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윤석열 검찰총장, 대통령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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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11-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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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다투는 게 말이 되느냐? 한국 정치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올까?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다. 요즘 윤 총장 움직임을 보면 그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듯하다. 윤석열 총장에게 사필귀정(事必歸正)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그는 결국 정치, 사필귀정(政)을 향해 가고 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01023172028205) 이왕지사, 그가 사리분별(事理分別) 안 하고 ‘닥치고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적어 본다.
 

[10월22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윤 총장. 사진=연합뉴스]


▶STAY&USE…충효 검찰, 정치 공작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현직 검찰총장 자리를 보전해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무리 탄압해도 버텨온 맷집, 정세균 총리 못 당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나가라”고 나서주면 도리어 고맙다. 탄압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의 주가는 더 쑥쑥 오를 것이다. 국회에서 해임 권고를 해주면 더 감사한 일, 정치권 전체를 상대로 투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윤 총장은 절대 스테이(stay), 자리를 지켜야 한다.

단지 자리만 보전해선 안 되고 검찰총장 자리를 최대한 이용(use)해야 한다. 먼저 내부 결속이 필수적이다. 충효(忠孝)검찰을 만들어야 한다. 여야 막론 대권 라이벌 후보들의 비리 의혹을 최대한 찾아내고 잘 처리할 수 있는 ‘특수통 칼잡이’ 등 검찰의 전사들을 결집시켜야 한다. 충성심 깊은 부하들을 탄탄히 조직해야 한다.

윤 총장은 최근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부장검사들에게 “부장으로서 부원들에게 친한 형이나 누나와 같은 상담자 역할을 하고 정서적 일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대통령 되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부장 검사 이상 간부들에게는 형 혹은 오라버니, 그 아래 평검사들에게는 아버지가 돼서 수사관까지 포함한 ‘검찰 가족’의 수장이 돼야 한다. 검사 2200여명을 모두 동생, 아들·딸처럼 여겨 효 의식, 일체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검사들을 ‘충효’로 똘똘 뭉치게 한 다음에는 정치권, 선거에 대한 정보보고를 확실히 챙겨야 한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의 각종 의혹을 다 수집해 놔야 한다. 그래야 현재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 잠재적 후보들에게 겨눌 칼의 날을 파르라니 벼릴 수 있다. 보수야권 후보 경선, 대선 본게임에서 상대할 라이벌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묶을 수 있는 정보의 비밀창고를 가득 채우는 거다.

선거에서 순진해선 필패다.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뭔가를 만드는 공작(工作)을 하는데 있어 정보만큼 소중한 재료는 없다. 검찰총장 재직 기간 정치공작의 씨앗과 모종을 은밀히 확보해야 한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전국 검찰청 순시를 더 잘게 나눠 방방곡곡 지청까지 싹 다 훑는다면 더 효과적일 게다. 특히 대구, 부산, 울산, 창원 같은 한국의 러스트 벨트(디트로이트,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과거 미국 제조업 호황 지역이었으나 쇠락한 지역)를 집중적으로 찾는다면 효과 만점일 듯하다.
 

[지난 12일 대검 청사 앞에서 윤 총장 가족 의혹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처가와 절연…정략 재혼
윤 총장이 ‘언젠가’ 대통령이 되려면 처가(妻家)와 인연을 끊어야 한다. 윤 총장의 처 김건희 씨와 장모인 최모 씨를 둘러싼 의혹은 윤 총장이 대통령 되는데 가장 큰 방해 요소다.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대통령 되는 데 실패한다면 그 이유가 될 터다. 장모 최모 씨는 이름도 비슷한 ‘박근혜의 최순실’ 곱하기 100 정도 될 거다. 검사 사위를 뒀을 때 불거진 의혹이 이 정도인데 사위가 대통령이라면?

윤 총장이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아내와 장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 나왔다. 아내 관련해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및 도이치 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코바나 콘텐츠 전시회 협찬 의혹 △학력 위조 의혹 △전직 고위 검사 관련 사생활 의혹 등이 서초동 주변에서 돌았다.

장모의 경우 △요앙병원 불법설립·부정수급 및 불기소 의혹 △소송사기 의혹 △성남 도촌동 땅 사문서 위조 등이다. 무엇보다 장모 최모 씨 측은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재판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를 인정하기도 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윤 총장은 관련 보고도 받지 못하는 등 지휘에서 배제돼 있다. 하지만 대권을 노리는 윤 총장이라면 이래선 곤란하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거부하고 제대로, 철저히 수사하라고 독려해야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비슷하게, 아니 더 스스로 엄격하게 ‘조국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야 한다.

그 정도로 했음에도 나중에 잘못이 없는 게 밝혀지면 탄탄대로, 대통령 가는 길이 열린다. 만약 불법, 부정이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윤 총장은 처가와 절연(絶緣), 인연을 끊으면 된다. 이혼하고 다시 결혼한다면 영부인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사람, 가문을 택해야 할 거다. 고향이 호남인 여군 출신이라면 안성맞춤, 신의 한 수일 듯 싶다.

