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에게 세입자 구해주고 갭투자자 연결...전세난 속 신종 중개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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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0-10-1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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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전세 품귀...빌라·오피스텔까지 씨 말라

  • 시세보다 비싼 값에 전세 맞추고 갭투자 모집

  • 중개업자·매도자·갭투자자 웃고 세입자 독박

매도자가 희망하는 매맷값 이상의 전셋값에 임차인을 구해준 뒤 이른바 갭투자자와의 매매를 연결하는 신종 중개 수법이 등장해 화제다. 고강도 규제로 매매가 위축된 가운데 전셋값이 급등하자 시세 정보가 불투명한 빌라나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이 같은 매매 중개가 횡행하고 있다.

매도자는 매수자를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매수자는 갭투자로 소액 투자가 가능한 데다, 중개업자는 중개수수료 외에 부가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중개업자들이 이 같은 거래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문제는 깡통 전세를 양산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14일 공인중개업계 등에 따르면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매매물량이 나오면 전세로 돌리도록 집주인을 설득하는 중개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집주인이 희망 매도가보다 높은 값에 전세를 놓도록 유도한 뒤 갭투자자를 모집하고 보증금에서 매도가를 뺀 금액을 복비로 챙기는 등 폭리를 취한다.

본인이 실거주하고 있는 빌라를 매도하기 위해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 매물을 올렸다는 이모씨는 "빌라를 1억8000만원에 내놓았는데, 부동산에서 연락이 와 이 집을 2억3000만원에 전세로 내놓으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며 "요즘은 매매보다 전세가 잘나가니, 우선 전세를 맞추고 그 집을 갭투자자에게 팔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그래도 집이 빠지지 않아 고생하던 차에 흔들렸다"면서도 "시세가 1억원대인 집에 2억원대 전세를 받는다는 것도 이상하고, 계획대로 갭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까봐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신종 중개와 일반 중개를 병행하고 있다는 서울 관악구 G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 맞춰지면 그날 바로 매매계약서를 쓴다"며 "지가 상승을 고려해서 (빌라) 갭투자를 원하는 투자자가 차고 넘친다. 체크리스트(빌라 매물 리스트)를 관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권에서만 50~100건을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파는 게 기존 방법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한 달 안에 빼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이런 형태의 중개가 횡행하며, 안 그래도 전셋집이 없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세입자들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집의 가치 이상으로 보증금을 지불해야 해서다.

빌라 전세를 알아보다 최근 매매를 결정한 김모씨는 "전세 호가가 비싸 차라리 매매가 낫다는 생각"이라며 "비슷한 조건의 집인데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훨씬 비싼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G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에게 중개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다"며 "집을 팔 때 혹시라도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면 그 부분도 저희가 부담하겠다"고 유혹했다.

해당 중개업자는 갭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취득세, 등기이전비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이렇게 해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복비를 받는 것보다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다.

이들 중개업자는 아파트보다는 빌라, 오피스텔 등 시세가 불투명한 물건을 노리는 경향이 짙다. 강서구 중개업자 김모씨는 "아파트는 KB시세가 있어서 어렵고 빌라, 오피스텔만 가능하다"며 "은행에 매물 감정가를 높여달라고 요청해,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수월하게 받도록 한다. 협력하는 은행이 있다"고 말했다.
 

다세대·연립주택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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