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재테크 톺아보기] '동학개미의 힘' 국내 증시에 새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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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0-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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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재테크족(族)들의 가장 큰 화두는 주식이다. 과거 외국인들이 수급을 주도하는 세력이었다면 올해는 개미 투자자들이 증시 상승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특히 외국인의 투매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시장을 방어하면서 반침략·반봉건을 기치로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개인 투자자를 의미하는 ‘개미’가 더해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41조6193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조3737억원, 23조7523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물량을 개인들이 사들인 것이다.

개인들의 매수세는 학습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투자자들이 저마다 주식을 내다팔기 바빴다면 외국인들은 저가에 주식들을 사들이며 큰돈을 벌어들였다. 이를 학습한 개미들은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주식 폭락장을 두고 ‘저가매수’ 기회가 왔다고 환호했다. 이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은 유동성을 주식 시장으로 이동시켰다. 연 1%대의 낮은 이자율 또한 투자자들이 증시로 이동하는 촉매가 됐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세대교체다. 그간 주식이 직장인들의 전유물이었다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를 경험한 2030세대에게 주식시장은 어려운 시장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변동성이 훨씬 큰 암호화폐도 투자해봤는데, 상‧하한 가격제한폭이 정해져 있는 주식은 부담이 더 적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카카오페이증권의 연령대별 계좌 개설 비율을 보면 지난 상반기 기준 2030세대가 62.1%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가 1400포인트까지 주저앉았던 지난 3월 NH투자증권에 신규로 개설된 대면과 비대면 신규 계좌 수는 31만8000개로 그중 2030세대의 비중은 76%로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0세대의 유입은 투자 형태의 변화로 이어졌다. 그간 개인들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투기적’ 성향을 보였다면 올해는 주가가 하락한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에 투자해 안정적이며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 포털사이트 주식 게시판 등을 보면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초반까지 내려갔던 지난 3월, 누리꾼들은 주가가 ‘떡락(급락의 속어)’했다며 서둘러 매수한 뒤 상승할 때까지 ‘존버(장기투자의 속어)’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다수를 이루기도 했다.

개인들이 연초 이후 27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순매수 금액은 6조5691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가 추정한 개인들의 매수 평균가는 4만8000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현재 6만7000원 수준의 주가를 대입할 경우 약 40%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이외에도 현대차(2조3595억원), 네이버(2조2140억원), 카카오(1조4579억원), 한국전력(1조2766억원), SK(1조2607억원) 순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동학개미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기도 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으로 증가한 가계 주식 자산은 민간소비 회복에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고,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30세대의 주식시장 대거 진입에 대해 “주식이 이렇게 싼 적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최 센터장은 “여기에 블로그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주식 투자를 알리는 매체들이 다양해지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털어냈다”면서 “예전엔 주식시장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면 2030세대는 과거와 달리 주식 투자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이들의 시장 진입은 부동산 외에도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산업에 이해를 높여 주식시장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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