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 美루이즈 글릭..."침묵과 어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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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10-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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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박하고 솔직한 아름다움·날카로운 재치"

  • 2001~2003년에는 美 국가 '계관시인' 선정

이제 쉴 시간이야, 잠시나마
넌 충분히 흥분했었어

더이상 생각하지 마
내 숨소리를 들어봐, 네 자신의 숨소리를 들어봐
개똥벌레들처럼, 작은 호흡마다
불꽃 속에 드러나는 세상들

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해. 사람은
침묵과 어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해
-루이즈 글릭, 야생 붓꽃 中 자장가(임혜신 시인 역).


올해 노벨 문학상은 미국의 여류 계관시인인 루이즈 글릭에게 돌아갔다. 현대 미국에서 가장 재능있는 시인으로 평가받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론 야생 붓꽃과 아킬레스의 승리, 아베르노 등이 있다.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사진=시카고 현대미술관 Poetry Center]


8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계관시인인 루이즈 글릭을 선정했다. 글릭은 역대 16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이날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확고한 시적 목소리는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개인의 존재를 보편으로 승화한다"면서 "글릭의 시는 솔직하고 타협하지 않는 한편, 날카로운 재치로 유머러스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의 시는 명징함으로 특징을 지을 수 있다"며 "어린 시절과 가족의 삶, 부모와 형제, 자매와의 밀접한 관계에 시의 초점을 맞추곤 했다"고 평가했다.

194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글릭은 1968년 첫 시집인 '맏이'(Firstborn)로 등단했다. 현재 미국 예일대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인 글릭은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하나로, 1993년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2001~2003년에는 미국 국회도서관의 국가 계관시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야생붓꽃(1992)과 아킬레스의 승리(1985) 등이 있다. 한림원은 2006년 저작인 '아베르노'(Averno·저승)를 대표작으로 제시하며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의 신 하데스의 아내인 페르세포네가 처음 하데스에 사로잡혀 저승으로 떠나게 되는 여정을 몽환적이고 능수능란하게 해석했다고 호평했다.

글릭은 10대 시절 거식증으로 고통받던 경험 등에서 온 죽음·상실·거절·관계의 실패 등의 트라우마와 욕망을 자연물에 빗대어 조명하는 데 집중하며, 슬픔과 고립의 경험을 소박하고 솔직한 언어로 표현해 유명세를 얻었다.

아울러 그의 시언어는 엄격한 어조와 언어적 정확성을 추구하면서도, 고대 전설이나 신화 등에서 차용한 다양한 페르소나를 내세워 자전적인 고백을 재구성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글릭은 시의 중심 주제로 삶과 죽음 뒤에 있는 양가적인 욕망을 주로 노래한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900만 크로나(약 10억9000만원)와 함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는다.

매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은 올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대체된다. 오는 9일에는 노벨평화상(오후 6시), 12일에는 노벨 경제학상(오후 6시45분) 등의 수상자가 발표된다.
 

루이스 글릭.[사진=노벨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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