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증시 상장 앞둔 중금공사...골드만삭스만큼 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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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9-2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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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본토,홍콩 동시상장하는 14번째 증권사

  • 모건스탠리와-건설은행이 탄생시킨 'IB귀족'

  • 2010년 들어 내리막길...업계 77위로 곤두박질

  • 홍콩증시 상장으로 '재도약'···알리바바·텐센트 등 투자자 유치

  • 中본토증시 상장으로 몸집 키워 M&A 주도권 쥘까

중국 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 중국국제금융공사(중금공사·中金公司·CICC)가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중금공사가 이번 상장을 통해 10년 전 'IB 명가'로서 영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중금공사[사진=바이두]


◆IPO 심사 '일사천리'··· 100억 위안 이상 '실탄' 마련할 듯

중금공사의 기업공개(IPO) 신청은 지난 17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5월 신청서를 제출한 지 넉 달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로써 중금공사는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14번째 증권사가 됐다. 중금공사는 2015년 이미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구체적으로 중금공사는 이번에 중국 본토에서 IPO를 통해 전체 주식의 9.5% 수준인 4억5900만주를 발행한다. 공모가는 최고 22.77위안으로, 자금조달액은 최대 104억5000만 위안(약 1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회사 자본금과 운영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중금공사는 총자산(3500억 위안), 순자산(480억 위안) 기준으로 중국 증권업계 각각 8, 12위 순위를 차지하는 대형 증권사다. 그만큼 중금공사의 A주 상장이 중국 전체 증권업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중금공사[그래픽=임예슬 기자]



​◆中 최초 IB 합작증권사··· "국유기업 IPO 전문"

중금공사는 1994년 출범했다. 그런데 태생이 독특하다. 중금공사의 별칭은 'IB귀족'이다. '탄생'할 때부터 ‘금테’를 둘렀다. 글로벌 ’IB 공룡‘ 모건스탠리와 중국 국영 건설은행이 합자 설립한 중국 제1호 합작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2010년 중금공사에서 손을 떼기 전까지 15년 넘게 중금공사는 ‘비단길’을 걸었다. 모건스탠리라는 든든한 주주를 등에 업고 고급 인재를 영입하며 빠르게 덩치를 불렸다.

특히 중국 정부의 중금공사 설립 취지는 “국유기업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80년대부터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주식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국유기업이 잇달아 자본시장에 상장했다. 중금공사는 국유기업의 IPO를 도맡으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2019년 말 기준, 중국 역대 본토 증시에서 이뤄진 10대 IPO(자금조달액 기준) 대어 중 8개를 중금공사가 주간사를 맡아 진행했다. 농업은행, 건설은행, 공상은행, 우정저축은행, 페트로차이나, 선화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모건스탠리와 '결별' 후 내리막길··· 업계 77위로 추락

하지만 2010년 모건스탠리가 중금공사에서 손을 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콧대가 너무 높았던 게 이유였다. 그동안 덩치 큰 국유기업 같은 ‘IPO 대어’에만 집중했던 나머지 중소기업 IPO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 당시엔 이미 대다수 국유기업이 자본시장 상장을 마친 후라서 중량급 IPO 물량은 차츰 줄던 시기였다. 게다가 2009년 중국 선전거래소에 중소 벤처기업 전용 증시인 촹예반(창업판·차이넥스트)이 출범하면서 중소 벤처기업 IPO가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중금공사는 IPO 시장 전망을 ‘오판’하며 ‘잃어버린 5년’이란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반면 한때 중금공사와 어깨도 나란히 하지 못했던 핑안증권, 국신증권 등 경쟁사들은 오히려 촹예반 IPO 기회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2009~2010년만 해도 중금공사가 IB 사업 부문에서 벌어들인 순익이 20억 위안으로 업계 선두였다. 하지만 2011년 곧바로 5위로 추락했다. 그해 중금공사가 거둔 전체 순익은 고작 2604만 위안에 불과했다. 당시 111개 증권사 중 77위를 기록하며 ‘중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당시 중금공사는 중국 본토 거래소의 상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적 요건도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

2010년 이후 10년간 중금공사 수장도 수시로 교체됐다. 중국 '경제 차르'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도 그중 하나다. 1998년부터 중금공사에서 일하며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으나 2014년 돌연 사임했다. 일각에선 경영을 책임지고 물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콩증시 상장으로 '재도약'··· 알리바바·텐센트 등 투자자 유치 

중금공사가 다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건 2015년 홍콩 증시 상장이다.

