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보고]‘영광 뒤 찾아온 상처’...베트남 다낭은 지금 숨고르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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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0-12-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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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80%이상 급감...市세수 절반도 못미쳐

  • 지역감염자, 태풍피해 등 연이은 악재로 도시는 내수경기는 침체

  • 4일, 다낭 스마트시티 로드맵 열려...‘새로운 성장동력 모색’

  • 헬스케어, IT 등 유망분야 꼽혀...다낭, 제2도약 기회 노려

다낭시 미케비치 해변[사진=김태언 기자]

5일 다낭의 미케비치(Bãi Biển Mỹ Khê). 세찬 바람에 넘실거리는 파도와 함께 굵은 빗줄기가 내렸다. 함께 간 일행은 벌써 3일째 비가 내리는 것이라며, 비바람이 몰아치면 지난번과 같은 강력한 태풍이 또 올까 걱정부터 앞선다고 했다.

잠시 날이 갰을까. 햇빛이 다시 쨍쨍해지자 이윽고 멀리서 한 외국인 일행이 나타났다. 궁금한 참에 그들에 말을 걸었다. 구소련 연방이었던 벨로루시에서 온 주재원 부부였다. 도스토프키(35)씨는 본인이 다낭에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벨로루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벨로루시 관광객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한참 전에 떠났지만 본인들은 현지 정부와 합작한 IT기업 주재원이라 현지에 그대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매년 12월. 이맘때쯤이면 다낭은 여행성수기라는 특수를 누렸다. 한·중·일 러시아 등 북반구 국가의 겨울이 시작되면서 각국의 여행객들이 이 지역으로 쏠렸던 탓이다. 특히 아시아 최대길이를 자랑한다는 미케비치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소문나 연인원 수십만에 달하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고 한다고 한다.

하지만 영광 뒤 찾아온 상처였을까. 다낭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지 이제 1년. 바람에 휘날리는 일부 구조물들과 주변의 짓다가만 건물들이 덩그라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국인이 특히 많이 찾아 해변가의 수 많은 식당들 앞에 놓여졌다는 한국어 간판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일부 식당들만이 베트남어 입간판을 내세우고 현지 영업을 시작하려는 듯 막 불을 켜고 있었다.
 
◆다낭, 코로나 이후 두 번의 위기를 겪다...“남은 한인은 불과 100여명 남짓”
다낭은 올해 또 다른 두 번의 위기를 맞았다. 이미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고도 지난 7월 발생한 다낭발 제2차 코로나 확산과 10월 태풍·홍수 피해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 여파로 중단된 이후 다낭과 중부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베트남인은 베트남을 간다’라는 정부주도의 내수경제살리기 프로젝트였다. 항공·여행·호텔업계도 이에 적극동참해 반값 할인과 각종 여행프로모션을 내놓았다. 다시 다낭의 관광객들은 점차 늘어갔고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다낭의 경기가 다시 회복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바로 딱 이때. 공교롭게도 다낭에서 수개월 동안 잠잠하던 코로나19 베트남 내 지역감염자가 나왔다. 여기에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들이 재차 발생하면서 다낭시가 혼돈에 빠졌다. 결국 관광객들이 철수하고 도시는 다시 텅 비게 됐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즉각 다낭에 제일 강력한 3단계 사회적거리두기 정책을 취하고 도시 봉쇄령을 선포했다. 재차 영업을 시작했던 호텔과 식당 여행사들이 또 다시 문을 닫았다. 이때 그나마 희망을 품고 남아있던 한국인들도 다시 하노이와 호찌민 등지로 창업과 일자리를 찾아 대부분 떠났다고 한다.

어렵게 만난 한인가이드 A씨는 “한때 2만여명에 달하던 다낭 교민은 이제 채 100여명 남짓이라며 그마저도 주변 공단 등지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현지의 한국인가이드는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근 1년 사이 전혀 수입이 없었다며 그간 모아둔 돈으로 일단은 버티고 있지만 곧 새로운 직장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10월과 11월 사이에는 다낭과 중부지역에 자연재해가 몰아쳤다. 매년 오는 태풍과 홍수였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매서웠다. 현지언론은 단기간에 태풍들이 연이어 몰려오면서 집중호우가 발생했고 이는 지난 1991년 이후 최악의 재해피해라고 보도했다. 당장 코로나19 이후 세수가 절반이나 줄어든 다낭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긴급지원 요청을 했다. 중앙정부는 긴급예산을 편성하고 의료진과 물자들을 보냈다. 현지 주요기업들과 한국기업들은 아직까지도 다낭 등 중부피해 지역에 피해성금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다낭에 3년간 거주했다는 교민 김진모(32)씨는 특히 현지에 정착한 한·베가정들의 피해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낭 한인단톡방 등지에서도 많은 피해 사례가 알려졌다며 중앙정부에서 복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워낙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하고 많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10월부터 시작된 홍수피해로 최소 120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여만명 이상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또 다낭과 각 중부지역을 잇는 주요 도로와 발전소 들이 소실되는 등 총피해액은 약 40조동(약 1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40조동은 다낭 등 중부지역의 지난해 총생산의 2배를 넘어서는 것이고 자연재해 피해액으로는 이 지역 최대치다.
 
