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재발견]④ 텐트 치고 고기 굽고...캠핑장이 된 우리집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10-08 0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는 우리의 삶과 의식을 넘어 문화까지 단숨에 바꿔버렸다. 집콕생활은 곧 새로운 문화를 생산해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면서 집은 본래의 휴식 기능을 넘어 사회활동, 여가활동까지 수행하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강제적인 집콕생활을 하게 된 우리는 집 안에서 저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개척하며 지루한 일상을 이겨내기 시작했다. 영화관을 가는 대신 OTT(인터넷으로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더 이용하는가 하면 집 안에서 캠핑을 즐기며 여행 기분을 만끽하기에 이르렀다. 그저 치열하고 고단했던 삶을 덜어낼 '쉼터'쯤으로 치부됐던 집이, 본래는 우리네 삶과 문화를 아우르는 공간이었다는 것을. <편집자 주>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텐트를 치고,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놓고 앉아 가족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릴에 고기를 구워 먹는다. 장롱에 고이 모셔두었던 빔프로젝터를 꺼내 넷플릭스를 연결, 영화를 감상한다. 이것만으로도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조금은 가시는 듯하다. 야외로 나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캠핑을 즐긴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집밖에 나가기조차 두려운 요즘, 분위기라도 바꿔볼 요량으로 '홈캠핑'을 즐겼다. 우리집이지만 캠핑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집 안이 캠핑장으로 변화했다. 야영장으로, 펜션으로 떠나는 이도 많지만, 홈캉스는 또 다른 묘미를 안기며 지루한 집콕생활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9살 난 딸아이를 키우는 김미희씨(39)는 하루가 멀다고 집안에 텐트를 친다. 평소에 캠핑을 좋아해 가족과 자주 다녀오곤 했는데, 코로나19 여파에 여행 결심이 어려워지자 홈캠핑을 떠올렸다.

야외용 텐트 대신 그늘막을 친 후 그 안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이야기도 나누고, 그릴에 고기를 구워 캠핑 테이블로 가져와 먹기도 한다. 때론 빔프로젝터를 연결해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김씨는 "매일 먹는 집밥이지만, 캠핑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 캠핑을 온 느낌이 난다. 우리 가족이 우울함을 달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히자 들로 산으로 텐트를 지고 떠나는 이들이 늘었다. 소비자 조사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 동향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캠핑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2분기 캠핑 이용 비중은 지난해보다 60% 이상 성장했다. 실제로 서울 근교 캠핑장을 비롯해 국립공원 야영장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관련 물품 판매율도 물론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세에 캠핑 수요는 주춤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우리를 힘들게 했던 장마와 태풍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많은 이는 홈캠핑을 시작했다. 특히 인증샷을 중요시하는 20·30세대 홈캠핑족은 집 안에서 홈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10월 7일 기준 인스타그램 홈캠핑 해시태그 검색 건수는 3만8000개에 달했다.

집콕 캠핑에 동참하는 스타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여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하면서 홈캠핑을 선택한 것이다.

뮤지컬 배우 함연지는 최근 친구의 집 뒤뜰에서 캠핑을 즐겼다. 또 배우 박은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두 자녀와 함께 마당 캠핑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넉넉한 사이즈의 그늘막 텐트를 마당에 설치한 것은 물론, 캠핑용 야외 테이블과 의자까지 갖춰 캠핑장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휴양지에서 만나볼 법한 인테리어 소품을 활용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유는 야자수 풍선과 야자수 그림 포스터 등으로 벽을 꾸며 휴양지 분위기를 연출하고 모히토, 과일 등 휴양지 음식까지 맛보며 홈캉스를 만끽했다. 비록 집 안이었지만, 밀짚모자와 샌들 등을 갖추며 여행 분위기를 냈다. 바캉스 패션까지 완벽 재현했다.

홈캠핑을 즐기는 이현미씨(38세)는 "처음엔 집에 가만히 있기 답답해서 시작한 홈캠핑이었지만, 이제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텐트 등 캠핑용품부터 먹거리까지 짐을 잔뜩 싸 들고 움직일 필요 없고, 타인과 대면 없이 집 안에서 우리 가족과 충분히 캠핑 감성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