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 한중 교류 물꼬 튼 이세기의 대중국책략과 남북통일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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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20-11-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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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 국제관…"외교에 선악은 없다 득실만 있을뿐"

  • 대G2(미국과 중국) 외교기본전략…用美用中 지혜가 필요

  • 대중외교 남북통일 기본책략…美中이 공동 1순위

  • 남북통일 비책…주한미군 주둔지역을 '남한'으로 묶어라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지난 11월 24일 별세한 고(故) 이세기 한중친선협회장(전 통일부 장관)은 한·중 수교의 물꼬를 연 최고의 중국통이자 정치인이자 대학자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며 필자는 25년간 사부로 모시며 전수받은 대중국 책략 및 남북통일 비책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25년간 고인을 300회 이상 만나 뵙고, 베이징 체류 당시 같은 아파트동에서 1년간 거주했으며, 중국 각지를 30회 이상 수행하며 받은 귀한 가르침이다. 

◆기본 국제관…"외교에 선악은 없다 득실만 있을뿐"

이념은 짧고 민족은 길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모든 나라, 특히 19세기 이후 세계 각국이 내건 사상 이념 주의(ism) 따위는 오로지 자국의 '국가이익' 추구를 위한 깃발이나 구실일 뿐이라는 진실에 눈을 떠라! 세상에 착한 나라는 없다. 나라를 의인화(擬人化)하여 도덕·신뢰·이념·우의 따위를 기대하지 말라. 각국의 영원한 이데올로기는 국가이익이다. 외교에 '선악'은 없고 '득실'만 있을 뿐이다. 

◆대G2(미국과 중국) 외교기본전략…用美用中 지혜가 필요

(1) 한국은 현대 정치·군사·안보 면에서 미국과 가장 밀접한 나라면서, 역사·지리·경제·문화 면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다. 뿌리깊은 피해의식,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G2를 잘 활용한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약점이긴커녕,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보적 강점이 될 수 있다.

(2) 한국에게 미·중 양국은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택해야 하는 대체재가 아닌, 함께 할 때 더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보완재와 같다. 친미반중이냐 반미친중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강박관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용미용중(用美用中)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3)우리 한국은 미·중 이익이 교차하는 공통분모를 탐색 포착하고, 거기에 한국의 국익을 뿌리내리고 삼투시키게끔 하는 창조적 외교력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즉, 한국이 평화와 협력의 중심 축이 돼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대립적으로 쟁패한다는 뜻이 아닌 'G2(group of 2)'를 한·미·중 공동협력의 'C3(Cooperation of 3)'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통일에 도움이 되는 모든 걸 동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남북통일의 초석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외교 남북통일 기본책략…美中이 공동 1순위

(1) 남북통일과 현실적인 국익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을 공동 1순위로 하고, 3위 일본·4위 러시아, 또는 3위 러시아·4위 일본 순으로 해서 '미=중>일>러' 또는 '미=중>러>일'의 외교우선순위를 통일을 실현할 때가지 유지해야 한다. 특히 남북통일에서는 대중외교 우선순위가 대미외교를 앞선다. 잊지말라. 2차 세계대전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모두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합국이었다.

(2) 한·중관계와 한·일관계는 반비례한다. 이는 1592년 임진왜란부터 현재까지 변함없는 한·중·일관계 불변법칙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중 가장 강력한 항일민족주의자다. 반도국가 한국은 중국과도 일본과도 친해질 수 있지만, 대륙국가 중국과 섬나라 일본은 마음으로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 한·중·일 3국 공존공영 평화관계 유지가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같다. 한국에게 미·중 양국은 보완재일 수 있지만 중·일 양국은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다.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하는 대체제의 문제다. 현실적인 국익 차원에서 일본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3) ‘경제는 온탕, 정치는 냉탕’으로 잘못 각인돼 온 한·중 관계는 사실 북·중 관계보다 경제·사회·문화 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긴밀해지고 있다. 중국에 가까운 나라는 한국보다 북한이라는 인식은 1970년대 냉전시대 사고방식에 기반한 오래된 잔상이거나 위험한 착각이다. 중국의 대외전략에 관해 한·중관계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하지만 북·중관계를 과대평가함으로써 한·중 신뢰를 약화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4) 중국은 점차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한반도를 전쟁 위험의 분단상태로 두는 것보다는 통일한국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다는 점을 중국 측에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거시적 관점에서 지정학적으로나 역사문화적으로나 통일한국이 친중적 국가가 됐으면 됐지. 태평양 건너편 친미적 국가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여 남북통일에 대한 중국의 진정성 있는 협조를 이끌어내자.

◆ 남북통일 비책…주한미군 주둔지역을 '남한'으로 묶어라

주한미군 문제는 남북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주한미군을 어떻게 하나? 중국은 21세기 이후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지 않는다. 주한미군이 자국의 국가 이익에 오히려 도움이 준다고 간파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남침뿐만 아니라 남한의 북침도, 일본의 한반도 침략도 막아주는 역할로 삼는 걸로 전환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심장부와 아주 가까운 압록강·두만강 국경선 바로 넘어 미군의 존재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과 미국과 물밑교섭, 중국도 안심시키고 미국도 기득권을 유지하는 비책, 즉 남북통일 시 주한미군 주둔지역을 남한(평택이남)으로 묶어두는 방안을 '히든카드'로 활용하자.
 

고(故) 이세기 한중친선협회장(전 통일부 장관).  [사진=유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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