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권별 규제 이미 있는데...금융그룹별 이중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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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9-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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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ㆍ현대차 등 6개그룹 통합감독법

  • 계열사간 자금 지원 사전 차단 의도

  • 당국 감시 불가피…'관치금융' 우려

삼성 딜라이트 삼성전자 사옥. [사진= 유대길 기자]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금융그룹통합감독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가 초비상에 걸렸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용부담 증가와 이중규제 등 관치금융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내 추진을 앞둔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은 삼성, 현대차, 한화, 교보, 미래에셋, DB 등 6개 복합금융그룹 대표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이면서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복합금융그룹이 대상이다. 금융계열사의 자금이 비금융 계열사의 부실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재벌 대기업들이 금융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관련법 추진을 위해 이달 말부터 '복합금융그룹 통합공시'를 실시한다. 공시 내용은 6개 복합금융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비롯해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체계, 자본적정성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포함할 계획이다. 

즉, 둘 이상의 금융회사가 포함된 기업의 경우 금융그룹 수준으로 내부통제·위험관리체계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기업이 내부통제협의회를 만들고 그룹의 주요 위험요인을 공시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금융그룹 통합공시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금융그룹감독제도 개선 방안의 일환이다. 아울러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공정경제 3법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도 “정기국회에서 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법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 대상기업으로 지정되면 해당 그룹들은 금융그룹 내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회사를 대표금융회사로 선정해야 한다. 대표금융회사들은 사실상 그룹 내 금융지주사로서 역할을 맡아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은 내부통제체계에 따라 삼성전자의 지분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주식을 과도하게 가질 경우 삼성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직적 지배구조를 보유 중인 미래에셋그룹의 경우도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위탁·위임과 계열회사 간 펀드 판매 규모 등을 세세히 드러내야 한다. 회사들끼리 자본을 중복으로 이용할 가능성이나, 한 계열사의 위험이 다른 계열사로 전이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들의 우려는 크다. 계열사 간 지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자금을 모아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행위가 차단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당국규제에 따라 비금융계열사 지원이 금지되면 자본확충, 지분 매각 등을 실시해야 한다. 이에 따른 기업의 비용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복합금융그룹사들은 보험, 카드, 금융투자업 등 업권별로 이미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중규제 우려도 크다. 지분율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와 규제도 불가피해진다. 사실상 '관치금융'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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