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 이후 장수사회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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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0-12-2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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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2020년은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전세계가 피폐해졌다. 연초부터 시작된 COVID-19 팬데믹은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오고 사회를 마비시키며 연말에는 7천만명이 넘게 확진되고 160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어 세상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백신 개발 성공이 연이어 보고되면서 일말의 희망을 불러오고 있지만 아직은 그 해법이 막막한 형편이다. 그러나 인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팬데믹을 슬기롭게 해결해 왔고 근래에는 의학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극복해낸 경력을 지녔기에 이번의 사태도 이겨낼 수 있음은 당연한 기대이다.

그러나 백신이 전세계에 일반화되려면 아직 요원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다급하다. 더욱 팬데믹에 의한 사망자의 폭발적 증가는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엄중한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특이하게도 노인들의 치사율이 젊은이들보다 거의 100배가 넘는 고령자특이적 패턴을 보이면서 인간의 수명증가와 장수사회의 진입이 당연시되어왔던 인류발달사의 세계적 흐름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은 신화시대부터 불로장수를 염원하며 거주지역에 대해서도 특별하게 불로촌이라는 공간을 상상하여왔다. 에덴, 파라다이스, 딜문, 헤스페리데스, 아틀란티스, 비미니, 요지, 샹그릴라, 무릉도원, 수미산, 봉래산, 십승지 등등 문화권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 왔다. 이들 불로촌이 지향하는 가장 큰 목표가 질병이 없고 배고프지 않으며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가족과 이웃과 함께 오래 누릴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은 모두 공통이다. 이런 공간은 혼자 생명을 부지하는 곳이 아니라 반드시 가족과 이웃이 함께 건강하게 장수하는 곳이라는 점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공동체사회를 상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구현하려는 욕구는 인류발전의 근본동력이었다.

인류는 일가족 중심으로 자연부락을 구성하거나 특별한 신념이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인위적 공동체를 이루며, 물물교환이나 생산이 편리한 곳을 선택하여 고유한 습관과 문화를 이루며 도란도란 살아왔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인구 집중이 일어나고 도시화되면서 기존의 질서와 문화와는 다른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지구촌에 닥쳐온 팬데믹은 이러한 인류의 거주공간의 생태문제를 크게 부각하고 있다. 인구밀집 공간이 위험공간으로 지목되었고 이에 따라 종교시설 요양시설 유락시설의 문제점이 부상하면서 밀집, 밀폐, 밀접이 없는 자연 공간의 중요성이 새롭게 강조되고 있다.

또한 이번 팬데믹에서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가 국가와 문화권에 따라 천문학적인 차이가 나는 현상은 거주공간의 문화적 특성이 매우 중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팬데믹의 경우 당장 특효치료제가 없고 예방백신이 없는 경우 일상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의 보호활동 특히 마스크 착용과 같은 행동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고 당연한 사회적 요구사항이다. 그러나 이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고 준수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 구미권의 사례들을 보면서 문화의 차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인구 오천만명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여느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가는 물론 지역봉쇄도 하지 않고 COVID-19 팬데믹에 성공적으로 대응해온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 외신들은 우리나라의 대응태세를 관 산 학 민의 혼연일체적인 노력의 성과로 높게 평가하고, 대비적으로 선진국이라는 구미권은 민의 참여부족, 관의 일관성 부족 때문에 실패하였다고 지적하였다. 국민들이 개인의 희생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켰기에 팬데믹 확산을 방지하고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우리 국민들이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서로를 지키고 돌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두레마을 정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두레 정신이란 덕업상권(德業相勸), 과실상규(過失相規), 예속상교(禮俗相交),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약속을 마을주민들이 함께 하여 문화적 사회적 질서를 이룬 것이다.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나쁜 일은 서로 말리고, 예의는 서로 나누고, 어려움은 서로 돕는다는 원칙은 주민들이 서로서로 양보하고 도우며 살기 좋은 세상을 이루려는 약속이었다. 이러한 향약은 중국의 여씨향약이 원조라지만 우리나라에서 큰 결실을 맺었다. 정암이 노력하였고, 퇴계가 예안향약, 율곡이 해주향약들을 보급하여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빠른 문종1년(1451)에 이미 광주에서 필문 이선재가 양과동향약을 이끌었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 선조들의 가슴에 오랜 전통으로 깊이 새겨져 흘러왔다. 따라서 우리 민족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 뭉쳤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으며, 이번의 코로나 사태에서 한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고 본다. COVID-19 팬데믹의 1차 폭발을 슬기롭게 이겨냈고 2차폭발 또한 전세계 유래가 없게 성공적으로 대처하였고 최근의 3차폭발 또한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대동적인 두레마을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장수사회로의 진입하는 분기점에서 마주치게 된 COVID-19 팬데믹은 장수사회의 미래에 대하여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고령사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팬데믹을 예방하고 치료하여야 하지만 그 이전에 적절한 거주공간에서 주민들의 상호배려의 공동체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팬데믹이나 환경적 재앙이 언제든지 닥칠 수 있으며 그 모든 경우 해법은 과학기술에 앞서 주민들의 상호배려의 정신이 우선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선조들이 보여준 각자가 자신만을 위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개인의 불편을 감수하고 남에게 양보하고 절제하며 생활해온 전통의 가치와 의미가 크게 빛나고 있다.

팬데믹 사태는 장수사회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인류에게 밀집 밀폐 밀접을 피할 수 있는 공간에서 구성원들이 상호배려의 공동체 삶을 살아가기를 요구하고 있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보다 두뇌와 체구가 모두 컸던 네안델탈인들이 밀려나게 된 이유도 이러한 공동체의 규모와 운용의 묘에 차이가 있었다는 가설은 원초부터 공동체의 질서가 인류 생존의 절대 조건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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