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임대주택 위기] "올해만 44곳 파산" 엄동설한 불어닥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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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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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대도시 집 월세 하락세, '쭈진다이' 규제 강화 등 이유

[사진=단커]



중국 대형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 단커(蛋殼)의 위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 경영난 속 중국 장기 임대주택 사업은 '지뢰밭'이 됐다.

중국 러쥐차이징(樂居財經)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전국적으로 70개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가 파산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44곳이 올해 들어 망했다. 

장기 임대주택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첫째, 코로나19로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임대료가 낮아졌다. 중국 베이커연구원이 올 들어 1~10월 1선 도시 주택시장  월세를 조사한 결과, 베이징과 광저우 월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 6.6% 하락했다. 선전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상하이만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들이 웃돈을 주고 주택을 위탁받아 싼값에 집세를 주니 사실상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둘째, 쭈진다이(租金貸, 임대대출) 금융 리스크를 우려한 당국의 규제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중국 주택건설부 등 6개 부처는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 임대료 수입 중 쭈진다이 비중이 30%를 넘어선 안된다고 규정했다. 3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오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을 내렸다.

쭈진다이에 의존하고 있던 대다수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앞날에 먹구름이 꼈다. 단커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이 71억2900만 위안인데, 쭈진다이 액수만 약 31억 위안으로, 매출의 30%가 훨씬 넘었다. 

셋째,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다.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는 사실상 집주인으로부터 주택 물량을 위탁받아 개조 후 다시 세를 주는 관리·운영 중간자 역할을 할 뿐이다. 특히 장기 임대주택 사업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집주인에겐 웃돈을 주고 주택 물량을 확보해 놓고 낮은 임대료로 세입자를 끌어모아야 했다. 사실상 손에 쥐는 이윤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일각선 장기 임대주택 사업 모델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세입자 입장에선 장기임대주택 사업자가 각종 인테리어 등을 구실로 집세를 올리는 '제2의 집주인'일 뿐이다. 하지만 막상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는 돈을 못 벌고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비즈니스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장기 임대주택 사업을 권장하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팽창했다.

중국주택임대산업분회에 따르면 2017년까지만 해도 중국 주택임대시장 거래액은 1조2000억 위안, 세입자는 1억9400만명이었다. 그런데 2025년에는 주택임대 거래액과 세입자가 각각 3조 위안, 2억5200만명까지, 이어 2030년엔 각각 4조6000억 위안, 3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단커의 몰락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장기임대주택 사업이 치솟는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되려면 갈길이 멀다는 걸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사실 이미 지난해부터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들의 채권 발행이나 증자 등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이는 그만큼 시장이 장기 임대주택 사업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중국 대형 부동산 중개체인인 워아이워자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산하 장기 임대주택 계열사인 상위(相寓) 사업 부문을 차츰 축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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