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키코 배상 국면…우리·씨티 이어 신한은행도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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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12-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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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사태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일부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보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배상 권고를 받은 다른 은행들에도 기류가 확산될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신한은행은 "키코 분쟁과 관련된 법률적 책임은 없으나 금융회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중소기업의 현실 등을 감안해 보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측은 기존 대법원 판결 및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의 법률 의견을 참고하고 개별 피해기업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상기준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보상 금액이나 대상, 기한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사전에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2007년 환위험 헤지를 목적으로 국내 14개 은행과 800~900개 수출 기업들은 다수의 키코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약 2조5000억원대의 손실을 입게 됐다. 이에 일부 피해기업들은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 판매과정에서의 사기성, 환율상승 시 손실확대 리스크 미설명 등을 이유로 은행에 피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2013년 대법원이 계약 과정에서 불공정성과 사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하며 키코 사태의 법적 절차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8년 취임 직후 키코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갈등은 계속됐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 6개 은행(신한·KDB산업·우리·씨티·하나·대구)에 피해 기업 4곳의 손실액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은 금감원의 권고를 수락하지 않았다.

기류가 바뀐 것은 최근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피해기업 일부를 대상으로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보상금 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150억원)까지 권고 수용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들에도 수용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관련 사항을 내부 검토 중이나 배상 여부에 대해서 결정된 사항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산업은행이 '키코 배상 불가' 입장을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배임과 상관없이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배상을 한다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 신중한 판단 아래 금감원 결정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강경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 5월 종료되는 임기 내에 사태를 매듭짓겠다는 윤석헌 원장의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원장은 유명순 씨티은행장 취임 직후 독대해 배상을 당부하기도 했다. 키코 분쟁 해결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키코 피해기업들이 구성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신한은행과 씨티은행의 보상 움직임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공대위 측은 "늦게나마 금감원 배상 권고를 수용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솔선수범을 한 것을 환영한다"며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6개월 이상 공전해 온 은행협의체를 즉시 가동해 은행들의 배상이 공식적으로 실행되도록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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