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2월…수능 이후 학군지 '불전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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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0-12-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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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가 대학 붙어도 계약갱신청구…인근 가격 오른 탓

  • 신학기 앞둔 신규 유입은 늘어…대치·개포 등 상황 비슷

내년 2월은 서울 대치동 등 학군지 전셋집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일 전망이다.

통상 수능이 치러지면 두 달 뒤쯤 당락이 가려지고 움직임이 활발해지는데, 대학에 합격해도 기존 전셋집에 남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반면 신학기를 앞둔 신규 유입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학에 합격하면 대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학군지로 들어와야 하는 수요자들은 눈을 크게 낮춰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아파트 입주를 희망했지만 빌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날 거라는 관측이다.

3일 서울 대치동 M중개업소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고 어느 정도 학교가 정해지는 2월이면 전셋집 품귀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수능이 11월에 치러지면 이듬해 1월쯤 전셋집 찾기가 힘들었다. 나가려는 사람들보다 신규 유입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대치동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른 상황이어서 품귀 현상은 예년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대치동에 조합설립이 안 된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2년 실거주를 결정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들어오려면 무조건 2년 실거주를 전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코로나19 등으로 해외유학이 어려워진 점도 학군지 전셋집 품귀에 불을 붙였다는 설명이다. M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유학을 가긴커녕 외국에 있던 학생들도 국내로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치동의 전세 품귀 현상은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으로 전세매물은 110개, 월세는 235개로 총 345개다. 지난 6월 3일 전세물건이 1781개, 월세 1257개 등 총 3038개인 것과 비교하면 불과 6개월 만에 88.6%나 줄어든 것이다.

제로 매물 단지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대치동 G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이 생기면서 은마아파트 전·월세 물건이 제로(0)인 상황"이라며 "전·월세 물건이 나오면 연락 달라는 사람이 스무팀이나 된다. 전부 현 은마 거주자다. 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며 나가달라고 했는데, 자녀들이 이곳에서 학교·학원을 다니니 멀리는 못 가고 아파트 안에서 이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인이 부르는 게 가격"이라며 "그 가격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들어오고 못 들어오면 포기해야 한다. 가격을 협상할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치동과 나란히 강남 학군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개포동 역시도 사정이 비슷하다. 개포동 W중개업소 관계자는 "학군지에 있다가 (자녀가 입시에) 성공해서 밖으로 나가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은 이런 분들조차도 그냥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서 한 번 더 살자고 한다. 다른 곳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버렸기 때문"이라며 "부득이 들어와야 하는 분들은 아파트를 희망하면서도 빌라로 하향해서 가는 경우가 있다. 대치, 도곡, 일원, 역삼 등 인접한 다른 학군지도 똑같이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집의 수준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통 학군지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025년부터 내신 절대평가, 고교 학점제를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학군을 위해 대치동에 터를 잡았다는 학부모 A씨는 "그동안 학부모들이 학군지로 섣불리 이사를 하지 못했던 건 고등학교 때부터 상대평가가 적용되기 때문"이라며 "2025년 이후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학군지에서도 내신성적을 쌓기 유리해진다"고 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사진 = 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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