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통 키워드] 코로나가 앞당긴 중국 3D(Digitalize, Divided, De)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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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곽예지·최예지 기자
입력 2020-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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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중국 디지털경제 혁명 가속화

  • 심화되는 양극화···중국경제 K자형 회복세

  • "脫 달러, 脫 미국..." 중국 주도 새판짜기 움직임 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부터 미·중 디커플링 위협까지, 올 들어 전 세계 불확실성이 확산되며 전 세계 정치·경제·사회가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크게 세 가지 흐름이 두드러졌다. 올 들어 중국에서 가속화하고 있는 디지털화(Digitalized), 양극화(Divided), 탈(De) 흐름, 이른바 3D 흐름을 분석했다. 
 
◆ 코로나가 앞당긴 中 디지털경제 혁명

중국 디지털 위안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최근 그 어느 국가보다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매제가 됐다. 코로나19 봉쇄령 속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생활방식이 확산되고, 이것이 다시 디지털 혁신으로 이어지며 디지털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코로나19 속 화상회의,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등 보급이 확산되며 중국 클라우드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소비는 43억 달러(약 4조800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이 기간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 소비는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의 12.4%를 차지했다.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집안에 갇힌 중국인들 사이에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며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물건을 파는 라이브커머스 산업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식당들은 음식을 팔고, 부동산 업체들은 집을 팔고, 자동차 업체들은 차를 팔았다.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4338억 위안에서 올해 9610억 위안(약 162조7000억원)으로 갑절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한 중국은 디지털화폐 도입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 4월엔 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폐 테스트에 돌입했다. 현재 선전, 쑤저우, 청두, 슝안신구 등 4곳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사용 중인데, 10월까지 디지털화폐를 통해 이뤄진 거래만 무려 400만건, 거래액은 20억 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디지털경제 전환은 중국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정책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디지털 경제'라는 단어를 17차례나 언급했을 정도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코로나19로 충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형 인프라(新基建)'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형 인프라는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산업인터넷 등 4차 산업 인프라를 주로 지칭한다. 사실상 디지털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기업들도 앞다퉈 디지털 기술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국이 디지털 경제 방면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경제로 전환하고 있는지는 통계자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 공업신식화부 산하 중국신식통신연구원(CAICT)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디지털경제 규모는 35조8000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6.2%를 차지했다. 

중국선전종합개발연구원도 중국 디지털경제가 5년간 연간 15%씩 성장해 2025년 80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일본·독일·영국 GDP를 합친 수준이다. 이로써 디지털경제 가 중국 전체 GDP의 55%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자료=중국신식통신연구원]

 
◆ 심화되는 양극화···중국경제 K자형 회복세

중국 상하이의 한 공장 단지에서 마스크를 쓴 농민공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브이(V)자형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파헤쳐보면 실상은 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에서도 미국처럼 계층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케이(K)자형'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후둥안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홍콩 주재 수석 경제학자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한 말이다. K자 회복은 양극화를 나타낸다.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 이후 고소득층은 주식과 부동산 가치 상승 등으로 더 부자가 됐지만 저소득층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소비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 회복세는 코로나19 타격을 덜 받은 고소득층이 주도하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 부진 속에서도 값비싼 사치품이 예전보다 더욱 잘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코로나19 이후 중국에선 소비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명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중국 명품 시장은 30% 급성장했다. 올해 3분기 루이비통이 중국 내에서 성장세로 돌아섰고, 펜디, 로에베 등 브랜드의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중국에선 억만장자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올해 후룬부자 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억만장자가 올해에만 자산이 1조5000억 달러(약 1689조원) 늘었고, 중국 억만장자의 자산 총 가치는 4조 달러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자산 증가 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루퍼트 후거워크 후룬 보고서 회장이 "세계가 단 1년 만에 이처럼 많은 부를 창출한 적이 없다"며 "중국의 기업가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그들의 자산을 기록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을 정도다. 

반면 저소득계층의 상황은 암울하다. 특히 젊은 구직자와 농민공(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취업 상황은 여전히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20~24세 대졸자 실업률이 전월보다 2.4%포인트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 여전히 4%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농민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평균 소득도 줄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2억9000만명가량의 농민공의 2분기 평균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다. 3분기 들어 2.1% 증가로 플러스 반등했지만 여전히 평균 소득이 낮다고 노무라증권은 진단했다. WSJ는 중국 저소득계층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2000억 달러가 넘는 수입이 증발했다고 분석했다.

후둥안 경제학자는 "시진핑 지도부 출범 이후 소폭 개선된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코로나19로 다시 악화됐다"며 "양극화가 심화돼 사회불안이 더 커지고 이는 다시 경제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선진국과 달리 실업자·취약계층 복지가 없다"며 "저소득층의 소비 급감 탓에 내수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와 건설경기 부양 등에 집중한 중국의 부양책이 공공투자와 부동산개발만 부추겨 오히려 부채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총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30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脫 달러, 脫 미국..." 중국 주도 새판짜기 움직임 활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자국 중심 새판짜기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 경제, 기술 등 분야에서 ‘미국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달러체제를 향한 도전이 거세다. 미·중 분쟁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화할수록 중국은 건재한 달러 패권을 흔드는 카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당장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달러화나 유로화 대신 위안화나 루블화 결제를 늘리기로 하며,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입지를 축소하기 위한 공동 노선을 구축한 것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러시아와 중국 간 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는 사상 처음으로 50% 미만인 46%를 기록했다. 2016년 양국의 무역거래에서 달러 결제가 약 9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진적인 변화다.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도 노골적이다.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최근 인민은행은 실물 형식이 아닌 디지털 형식의 위안화도 법정 화폐로 인정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민은행법 개정안을 내놨다. 종이나 금속 등 실물이 아닌 디지털 화폐도 법정 화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디지털 화폐를 법정 화폐로 인정하고 상용화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또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국채 대신 일본 국채 비중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6~8월 석달째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서 미국 국채 보유량을 2017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 반면 일본 국채 보유량은 크게 늘었다. 중국은 6~8월 중 2조2000억엔(1399억 위안) 규모의 일본 국채를 매입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중국의 ‘탈 달러’ 움직임은 미·중 갈등 격화 속 중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달러 결제망 퇴출’ 위기감에서 비롯된 점도 있다. 미국이 글로벌 달러 결제 체제에서 중국을 퇴출시키는 '핵옵션'을 현실화할 경우 입을 타격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중화권경제연구 책임자 딩솽은 “과거에는 위안화 국제화를 달성하면 좋은 것이었지만, 지금은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미국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틱톡 등 중국 기업 제재에 흔들리지 않도록 기술 자립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 고도화가 핵심이다. 지난달 말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 회의(19기 5중전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2021~2025년 14차 5개년 경제 계획에서 기술 자립을 재천명했다. 앞으로 5년간의 발전 계획을 밝히며 ‘과학기술 강국 건설’ 목표를 공식화했다.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 맞서 중국 스스로 미래 핵심 기술을 개발·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앞으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탈 월가' 현상도 올 들어 빨라지고 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와 멀어지고 중국이나 홍콩 시장에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증권시장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하는 중국 기업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다. SMIC는 뉴욕 증시에서 지난해 6월 자진 상장폐지하며 15년간 붙어있던 미국 상장기업 타이틀을 떼냈다. 이어 올해 중국 상하이거래소 커촹반 상장에 성공하면서 홍콩과 중국 증시에 동시 상장된 기업이 됐다.

이 외에 현재 웨이보를 운영하고 있는 시나닷컴과 최대 검색포털 기업 바이두, 써우거우 등이 뉴욕 증시 자진 상장 철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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