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 우주·군사굴기 타고 뜨는 '군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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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9-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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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랴오닝성, 저장성 1인자로 발탁된 '군수방'

  • 시진핑 부하집단 '시자쥔' 막강 파워

  • '상하이방·공청단·태자당' 계파 구도는 와해

[그래픽=임이슬 기자]

중국 베이징시 서쪽 시싼환 항톈교 동남쪽 우뚝 솟은 빌딩에 붉은 글씨로 '중국항천(中國航天)'이라는 네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중국 항천과기그룹(이하 중국항천) 본사가 소재한 곳이다. 중국 '우주 굴기' 중심이다. 선저우(神舟) 유인우주선, 창정(長征) 로켓, 톈궁(天宮) 우주정거장부터 창어(嫦娥) 달탐사선, 톈원(天問) 화상탐사선 등 우주 항공 기술 개발을 도맡았다. 

이곳 총경리(사장) 출신인 장칭웨이(張慶偉), 마싱루이(馬興瑞), 쉬다저(許達哲) 3명은 현재 모두 중국 공산당 핵심권력인 중앙위원으로 헤이룽장성, 광둥성, 후난성 권력 1, 2인자들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서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중국경제주간'은 중국항천을 '군수방(軍工系)'의 중심지라고 표현했다. 군수방은 첨단 우주항공, 군수 산업 계통에 몸 담으며 경력을 쌓은 인물을 뜻한다. 특히 최근 중국의 군사·우주 굴기와 맞물려 군수방 출신들이 대거 요직에 발탁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랴오닝성, 저장성 1인자로 발탁된 '군수방'

지난 1일 단행된 중국 공산당 인사는 그야말로 ‘군수방의 인사’였다. 이날 저장성 당서기와 랴오닝성 서기에 각각 승진 임명된 위안자쥔(袁家軍) 저장성 성장과 장궈칭(張國淸) 톈진시 시장이 모두 군수방 출신이다.

1962년생으로 올해 58세인 위안자쥔. 베이징 항공학원 비행기설계학과를 졸업하고 국무원 우주공업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항공·우주 계통에만 28년을 몸 담았다. 중국항천 부총경리직까지 지냈다. 위안자쥔은 1999년 37세 젊은 나이에 중국 최초 유인우주선 선저우1호 부총지휘를 맡으며 ‘우주 소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4년 7월 저장성으로 옮겨와 부성장, 성장 자리를 거쳐 이번에 당서기로 발탁된 것이다.

장궈칭 신임 랴오닝성 서기 역시 군수방으로 분류된다. 1964년생 허난성 출신으로, 중국 베이팡공업공사·중국병기공업그룹(중국병공) 등 방위산업체에서만 26년간 근무했다. 특히 중국병공 총경리직까지 지냈다. 중국병공은 탱크, 유도탄, 미사일, 화포 등 중무기를 만드는 국유 군수기업이다. 이후 충칭시 시장, 톈진시 시장 등 직할시 2곳의 시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장궈칭이 랴오닝성 성장에 발탁된 것을 두고 중국 베이징청년보는 "중국 전국에서 가장 젊은 지방 당서기"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7월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장관급)으로 발탁된 탕덩제(唐登傑)도 대표적인 군수방이다. 1964년생 상하이 출신인 탕덩제는 중국병기장비그룹 회장, 중국국가항천국(CNSA) 국장, 국가국방과학기술공업국 국장 등 군수 방면에서 요직을 맡았다. 과거 상하이 부시장으로 있을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를 지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손발을 맞추며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허펑(郝鵬)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주임도 시베이공업대 비행기제조공학을 전공하고 중국 군용기 생산 군수기업인 중국항공공업집단(이하 중항공업)에서 17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어 군수방으로 분류된다.
 
◆우주·군사굴기 타고 뜨는 '군수방'

최근 중국의 항공·군사기술이 중대한 진보를 이루면서 ‘군수방’은 중국 정치 권력의 '샛별'로 떠올랐다.

