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깊은 위로' 전했지만 유가족은 '실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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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20-10-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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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피격 공무원 형, 대통령 편지 공개

  • 월북 등 핵심 빠지고 기존 입장 되풀이

  • 야권선 "친필 아닌 타이핑, 유가족 무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아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답장을 친필로 쓰지 않은 것은 물론, 내용도 기존에 청와대가 밝힌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쳐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文 대통령 "해경 조사와 수색 결과 기다려주길"

14일 숨진 A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해양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A씨의 아들에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에서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면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고 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앞서 A씨의 아들은 A4 용지 2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문 대통령에게 부쳤다. 편지에서 A씨의 아들은 월북으로 몰린 아버지에 대한 명예회복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청했었다.

이날 이씨는 기자회견에서 "월북이란 수사 결과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면서 "해경은 무궁화 10호 직원들로부터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월북으로 발표했는데 그 진위를 파악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동생의 피격 사건 이후 해경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니 더는 믿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좌고우면보다 모든 정황을 냉철하게 판단해 조속히 수사를 종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무궁화 10호 선원 동료들의 진술을 공개해 달라며 해양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野 "유가족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가"

'타이핑 편지' 논란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과 일부 언론이 답장 편지가 타이핑인 것을 문제 삼았다"면서 "타이핑이 왜 논란이 돼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우선 문 대통령이 육필로 편지를 쓴 뒤 비서진이 내용을 받아 타이핑한 뒤 전자서명 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번뿐만 아니라 외국 정상에게 발송하는 대통령의 친서도 마찬가지로 타이핑한 채 전달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편지는 사실 내용 아니겠느냐"면서 "편지 봉투나 글씨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답장 서한에서 가슴이 저리다고까지 하시면서 진심으로 아드님을 위로했다"면서 "어린 고등학생에게 마음을 담아 답장을 하셨다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답장이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면서 "유가족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프린터로 출력한 대통령의 의례적 인쇄물 편지, 대통령 친필 서명조차 없는 활자편지"라며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편지 공개하는 이래진씨.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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