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지급액 1조 아래 '착시효과'...도소매·숙박음식업 고용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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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20-12-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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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1월 실업급여 지급액 두 달 연속 1조원 밑돌아

  • 숙박·음식업 등 단기 일자리, 실업급여 대상자 빠져...실제 실업자 더 많다

  • "월별 취업자 증가, 공공 일자리 급증 등 착시현상"

붐비는 실업급여 설명회장 앞[사진=연합뉴스]

실업자에게 주는 구직(실업)급여 지급액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1조원 아래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충격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 숙박·음식업종 등 일자리 취약계층 노동자 다수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 대상자에 빠져 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1~11월 실업급여 총 지급액은 11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이들 취약계층이 통계에 포함됐다면 실업급여 지급액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두 달 연속 1조원을 밑돌았다는 월별 통계로 코로나19 이후 고용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14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11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91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9946억원으로 처음 1조원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지급액은 더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직급여 지급액을 월별로 보면 지난 5월 1조162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6월 1조1103억원, 7월 1조1885억원, 8월 1조974억원, 9월 1조1663억원으로 5개월 연속 1조원을 웃돌았다.

그러다 지난 10월 실업급여가 처음 1조원 밑으로 내려갔을 때 고용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영향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자영업자나 임시일용직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지 않겠나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10월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면서 자영업, 비정규직 등의 실업자 수가 반짝 감소했고, 실업급여 지급액도 줄었다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어서 그나마 고용 통계 데이터를 뽑을 수 있는 축에 속한다. 구직급여는 정부가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에게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고용보험 가입자만 실업급여를 탈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종사자 중 단기 일자리 노동자는 실업자가 됐어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할뿐더러 고용 통계에 속하지 않아 정확한 수마저 알 수 없다. 두 달 연속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는 월별 통계로 이들이 고용을 유지하고, 일자리 취약계층의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전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실업급여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1월 기준 9만명으로 전년동월(8만6000명) 대비 4.6%(4000명) 늘어났다. 실업급여를 탄 사람도 60만6000명으로 전년동월(41만2000명) 보다 47.1%(19만4000명) 증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1만5300명)에서 가장 많았고, '도소매'(1만1800명), '건설업'(1만700명), '사업서비스'(9100명), '숙박음식업'(7800명) 등 대부분 코로나19 피해가 큰 업종들이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실업급여 총 지급액은 10조8941억원으로 12월까지 누적 지급액은 12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정부의 실업급여 총 예산 12조9096억원을 거의 소진하는 수준이다.

정부도 내년 초 단기 일자리 위주로 고용 상황은 더 나빠져 실업급여 지급액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3차 확산세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숙박·음식업 등의 실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12월 계약이 완료되는 단기 일자리도 많아 내년 1월부터 다시 실업급여 지급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0년 11월 노동시장 동향[자료=고용노동부]

지난달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전년에 비해 40만명 가까이 늘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대부분이었고, 숙박·음식업 등의 취업자 감소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429만9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39만4000명(2.8%)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의 월별 증가 폭으로는 지난해 12월(42만8000명) 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이 989만6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41만1000명(4.3%) 증가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정부와 지자체 일자리 사업을 포함한 공공행정에서만 고용보험 가입자가 20만5000명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숙박·음식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2만3000명 줄어 감소폭이 10월(2만2000명)보다 커졌다. 택시와 전세버스 수요 급감 등의 영향으로 운수업 가입자도 9000명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후 고용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업자가 늘어난 가운데 취업자가 급증한 것은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의 일자리가 그만큼 많이 증가했다는 의미고, 월별 취업자 증가도 공공 일자리 급증 등 일시적 요인이 겹쳐 생긴 착시현상"이라며 "취약계층 위주로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받다 다시 일자리를 찾는 현상이 반복될수록 실업급여 지급액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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