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틱톡과 위챗을 정밀타격한 美 ‘클린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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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0-08-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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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6일 미국 내에서 틱톡과 위챗의 사용을 45일 이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행정명령에 기재된 금지 사유는 중국 기업이 개발한 앱들이 미국의 국가안보, 외교정책 및 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이다. 이 앱들이 자동으로 수집하는 위치 정보와 검색 기록이 미국인(특히 공무원과 군인)의 개인 및 특허 정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이 앱들에 게시된 내용을 검열하는 것은 물론 체제 정당성을 홍보하고 역정보를 퍼뜨리는 데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다운로드 횟수가 10억번이 넘는 앱의 사용을 중단시키는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으로 간주되고 있다. 코로나 19 위기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이후 낮아진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충격 요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틱톡의 미국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조치를 허용할 경우, 선거 전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행정명령 서명 하루 전 국무부가 공개한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프로그램을 보면,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중국산 앱에 대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적이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막는 데 있기 때문이다.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2019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30개 이상 국가 및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표들이 참여해 5G 인프라의 안정성과 보안 문제를 검토했던 ‘프라하 프로포절’에 연원을 두고 있다. 화웨이와 ZTE를 겨냥한 이 프로포절은 4월 2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발표한 ‘5G 클린 패스 이니셔티브’로 발전하였다. 국무부는 5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통해 미국, 유럽, 아시아 전문가 25명에게 디지털 신뢰 표준 개발을 의뢰하였다.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포함하는 다섯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클린 통신사이다. 중국 이동통신사는 물론 이와 연계된 통신사가 미국 통신 네트워크에 접근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둘째는 클린 앱 스토어이다. 미국 기업이 운용하는 모바일 앱 스토어에서 중국산 앱을 퇴출시킨다. 셋째는 클린 앱이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통신장비에 중국산 앱의 선탑재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화웨이 앱스토어에서 미국산 앱의 제거를 요구한다. 넷째는 클린 클라우드이다. 불법적인 도용을 막기 위해 미국 시민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이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텔레콤 등의 클라우드에 저장되거나 처리되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은 클린 케이블이다. 인터넷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이 중국의 정보수집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국제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보면, 화웨이와 ZTE의 5G 네트워크 장비 배제와 틱톡과 위챗의 사용 금지는 중국 중심 네트워크의 발전을 저지하려는 노력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향후 미국의 대중 제재는 장비와 앱과 같은 가시적인 영역에서 클라우드와 디지털 표준을 포함하는 비가시적인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만약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2018년 9월 전 구글 최고경영자 에릭 슈밋이 경고했듯이, 인터넷 생태계는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양분될 것이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미국의 중국 봉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틱톡처럼 미국 사업 부분만 미국이나 해외 기업에 매각할 경우, 중국 기업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나갈 수 있다. 또한 가상 사설 네트워크(VPN)를 통한다면, 미국 정부가 규제하는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행정명령 발표 직후 미국 내 틱톡 이용자들 사이에서 VPN을 통한 우회 접속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금순공정(金盾工程)을 통해 구축한 만리방화벽에도 불구하고, 2017년 시진핑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 전까지 VPN을 통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한 접근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미국 기업이 정부 규제를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코로나 19 위기로 전 세계적 차원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고 있는 중국을 외면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중 압박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 첨단기업의 중국 시장을 향한 대장정이 멈춰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통신 칩 퀄컴은 지난 7월 30일 화웨이와 2017년부터 협상해온 18억 달러 규모의 장기 특허권 계약에 합의하였다. 또한 퀄컴은 수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해외 경쟁 업체가 반사 이익을 본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보복할 경우 미국 기업이 받는 피해도 무시하기 어렵다. 만약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10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거느린 위챗을 제거한다면, 중국 내에서 애플 제품의 판매량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대중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클린 네크워크 프로그램’ 참여는 중국 시장 철수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우리 기업에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국무부가 공인한 25개 클린 통신사에 SK텔레콤과 KT가 포함되어 있지만 LG 유플러스는 들어 있지 않다. 미국 정부는 LG 유플러스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를 얼마나 빨리 제거하는가를 계속 주시할 것이다. 다른 한편, 중국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해온 통신장비 업체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 통신업체에 많은 부품을 제공하는 기업은 수출량 감소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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