판에서 상대적으로 구형량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도 높게 준법위의 감시를 받겠다고 다짐한 셈이다. 준법위의 실효성에 대해 제기된 의심을 잠재우려는 포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1·2심에서 구형(징역 12년)보다 낮은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대법원 일부 무죄 확정을 고려한 결과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법정 최후진술이 법적 구속력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재판장은 물론 사회와 약속을 한 것과 같기 때문에 이를 뒤집고 다른 행보를 하면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재판장의 권고에 따라 지난 2월 준법위를 꾸렸다. 준법위는 삼성 외부의 독립된 조직으로, 삼성전자·물산·생명·SDI·전기·SDS·화재 등 7개 주요 계열사와 협약을 맺고 위법 사항을 점검·조사하거나 시정 권고를 하는 준법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판장은 이 같은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된다면 이는 '범행 후의 진지한 반성'에 해당해 이 부회장의 양형 조건, 즉 감형 사유 중 하나로 고려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실효성 여부에 대한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 내년 초 예정된 최종 판결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준법위 실효성 범위 엇갈려... “총수 경영 특화” vs “선제 예방 불가”
전문가들은 준법위의 실효성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하고 있다. 재판부가 지정한 전문심리위원 3명의 최근 준법위 점검 결과 발표가 그 방증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의 추천을 받은 김경수 변호사는 높은 점수를 줬다.

김 변호사는 당시 “최고 경영진이 (과거와 다르게) ‘영업활동’이 아닌 ‘준법감시 관련 사항’에 높은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며 “강화된 준법감시제도와 총수의 준법의지, 그룹 내부의 준법문화라는 ‘3요소’의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했다.

반면에 특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김 변호사와 결을 달리하고 있다. 그는 “준법감시조직은 일상적 준법 감시와 대외 후원금 심사 등 이 사건(국정농단 사건)에서 문제가 된 위법 행위에 초점을 맞춰서 활동하고 있다”며 “향후 발생 가능한 위험을 정의하고 선제적으로 예방 활동을 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으로 추천했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준법감시조직에 의한 최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준법감시조직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위법 행위를 저지르기란 과거에 비해 어려워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재계·학계 “정도 차이일 뿐 실효성 있어... 경영활동 제약 말아야”
일단 재계와 일부 학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약속을 지킬 것을 대국민 사과와 법정 최후진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짐한 만큼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줘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준법위 전문심의위원이 공통적으로 준법위의 실효성을 ‘어느 정도’ 수준은 인정하고, 그 정도의 차이에 대한 이견만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전면배제하고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준법위는 일각에서 지나친 경영 간섭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삼성에 그간 많은 요구를 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이를 충분히 수용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의 국정농단 사태 연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와 증여세 등으로 인해 불거진 것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며 “이번 기회에 기업과 사회, 모두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준법위는 출범 이후 지난 8개월 동안 안건 833건을 처리하면서 의견제시 129건 등의 조치를 했다. 이 부회장의 노조 활동 보장, 4세 경영 포기 등도 이에 포함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30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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