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중국의 쌍순환(双循环)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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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0-10-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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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각국의 올해 경제성적표를 발표하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어느 국가가 가장 잘 대응하였을까? IMF는 올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민총생산(GDP)이 플러스 성장한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였다. 물론 2019년 GDP 대비 2020년 성장률 전망치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3.9%)가 중국(–4.2%)보다 조금 더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초동대응을 잘못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게 만들었다고 비판을 받았던 사실을 고려해볼 때, 중국의 플러스 성장은 대단한 성과임이 틀림없다.

현재 중국 경제에 대한 평가는 위안화 환율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작년 8월 위안화 환율이 1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위안화 환율이 1달러당 6.7위안까지 평가절상되었다.

외국인 투자 자금도 중국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국가 신용도와 부도 가능성만 놓고 보면, 미국 국채가 중국 국채보다 더 안전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무역전쟁 이후 미국이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투자기관들이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자율 격차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보면 미국(0.749%)보다 중국(3.248%)이 4배 이상 높다. 지난 8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물가상승률이 2% 넘더라도 기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를 밝혔기 때문에, 이 격차는 최소 2~3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지속된다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탈중국을 고민하고 있는 제조업체와 달리 금융기관들은 중국에 발을 더 깊숙이 담그고 있다.

중국 내 분위기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코로나19 위기를 빨리 제압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은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소강상태에 있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언제 악화될지 모른다.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중국 기업들은 미국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다 들어가는 반도체를 자급자족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기업들의 선택지는 별로 없다.

쌍순환(雙循環) 전략은 이런 고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정부 정책으로 공인되지 않았지만, 지난 6월 이후 시진핑 주석과 류허 부총리가 쌍순환 전략을 공개석상에서 언급하였다. 또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도 이 전략이 논의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 전략이 14차 5개년(2021~25년) 계획에 반영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청스(程实) 공상은행 수석경제학자에 따르면, 쌍순환 전략의 목표는 국제대순환(외순환)과 국내대순환(내순환)을 상호촉진하는 것이다. 둘 중에서 강조점은 국제대순환이 아니라 국내대순환에 있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탈동조화를 계속 밀어붙일 경우, 국제대순환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은 내수 부양을 위한 국내대순환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쌍순환 전략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유지되어온 경제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최근까지 경제정책의 기조는 1987년 왕젠(王建) 국가계획위원회 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처음 제시한 국제대순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수출지향 산업화이다. 이 전략에 따라 중국기업은 잉여 노동력이 풍부한 연해 농촌지역에 해외투자를 유치하여 공장을 건설하고 거기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였다. 이러한 가공무역 체제는 불과 40년 만에 중국을 제조업 수출 1위 국가로 부상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노동력이 줄어들고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국제대순환 전략의 유효성이 점점 약화되어 왔다. 설상가상으로 무역전쟁으로 보호주의가 유행하면서, 중국이 수출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

경제성장의 동력을 수출이 아닌 내수에 두겠다는 국내대순환은 사실 아주 새로운 정책은 아니다. 중국은 2007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대외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신상태, 공급측 개혁, 중국제조 2025 모두 내수 진작과 기술 자립을 목표로 삼았다. 쌍순환 전략의 의의는 탈동조화 위험 속에서 이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는 논리와 실천방안을 체계화했다는 데 있다.

쌍순환 전략의 당면 목표는 중국이 선제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주도하는 것이다. 국내대순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획기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첨단 제품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중국은 수입에만 의존하는 중간재를 독자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국내에 첨단산업 공급망의 구축을 완료하는 시점을 2035년으로 잡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 칩 자립화 실패가 보여주듯이, 중국이 15년 동안 모든 첨단산업을 다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피하더라도 한국과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와 함께 지역 공급망을 유지하려고 한다. 즉, 중국은 국내대순환을 완벽하게 달성할 수 없어서 국제대순환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쌍순환 전략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국이 국제대순환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역공급망의 구축을 도모하고 있으므로, 한·중 경제 교류에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중국이 수입대체에 성공한 제품의 대중 수출은 줄어들겠지만, 중국이 기술자립화를 하지 못한 상품의 경우 대중 수출은 더 늘어날 것이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커지면, 해외로 재수출되는 중간재보다는 중국에서 최종 소비되는 완제품의 비중은 높아질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상호 교류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쌍순환이 한·중 경제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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