행여 아내와 처가 관련해서 고(故)노무현 대통령을 따르려 한다면 패착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상대 후보의 처가에 대한 색깔론 공격에 이렇게 맞섰다. “제 장인은 좌익 활동하다 결혼 한참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알고도 결혼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잘 키우고 잘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됐다는 겁니까?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이 생깁니까?”

윤 총장 처가 의혹은 자본의 탐욕, 돈에 눈 먼 잡스러운 사기범의 일이다. 노 전 대통령 대응과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과 정반대로 “결혼 전 일이다. 난 몰랐다.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처, 장모와의 인연을 끊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으리라.
 

[10월22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 질의에 미소 짓고 있는 윤 총장. 사진=연합뉴스]

▶신당 ‘태검당’ 창당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되려면 당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기존 보수정당에 들어가거나 보수야권 정치인과 손잡지 말고 스스로 독자 신당을 만들어야 청와대 근처에라도 갈 수 있다.

현재 보수야권은 윤석열 총장을 반(反) 문재인 투쟁의 ‘페이스 메이커’(마라톤 경기에서 초반 선두 그룹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달리다 후반에 뒤로 처지는 선수)로 본다. 윤 총장을 어르고 달래고 키우려고 애쓴다. 윤 총장은 ‘꽃가마’를 타고 보수 야당에 입당해 경선 없이 대통령 후보로 합의 추대되는 그림을 원할 거다.

그렇지만 야권 대권주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꽃가마 타는 걸 거들거나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정치권에서 적어도 십 수 년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능구렁이들이다. 윤 총장 입당은 보수 정치권이 쳐 놓은 거미줄에 뛰어드는 셈이다. 단물 쪽쪽 빨리고 결국에는 처참하게 버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검찰 선배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판에 불나방처럼 뛰어든 뒤 어떻게 몰락했는지 보면 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야권 혁신 플랫폼’에 윤 총장을 언급한 이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은 정부·여당 사람, 야당 정치인이라 볼 수 없다”는 발언을 잘 생각해 보면 신당 말고는 답이 없을 거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주변 윤석열 총장 응원 화환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신당의 한 축은 얼마 전까지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를 둘러쌌던 극우보수 세력의 화환에 힌트가 있다. 대통령 탄생에 ‘팬덤’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박근혜 신도’들에게 더 큰 팬덤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윤 총장은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활동, 적폐청산 관련 수사에 대해 석고대죄하고 박근혜 사면을 제1호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

그러면 신당의 명칭도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꼴보수 태극기 부대와, 충효로 충만한 검사들을 합친 ‘태검당’(태극기+검찰)이 잘 어울린다.
 

[대검찰청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윤 총장 사진=유튜브 캡처]

▶트럼프를 뛰어넘는 SNS 활동
현 정부·여당을 빨갱이로, 보수야권을 가짜 보수로 깎아 내리면 윤석열 신당은 자연스럽게 중도층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중도의 외연을 넓히고 지지층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SNS를 해야 한다. 최근 정치는 온라인이 대세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의외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딱 답이 나온다. 온라인 상에서 사이코패스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기존의 정치권을 싹 다 사기꾼, 무능력자, 겁쟁이로 만들어 버리고 대한민국을 구원할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외치는 거다.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부정선거, 불복선언을 하면 차차기도 노릴 수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만 애용했지만, 윤석열 총장은 트위터 뿐 아니라 극우 유튜버들이 활개치고 있는 유튜브를 최대한 이용하면 도움이 될 거다. 대검찰청 유튜브로 일단 몸도 풀었겠다, 윤석열TV를 개설하면 된다. 특히 꼴보수들과 발 맞춰 운영하면 슈퍼챗(유튜버에게 주는 후원금)을 통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치에는 돈이 많이 든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그렇다. 유튜브 뿐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SNS를 이용하면 정치자금, 대선 실탄을 넉넉히 마련할 수 있다.

▶경제 공부…퇴임 후 자영업 도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나라와 국민의 살림, 경제를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윤 총장의 이력을 보면 경제, 산업, 금융, 부동산, IT 등과 관련한 걸 찾기 힘들다. 범법자를 가려내고 처벌하기 위해 살았지, 뭔가를 만들어 내는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다. 따로 경제 공부를 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물론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 무수히 많은 경제학 교수, 기업인, 사업가들이 국가경제 자문을 하겠다고 나설 게 뻔하다. 그럴 때 본인 스스로 경제와 산업, 금융의 기본은 알아야 좋은 참모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윤 총장은 지금부터라도 큰 틀의 경제정책 공부 뿐 아니라 실물경제도 익히고 배워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돈을 송금하는 방법도 배우고 온라인 주식투자도 직접 해봐야 한다. 해외주식 거래를 해보면 더 좋겠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땅이나 아파트 거래를 처와 장모가 아닌 자신이 직접 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내년 7월 검찰총장 임기가 끝나면 변호사 개업이나 대형 로펌에 들어가지 말고 카페나 식당을 열어 보는 건 어떨까. 직접 서빙도 하고 주방에서 일하는 모습도 연출해 보라. 택배기사 알바를 하거나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실물경제를 몸소 체험한 준비된 경제 대통령-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 대통령 당선이다.

윤 총장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대선에 앞서 할 일이 많다. 그래도 차근차근 하나 하나 다 하면 대통령 될 수 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 되는 방법,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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