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통3사 친환경 화두…감염병 예방도 '척척'
  • 네이버·카카오 사회문제 해결 강조…AI 필수
  • “지속가능 기업 위해 사회문제 관심 필수”
5G와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은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첨단 기술의 발전은 기업의 수익모델로 직결되기도 하지만, 단순히 기업의 수익만을 따질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관점에서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기술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간파한 국내외 IT 기업들은 각사가 보유한 기술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착한 ICT’를 지향하고 나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사진=각 사]


이동통신 3사는 '탈통신·신사업'을 화두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추진, 친환경 기업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더불어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감염병 확산 방지에도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최근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등)로 조달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국내 최초로 가입하기로 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ESG 경영' 활동의 일환이다. 동시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사회적가치 를 창출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비재무적 요소 중 하나다.

SK텔레콤은 이미 국가 간 파리협정 시나리오에 따라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이 되도록 하는 '2050년 넷 제로(Net-Zero)'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메타트론 분석 기술을 토대로 한 에너지 솔루션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 효과 측정 등이 대표적이다.

고령화 시대에 독거노인을 위한 인공지능(AI)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NUGU)'는 독거노인의 말벗이 될 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위급한 순간에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치면 ADT캡스를 통해 119에 신고가 접수된다.

KT는 스마트 그린도시 구축 등 친환경 사업과 함께 감염병 확산을 막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향후 3년간 120억원 규모로 투자를 약속해 주목 받았다. 게이츠 재단은 한국의 5G 인프라와 코로나19 사태를 국가 방역 시스템을 통해 효과적으로 작동시킨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T는 AI 기반의 '감염병 조기 진단 알고리즘'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 모델'을 개발 중이다.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 인포그래픽. [사진=KT 제공]


LG유플러스는 일상 곳곳에서 친환경의 가치를 실현 중이다. 폐휴대폰을 재생시켜 만든 친환경 놀이터와 5G 기반의 친환경 테마파크 구축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는 안심 먹거리를 위한 '미래형 식물공장(smart farm)'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사업에는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기술이 접목됐다. LG유플러스는 탄소경영 최상위 5개 기업에 매년 수여하는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에 6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ESG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대외적으로 ESG 전략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탄소 배출량 감축 및 솔루션 투자,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 개선 등 구체적 실천 사항을 언급했다. 오는 2040년까지 배출하는 탄소량보다 감축량을 더 높이는 '카본 네거티브'라는 목표도 세웠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요구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네이버는 사회·환경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과 투자를 강화하고자 한다. 장기적인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네이버의 AI 기술은 포털에서 악성 댓글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차단해 사이버 폭력을 예방하는데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선 식당 자동 예약 솔루션에 접목돼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네이버는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전에 조건 중의 하나로 여러 사회문제를 기술로 풀 수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카카오톡 서비스 출시 10주년을 맞이한 카카오는 향후 10년을 대비할 키워드로 ‘사회문제 해결’을 꼽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의 향후 10년에는 우리만의 문화, 차세대 비즈니스의 고민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로서 역할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AI 챗봇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활약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카카오는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을 받아 챗봇을 통해 코로나19 감염경로, 검사방법, 치료방법 등의 정보를 문답 형태로 제공했다. 당시 질본 홈페이지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는 이용자가 급증해 접속이 어려웠는데 카카오 챗봇 도입으로 업무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카카오는 2018년 사회공헌재단 '카카오임팩트'를 설립, 누구나 모금을 제안하고 개설해 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셜임팩트 플랫폼 '같이가치'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돕는 문제정의 협업 플랫폼 ‘백업(100up)’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선 그동안 워크숍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 이대로 괜찮을까’, ‘아이들의 혐오 문화, 어디서 시작되는 것일까’ 등을 논의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카카오 제공]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건 해외 IT 기업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기계학습(머신러닝),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구글은 2006년 자선단체 '구글닷오알지'를 설립해 빈곤, 질병, 지구온난화 등의 사회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구글닷오알지가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는 에탄올, 전기 등으로 움직이는 연료 초절약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석유 의존도를 줄여 지구 온난화의 폐해를 막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중국 화웨이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 '테크포올'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화웨이는 중국에서 100여개 이상의 교육 파트너들과 함께 '언제나 배우는 교육 연합'을 출범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50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과 솔루션을 지원했다. 화웨이는 유네스코 주도로 출범한 세계교육연합의 회원사이기도 하다. 화웨이는 세네갈 교육부, 현지 통신사인 소나텔과 협업하며 세네갈 교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에서도 '착한 기술'이 화두였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기술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으며 "회원사들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9% 줄였다"고 설명했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당시 기조연설에서 "기술 산업은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국내외 주요 IT 기업들의 착한 ICT 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전처럼 이익 창출에만 집중해선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 “그동안 기업의 사명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증대해야 하는 미션을 가지게 됐다”며 “앞으로도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 생존을 위해선 사회적 발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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