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작과 드라마 사이…이진욱이 그린 '스위트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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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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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편상욱 역의 배우 이진욱[사진=넷플릭스 제공]

'스위트홈' 편상욱은 험악한 인상과 말투로 그린홈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남자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 괴물에게도 거침없이 주먹을 꽂고, 썰렁한 개그로 주민들에게 외면받기도 한다.

인기 웹툰 '스위트홈'을 시리즈화 한다고 했을 때 편상욱 역에 배우 이진욱(39)을 떠올리는 이들은 없었을 거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너를 사랑한 시간' 등 로맨스 장르에서 활약해왔던 이진욱에게 '스위트홈' 편상욱은 너무나 거리감 느껴지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저조차도 놀랐죠. '제가 편상욱 역을요?' 개인적으로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편상욱 역을 보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잖아요. 덩치도 크고 위압감을 주는 배우들이요. 제안을 받고 어리둥절해하는 저를 보며 이응복 감독님께서 '그런 배우들이 연기한다면 너무 뻔할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연기했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을 원하신다면서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편상욱 역의 배우 이진욱[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감독 이응복)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 그린홈에서 겪는 기괴한 일들을 담았다. 내면의 욕망으로 인해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세상, 철거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 주민들은 괴물과 맞서 생존 투쟁을 벌인다.

"배우로서는 기쁜 일이죠.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 다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대중의 입장과 연출자의 선택이 중요하니까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성사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는데 이응복 감독님의 용기와 저의 의지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전형성을 탈피하려던 이응복 감독과 이진욱의 노력은 통했다. 지난 18일 '스위트홈' 전편이 공개된 뒤 이진욱에 관한 칭찬이 쏟아졌다.

"작품 공개된 뒤 좋은 반응이 많이 보여서 안도했어요. 저에 관한 좋은 평가도 있어서 기분이 정말 좋죠. 행복하고요. 일반적으로 이진욱을 생각했을 때 선뜻 떠올리지 못하는 캐릭터였는데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작품엔 담기지 않아도 그의 삶이랄까, 인생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고 고민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편상욱 역의 배우 이진욱[사진=넷플릭스 제공]


'스위트홈'은 이진욱의 연기 욕심을 자극할만한 작품이었다. 개개인이 가진 욕망이 발현되어 괴물로 변화하는 과정은 연기자들에게 충분히 매혹적인 소재이자 서사였으니까. 게다가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어 온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니. 더할 나위 없었다.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설정이나 과정이 드라마틱했고 제 마음을 크게 흔들었어요.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현대 사회를 잘 보여주기도 했고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라면 잘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죠. 게다가 이응복 감독님과 함께라니!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감독님이었으니까요."

연기에 관한 갈증과 열정이 큰 만큼 겁도 많이 났다. 섣부르게 접근했다가 작위적이라는 인상만 남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였다. 그는 이응복 감독을 믿고 의지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편상욱이라는 인물을 그려나갔다.

그리하여 원작과는 다른 편상욱이 완성됐다. 얼굴의 절반을 덮는 흉터와 걸음걸이 등으로 원작 속 쾌남의 이미지를 지우고 누아르적 느낌을 강조했다.

"흉터 분장은 어디까지 할 건지도 고민했어요.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상반신 정도 분장을 했죠. 분장보다 지우는 게 더 힘들었어요. 하하하. 걸음걸이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는데 무게 중심을 낮게 두려고 했던 것 같아요. 편상욱이라는 인물을 설계할 때 잭 런던 소설 '야성의 부름'을 많이 참고했어요. 주인공 벅의 이미지를 차용해 움직임을 만들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편상욱 역의 배우 이진욱[사진=넷플릭스 제공]


이진욱은 2003년 광고 모델로 데뷔해 17년째 연기 생활을 해오고 있지만 '스위트홈'으로 신인 배우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데뷔했을 때처럼 떨린다"라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진 않았다.

"짧은 시간 안에 피드백이 쏟아지니까요. 굉장히 떨려요. 찾아보는 편이 아닌데도 주변에서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자꾸 눈에 띄더라고요. 개봉 전보다도 지금이 훨씬 더 떨려요."

작품에 관한 반응이 좋다 보니 자연스레 시즌2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진욱 역시 시즌2에 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드라마가 10부작이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아쉽게 설명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어요. 만약 시즌2가 제작된다면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의 발전, 과정 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시즌2를 통해 그런 감정을 연기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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