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사과 뜻 밝힌 김정은...'北 총격 사건' 후속 조치도 내놓을까

박경은 기자입력 : 2020-09-30 15:24
조선중앙통신 보도...코로나 비상방역 논의 다음 달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언급 수해·태풍 등 재해 복구 문제 대해 점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최근 발생한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해 언급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 총격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내달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앞둔 만큼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후속 조치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 통일전선부 명의로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A씨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이례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 만큼 남북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사건 책임자를 해임하고 한시적으로 서해군통신선을 복원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당 정치국 회의 주재...'공무원 사살' 언급 無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회의를 주재했으나 북한군이 남측 공무원을 총격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당중앙위원회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의 전파 위협을 막기 위한 사업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부족점들을 지적하고 국가적인 비상방역사업을 보다 강도높이 시행할 데 대한 해당 문제들이 심도 있게 연구 토의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부족점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통신은 또 "세계적인 악성 전염병 확산 형세에 대한 보고에 이어 방역 부문에서의 자만과 방심, 무책임성과 완만성을 철저히 경계했다"며 "우리 식대로 방역대책을 더욱 철저히 강구하며 대중적인 방역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강철같은 방역체계와 질서를 확고히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 통일전선부는 지난 25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가 22일 오후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김 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통지문을 청와대에 보냈다.

그러나 북한 내부적으로는 이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해당 사건이 논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하자 북한이 남측 공무원 사살 사건이 코로나19 방역 중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건임을 대외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전날 정치국회의에서 코로나19 특별방역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9일 오전 인천시 옹진국 대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국은 이 밖에도 내달 10일 당 창건 75주년과 기념한 당 및 국가적 사업들과 수해와 태풍 등 재해 복구 문제에 대해 점검했다.

통신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당 창건 75돐을 맞으며 진행한 당 및 국가적 사업들과 재해복구 정형에 대하여 점검했다. 이 사업들의 성공적 보장을 위한 해당한 조직적 대책들을 제기하고 토의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회의에서는 관련 조직(인사) 문제도 다뤄졌다. 통신은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전례 없는 재앙과 재해 위기 속에서도 당 창건 75돐을 진정한 인민의 명절로 성대히 경축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감하는 올해를 승리적으로 결속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들을 취했다"며 "인민들의 생활을 안정·향상시켜 나가는 데 중요한 계기"라고 했다.

 

28일 해군과 해경이 북한에서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발견한 오탁방지망 추정 플라스틱 물체(사진 왼쪽)와 나무재질 물체(사진 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피격 사건 다뤘을 수도...책임자 해임 등 후속조치 봐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전날 정치국회의에서 A씨 피격 사건에 대해 다루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치국회의에서 방역 점검, 당 창건 75주년 준비 마무리 점검, 인사 문제가 핵심 의제였다"며 "방역 문제가 최우선의제이고 '문제점'을 점검했다는 점에서 최근 공무원 피격 사건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만약 (피격 사건이) 논의됐다면 김 위원장이 (내달 10일) 당 창건 75주년까지 피격 사건을 털고 가자고 결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심 내용은 책임자 해임과 한시적으로 서해군통신선을 복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조만간 결심의 후속조치로 사건 해결까지 서해군통신선을 조건부로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A씨 피격사건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 및 내부조치를 통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10일 당 창건 75주년이라는 큰 행사를 앞둔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A씨 사망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김 위원장이 A씨 사망에 대한 북한군 책임을 인정하고 "매우 미안하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여권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책임자를 해임하고 내부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 남측에 결과를 통보할 경우에도 "과거에 없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역시 이날 회의에 대해 "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점검회의를 주재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방역 문제를 직접 의제로 점검할 만큼 열흘 앞으로 다가온 당 창건 75주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정 교수는 "방청 인원까지 고려하면 확대회의에 준하는 자리에서 남측 공무원 피격사건이 얼마나 심도있게 논의됐을지 미지수"라면서도 "당 창건 기념일과 내년 초 8차 당대회까지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성하자는 언급 정도는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조직 문제를 논의했다는 부분에서 추후 해군사령부나 서해 방역 관련 책임자 인사조치가 발표되면 그 수위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의 역대 최대 열병식이 지난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0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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