과거 중금공사의 ‘라이벌’이었던 중신증권, 광파증권, 화타이증권, 은하증권등이 이미 IPO를 통해 실탄을 마련한 후 덩치를 키우며 고속 발전하고 있었을 때다.

중금공사는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약 8억 달러 자금을 조달해 브로커리지, 영업판매, IB 등 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그동안 IB 업무만 집중했던 중금공사는 2016년 11월 중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브로커리지, 자산 컨설팅 업무 방면에서 대량의 소매고객을 확보했다. 합병 후 시너지효과로 중금공사 순익도 빠르게 늘었다.

2012년 3억800만 위안에 달했던 순익은 2017년 27억6600만 위안까지 뛰며 연평균 55%씩 늘었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 증가율(28%)의 두 배 수준이다. 증권업계 순위도 순익 기준으로 2012년 50위에서 2017년 30위로 껑충 뛰었다.

2010년 모건스탠리와 결별한 후 지분구조도 대폭 조정됐다. 건설은행도 철수한 중금공사의 현재 최대 주주는 중국 국부펀드인 중앙회금투자공사(이하 중앙회금)다. 지분율이 44%다. 중금공사는 이후 텐센트, 알리바바, 하이얼 등 기업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했다.

◆커촹반 출범이 기회··· 1년 새 커촹반 기업 14곳 IPO 주관

사업 구조도 재편해 IB와 함께 자산관리를 양대 간판 사업으로 내걸었다. 특히 2016년 인수한 중투증권을 '중금재부(中金財富)'로 이름을 바꿔 산하 자산관리 전문 브랜드 금융사로 운영했다. 

IB 사업에도 다시 주력했다. 비록 촹예반 출범 초기 벤처기업들의 IPO 기회는 놓쳤지만, 최근 신흥경제 방면에 종사하는 기업 IPO를 물색하며 IB 사업도 되살아났다.

게다가 최근 중국 당국이 '중국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촹예반, 커촹반에 상장하는 기업 IPO에 대해 인·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중국에 하이테크 기업 IPO가 줄짓고 있다. 이것이 중금공사에는 중요한 발전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중금공사는 지난해 6월 커촹반이 출범한 이후 1년간 모두 14개 하이테크 기업 상장의 주간 업무를 담당, 거둔 수입만 13억4800만 위안이다. 중금공사가 커촹반에 상장시킨 기업 14곳의 시가총액만 4000억 위안이 넘었다. 이는 중국 증권사 중 최대 수준이다. 

◆中본토증시 상장··· '중국판 골드만삭스' 도약할까

최근 중국 내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앞서 증감회도 지난해 11월 중국 증권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기 위해 월가와 경쟁할 수 있는 '항모급' 규모의 IB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선 중국 지도부가 자국 대형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증권업계 구조조정을 할 것이란 소문도 무성하다.

M&A 대상으로 거론되는 잠재적 후보군에는 중금공사도 포함된다.  중금공사 최대주주인 중앙회금 산하에는 중금공사 이외에도 신만굉원증권·중신건투증권·은하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데, 중국 당국이 중앙회금 산하 증권사 계열사를 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누구 주도로 합병되느냐다. 합병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덩치가 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사에 먹힐 수밖에 없다.

현재 중금공사는 다른 나머지 중앙회금 계열사 증권사와 비교해 몸집이 크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중금공사의 순자산은 약 485억 위안으로, 업계 13위다. 반면, 신만굉원증권과 은하증권 순자산은 700억 위안 이상에 달한다. 

중금공사가 이번 IPO를 통해 마련한 실탄을 모두 자본금 증가와 운영자금 보충, 글로벌 사업 확대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상장을 통해 몸집을 늘려 향후 '항모급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앙회금 산하 증권사 계열사 통합 기대감 속에서 중금공사가 IPO를 통해 자체 덩치를 키우면 향후 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금공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있다.  뉴욕증시 상장사인 중국 커피체인 루이싱커피의 '부정회계 스캔들'에 연루된 게 대표적이다. 루이싱커피의 상장 주관 업무를 담당했던 중금공사가 배상 책임을 피해가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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