◆다낭. 스마트도시를 꿈꾸다...“신성장동력 발굴과 수익 다변화에 주력해야”
지난 4일, 다낭 힐튼 호텔에서는 모처럼 대규모 행사가 개최됐다. 어렵고 무거운 상황 속에서도 아주 오랜만에 다낭에서 유의미한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다낭무역관이 주최하고 다낭시 인민위원회가 후원한 ‘다낭 스마트시티 로드쇼행사’가 양일간에 걸쳐 열렸다. 이번 행사는 다낭시가 신성장동력으로 활력을 북돋고 차기 다낭 스마트도시의 미래비전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마트시티는 베트남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중점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다. 이미 하노이와 호찌민은 ‘스마트시티 2030’ 비전을 수립하고 공유서비스, 5G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낭은 무엇보다 이 지역의 관광문화자원을 활용한 스마트시티라는 점에서 하노이 호찌민과 또 다른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었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한 연사는 다낭 스마트시티의 여러분야 중에서도 두드러진 점은 헬스·의료분야라고 했다. 그는 다낭 근처의 후에(HUE)시 의대는 의학계열에서 명성이 자자하고 또 다낭과 중부지역의 휴양도시들은 헬스케어라는 이미지와도 잘 맞아 큰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낭시에만 16개의 병원이 있다. 지난 코로나 사태에도 다낭시가 생각보다 이를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나름확보된 이 같은 의료 인프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성녕 코트라 다낭무역관장은 관광도시인 다낭시가 정기노선 중단으로 내수경기가 크게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 경제로 시의 경제는 여전히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낭시 주변에만 8개 산업단지가 조성돼있고 다낭IT파크 등 신규단지도 3곳이 건설 중이라며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이 다낭시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더 이상 관광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에서 이번 로드쇼를 위해 다낭에 방문했다는 한 참가자는 오래간만에 다낭의 협력사들과 친목을 다지고 다낭 지방정부와 다낭총영사관, 코트라 다낭무역관 등과 온라인이 아닌 대면으로 소통할 수는 자리가 마련돼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좋은 소식도 들렸다. 코이카 베트남사무소는 다낭 스마트신도시 등 등 중부지역에 향후 5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하노이와 호찌민을 중간에서 잇는 다낭의 경제권역 활성화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코이카 또한 베트남 정부의 방침에 따라 중부지역의 잠재력과 낙후된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공적개발원조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LG전자도 지난 7일 다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한국기업으로는 최초로 이 지역에 개소했다. 삼성 등 한국 대기업들이 주로 하노이나 호찌민에 연구거점을 두는 것에 반해 색다른 선택이다. LG전자 베트남법인은 한-베 ICT대학 등 이 지역의 풍부한 인적자원을 이용해 향후 다낭 R&D센터가 다낭과 중부지역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낭, 내년에는 새로운 도약 기대...“베트남 대표관광지로 명성이어갈 것”
다낭 출장의 마지막 날 저녁. 길고 긴 미케비치 해변 중심에 붉은 석양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낭시 고층건물에서 바라본 다낭 만과 다낭을 가로지르는 한강(Sông Hàn)의 고즈넉한 모습은 왜 이곳이 세계에서 이름난 명소로 거듭났는지 그대로 말해주는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다낭 빈컴몰 등 시내 중심에서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둘씩 불을 밝혔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밝혀지는 이 불빛들이 그래도 희망은 이어진다는 하나의 메시지같이 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다낭시민들의 웃음이었다. 지난 1년. 연이은 악재와 고충에도 다낭시민들은 모두 베트남의 대표관광도시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여전히 외국인에 대한 환대와 친절을 잊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들이 단순한 관광문화라는 부존자원을 넘어 다낭시를 가장 강력하게 하는 매력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시작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어느정도 진정된다면 다낭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옛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 여파에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던 다낭을 기억하며, 내년에는 다시 한번 더 큰 웃음들이 다낭에서 만발하기를 기대해본다.

 

4일 호이안 구시가지의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째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사진=김태언 기자]

다낭 힐튼호텔에서 바라본 다낭시의 전경.[사진=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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