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이 변해야 경제가 산다] 무너진 삼각편대, 거대 여당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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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신승훈 기자
입력 2020-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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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 여당, 주요 경제 현안 좌지우지 반복 연출

  • 청와대 정책실장 역할 무용론 제기

  • 정권 말 '관리형' 정책 경계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보이지 않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힘이 없다. 거대 여당이 정책을 쥐고 흔들면서 경제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경제팀이 엇박자만 내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국가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마땅치 않아 경제팀 간의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공이 한둘이 아니네··· 반복되는 정책 '엇박자' 
현재 정책 리스크가 가장 크게 부각되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당·정·청은 투기 세력을 근절해 실거주자를 위한 정책을 설계했다고 강조하지만, 되레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여론이 좋지 않으면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이 또 나온다. 그야말로 대혼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사공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점이다. 당·정·청이 조율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 의견 합치를 하기보다 각자 의견을 표출하기 바쁘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단적인 예다. 홍 부총리는 "해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으나,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논의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지만, 김상조 정책실장은 "이미 당정 간 의견을 정리했다"며 다른 시그널을 보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부동산 정책에 '훈수'를 두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시장 불확실성은 커졌고 국민 혼란은 극대화됐다.
 
부총리 압박하는 거대 여당··· 이견 보이면 '패싱'
주요 경제정책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과 원격 의료 허용 반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재산세 기준 완화, 통신비 인하 등 그간 이견이 있던 현안은 결국 당·청 뜻대로 결론났다. 당·청이 국민의 혈세로 선심성 경제정책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홍 부총리가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당·청의 '부총리 패싱'으로 인한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결과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정부에서 당·정·청 균형이 깨졌다는 점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간 경제 정책은 관료가 주도해 왔으나 이번 정부에서는 정치 우위에서 경제 정책이 결정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관료와 정치인 간의 시각 차이와 상이한 이해관계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은 당·정·청의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가 정책 조율을 총괄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 정책실장이 없어지고 부총리 제도가 부활했다. 과거엔 경제 컨트롤타워가 청와대와 정부 한쪽에만 있었으나 이번 정부에서는 정책실장과 부총리 둘 다 있는 상태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는 셈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총괄하는 사람이 없어서 홍 부총리가 여당에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정 부부처 간에도 다른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존재감 없는 김상조 정책실장, 안 하나 못 하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존재감 상실엔 1기 경제팀이 영향을 미쳤다. 정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놓고 충돌했다. 두 사람은 동일한 사안에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기 일쑤였다. 논란이 커지자 내부적으로 경제정책은 부총리에게 맡기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정책실장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장 전 실장과 김 전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전체 방향이 아니라 세부적인 정책 도입에 이견이 있었다"며 "김 실장이 존재감이 없다고 해서 옛날(장하성) 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홍남기 부총리의 사의 표명 때도 김 실장은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재부와 정부, 당의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김 실장의 역할이 아쉽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홍 부총리가 문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았지만 연말이나 연초 개각 명단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에도 사사건건 당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 교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수요가 있을 때 개각을 하는 스타일이지 때가 됐다고 해서 바꾸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연말에 수요가 생기면 하지 않을까 한다"고 귀띔했다.
 
임기 말 관리형 정책 우려, 부처 밥그릇 싸움 재연될라
밖이 시끄러우면 내부 결속이라도 잘 돼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정부 부처 간 소통 단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효과적인 정책 구현을 위해 과거부터 조직 개편,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의 시도가 있었지만 그뿐이다. 만연한 부처 이기주의와 보고서 위주의 업무 행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매 정권 말기에 발생하는 정책 표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는 약 1년 4개월. 통상 대통령 임기 말에 청와대를 경험한 관료 출신을 요직에 배치해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관리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다음 정권이 단행할 정부 조직개편이나 업무영역 재조정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사례가 매번 반복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경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현상유지식 관리형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 임기를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개각을 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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