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 異意있습니다] 순천고는 정말 ‘추미애 검찰의 신주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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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사회부 부장
입력 2020-09-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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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찬호, 신자용, 김웅. 송삼현 등 '윤석열 호위무사' 순천고 출신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배용원 전주지검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 박순배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최근 일부 극우신문들이 ‘추미애 검찰의 순천고 라인’으로 지목한 검사들이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모씨에 대한 수사도 ‘순천고 라인’이 맡았다며 마치 정권의 친위부대가 검찰을 장악한 것처럼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순천고 전성시대’라는 비아냥은 매우 점잖은 편에 속한다.

한술 더 떠 익명의 검찰관계자들을 들먹거리며 “전무후무한 쏠림인사”라느니 “친문인사”라느니 핏대를 올리다 마침내는 “호남 득세”니 “코드인사”니 하는 지역폄하와 증오발언까지 서슴치 않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의 주장에 다른 언론들은 물론 세간의 여론도 슬그머니 따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 확인은 애시당초 할 생각이 없다는 듯 극우신문 논조 따라가기에 바쁠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은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
 
순천고는 ‘원래 주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를 숨기고 부분만을 강조해 진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완전한 거짓은 아니지만 함께 알려야 할 다른 부분을 숨기고 자신들이 펴고 싶은 주장에 부합하는 부분만 확대‧부각시켜 결과적으로 진실을 왜곡한 것이다.

일단 검찰 내에 순천고 인맥은 원래부터 상당히 탄탄하다. 검찰 내에 서울대와 고려대 인맥이 탄탄한 것과 비슷해 보일 정도다. 일단 숫자부터 많다. 전국 검사들의 출신 고등학교를 살펴봤더니 대원외고에 이어 2위였다.

지난 2016년 9월을 기준으로 전국 검사 2058명 중 순천고 출신은 31명으로 대원외고(64명) 다음으로 많다. 경기고 24명, 대외외고 18명, 경북고 16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류’를 따진다면 원래부터 ‘주류’였던 셈이다.김회재 전 검사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후 거의 매년 검사장을 배출했다.

순천고 출신 검사들이 친여성향이라거나 친문세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니 친(親)윤석열 성향이 더 강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당장 김 전 검사장만 해도 지금은 여권 소속이지만 박근혜 정권에서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사진= 김회재 국회의원 홈페이지]

 
박찬호, 신자용, 김웅... 순천고의 ‘윤석열 호위무사들’
한동훈 검사장과 함께 윤석열 검사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찬호 제주지검장도 순천고 출신이다. 박찬호 검사장은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있으면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의혹’을 지휘했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직접 청와대를 겨냥, 압수수색까지 했던 사건이다.

윤석열 총장과 함께 '최순실 특검'에서 활약했으며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 시절에는 특수1부장으로 활약했던 신자용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현 부산동부지청장)도 순천고다.  신 지청장 역시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다. 기획력에 있어서는 한동훈 검사장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라는 평가도 있다. 한 검사장이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영전한 뒤에 그 후임으로 가장 많이 거론됐던 것도 신 지청장이다. 

제21대 국회에서 대표적인 ‘문재인 저격수’이자 ‘검찰 엄호세력’으로 떠오른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국회의원(국민의힘)도 순천고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김웅 의원도 윤석열 총장의 측근으로 대검 미래수사기획단장을 맡아 검경수사권 조정문제에서 검찰의 입장을 홍보하는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또한 지난 1월 인사에서 승진에 실패하자 취임한지 한달도 안된 추미애 장관을 향해 거친 언사를 퍼부은 뒤 사표를 냈고, 얼마 뒤 총선에 출마해 야권의 대표적인 공격수가 됐다.
윤석열의 숨은 ‘복심’... 송삼현 전 남부지검장

어디 그 뿐인가? 지난 8월까지 서울남부지검장이었던 송삼현 검사장도 윤석열 라인에 꼽힌다. 윤 총장과 사시동기인 송 검사장은 사실상 검찰수뇌부를 함께 구성한 인물이자 윤 총장의 복심이었다.

지난 2018년 당시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의 측근인 송삼현 검사장이 주요보직에 포진하면서 “한동안 순천고의 약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법조계 인사도 적지 않았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의 바탕이 된 신라젠 수사를 한 곳이 바로 송 검사장이 있던 서울남부지검이다. 신라젠 수사를 여권으로 옮겨가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송 검사장은 의혹의 핵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라임사태 역시 마찬가지. 남부지검 수사팀은 마지막까지 라임을 여권인사들과 결부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사건의 수사를 미적거리다 엉뚱하게 박주민 의원, 표창원 의원 등을 함께 기워넣어 기소한 곳 역시 서울남부지검이었다. 서울중앙지검에 관심이 쏠려 있었지만 실제로 여권과 청와대에 타격을 줄수 있는 암수를 쥐고 있었던 곳이 남부지검이었다.

이 밖에 연수원 26기의 마지막 검사장 진급 1순위로 꼽혔으면서 역시 윤석열 라인의 한사람인 송규종 검사 역시 순천고 라인의 핵심이다.
 
게으르거나 사악하거나
순천고 출신의 검사들이 윤석열 총장 일가족에 대한 수사를 맡게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혹은 추미애 장관 부임 후 갑자기 부상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특정정당하고만 친밀하다거나 정치색이 있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친보수 성향이다)

이 사실은 조금만 취재를 해 보면 금새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일부의 사실을 부풀리고 왜곡해 ‘친문세력’이니 ‘코드인사’니 하는 낙인을 찍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적어도 언론이 할 일은 아니다.

그것은 마땅히 해야할 사실 취재를 하지 않은 게으름의 발로이거나 사악한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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