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식 공매도에 門 연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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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0-10-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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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시가 총액이 일정 이상인 대형주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격 변동이 큰 소형주의 경우 공매도를 금지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에서 홍콩 사례를 분석해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시세 장악이 용이하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홍콩의 공매도 종목 지정제는 공매도로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회사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4년 처음 도입됐다. 공매도 가능 종목을 시가총액 등에 따라 지정한다. 홍콩의 경우 시총이 30억 홍콩달러 이상이며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이 대상이다.

금감원이 홍콩식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투자자 보호를 우선하는 윤 원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원장은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달았지만, 금감원에서는 이후 내부 검토를 거쳐 홍콩 사례를 공매도 개선방안으로 금융위에 전달했다.

자본시장 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측에서는 아직까지 제도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제고하는 일본 사례 등까지 다양한 방향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매도는 양날의 칼이라 기회의 측면에선 좋지만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며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고자 용역을 주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홍콩식 제도에 대한 부작용 가능성을 염려하는 의견도 나온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보는 공매도는 고평가된 주식을 적정 가격으로 되돌리는 가격 발견 기능도 갖고 있는데, 가격 변동이 큰 소형주의 경우 오히려 이러한 순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 종목들의 경우 공매도가 금지될 경우, 오히려 거품을 뺄 수단이 줄어들며 투자자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홍콩식 사례는 정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본식 사례가 현재 한국 상황에서 선택해야 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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