이는 과거 1970~80년대 석유 개발이 한창일 당시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등 석유 계통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정계에 진출하며 '석유방'이라는 정치파벌을 형성한 것을 연상케 한다.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석유방은 저우융캉이 2013년 부패로 낙마한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중국 지도부가 군수·우주 계통 인물을 요직으로 발탁한 것은 그간의 노력에 대한 '포상'이자 정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지난 7월 최초의 화성탐사선을 성공적으로 우주로 쏘아올리고 미국 GPS 대항마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인 '베이더우(北斗)' 개발도 완료했다. 자체 항공모함(항모)과 핵잠수함, 최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최신식 무기도 과시한다. 

중국경제주간은 "'군수방'에서 고위급 관료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며 "이는 기술형 관료(테크노크라트)가 점점 더 중시받고 있는 흐름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테크노크라트를 양성하려는 시진핑 지도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부하집단 '시자쥔' 막강 파워
군수방과 함께 현재 중국 정치 권력을 형성하는 건 시진핑 주석의 과거 부하집단을 일컫는 '시자쥔(習家軍)'과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칭화방'이다.

최근엔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막강해짐에 따라 시자쥔 세력이 워낙 커져서 광범위한 의미로 시 주석의 측근 세력을 모두 시자쥔으로 분류한다. 칭화방도 넓게 보면 시자쥔에 포함된다.

시자쥔은 현재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중 3인을 점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시자쥔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기도 한다. 시진핑 주석이 과거 푸젠성(1985~2002년), 저장성(2002~2007년), 상하이(2007년)에서 근무할 당시 같이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부하들이 주축이다. 각각 '민장신쥔(閩江新軍)', '즈장신쥔(之江新軍)', '푸장신쥔(浦江新軍)'으로 불린다. 푸젠성, 저장성, 상하이를 흐르는 강 이름을 따서 지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즈장신쥔이다. 올해는 유난히 '저장성 군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초 코로나19가 발발한 후베이성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후베이성 당서기로 급파된 잉융(應勇), 홍콩의 불안정한 국면을 처리하기 위해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에 임명된 샤바오룽(夏寶龍)이 대표적이다. '포스트 시진핑'이라고도 불리는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를 비롯해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 부장, 천이신(陳一新)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 등도 대표적인 즈장신쥔이다. 

시진핑 주석과 직접적 인연이 없는 저장성 출신 관료들도 등용 받는 분위기다. 최근 상하이 시장직을 접수한 궁정(龚正)이 대표적이다. 그는 저장성 항저우 서기, 저장성 부성장을 역임했다.

이는 저장성이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으로 그쪽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데다가, 시 주석의 저장성 인맥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동부 저장성은 '경제대성(大省)'으로 개혁·개방 선구 지역 중 하나이고 민간 경제가 발달했다. 그래서 현지 관료들의 경제 운용 경험이 풍부하고 융통성이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상하이방·공청단·태자당' 계파 구도는 와해

사실 시진핑 지도부 집권 전까지만 해도 중국 정가엔 3개 계파가 존재했다.  '상하이방'이라고도 불리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 중심의 ‘장파이(江派)’, 혁명 원로 자녀들 중심의 '태자당(太子黨)',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중심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의 퇀파이(團派)다. 혁명원로인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인 시진핑 주석은 태자당, 리커창 총리는 공청단 출신이다. 이들 3개 계파는 균형을 이루며 상호 견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후 '부패와의 전쟁' 등을 통해  정적을 제거하고 정치 권력 강화에 나서며 기존의 파벌 구도는 사실상 와해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시 주석이 속해 있던 태자당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태자당 내에서 시진핑 주석과 한때 '라이벌' 관계였던 보이보 전 부총리의 아들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가 2013년 부패 비리 혐의로 낙마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진핑 주석은 또 상하이방의 근거지인 상하이 정가도 장악해 시자쥔 세력으로 채웠다. 공청단파와 상하이방의 '돈줄' 역할을 하던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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