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문재도 회장 “수소산업, 확실한 신성장동력…민관 함께 생태계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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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9-17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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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역임...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수장 맡아

  • 수소, 유일하게 무한생산 가능한 청정에너지

  • 한국, 수소차 기술력 있지만 유통인프라 부족

  • 과감한 투자로 ‘규모의 경제’ 이루면 ‘수소시대’ 성큼

  • 민관 가교 역할 넘어 국제 공조 위한 노력 다할것

“국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의 주식시장을 가만히 살펴보세요. 수소경제에 뛰어든 기업들의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수소경제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요?”

지난달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 회장은 수소경제가 과연 비전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관료 출신에 점잖기만 할 것 같은 그가 건네는 ‘주식론’에 순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내 곧 수긍이 갔다. 최근 미국의 수소트럭 제조업체 ‘니콜라’가 번뜩 떠오른 것이다. "배출가스 제로의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니콜라는 최근 나스닥에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 한화그룹도 니콜라 지분을 일찌감치 사들인 선제 투자로 소위 '대박'을 쳤다. 당초 1200억원의 투자금이 나스닥 상장 하루 만에 1조원 가까이 불어났으니 말이다. 니콜라는 현재 기술 관련 논란이 분분하지만, 그만큼 수소산업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증하는 대표적 사례로 여겨진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이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수소경제 중요성 커지면서 추진단 회장 ‘차관급’ 격상...민관 가교역할 톡톡

문재도 회장이 몸담고 있는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은 수소에너지 확산과 수소 연관 산업의 발전을 위해 2017년 4월 출범한 민관협의체다. 중앙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한국가스공사, 한국에너지공단 등 공공기관과 정부출연 연구원을 비롯해 현대차·현대모비스·린데코리아·두산퓨얼셀·일진복합소재 등 기업까지 총 73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현재 추진단은 정부와 기업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련 부처와 기관이 추진하는 정책 과제와 제도개선 작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분석하고 기술적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 사실상 우리나라 수소경제 진흥을 위한 컨트롤타워이자 민관 합동 지원군인 셈이다. 수소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의지와 시대적 요구가 커지면서 당초 단장체제였던 추진단의 위상도 높아졌다. 지난해 9월 산업부 제2차관을 역임한 문 회장이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문 회장은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수소경제의 청사진을 거듭 강조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업들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수소산업은 분명히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가 이처럼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수소산업의 친환경성’에 기인한다. 그는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수소는 인류가 유일하게 무한히 생산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소는 연료전지기술을 활용하여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고 물만 배출한다. 오히려 대기 중에서 수소와의 반응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공기 정화를 하는 역할도 한다는 게 문 회장의 설명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수소의 친환경성에 주목하고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수소경제 시대를 앞당기려 애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월 14일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한국형 뉴딜’ 정책의 한 축인 그린 뉴딜 가운데 수소산업 활성화를 특히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글로벌 전기자동차 및 수소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수소경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수소사회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이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수소사회 앞당기려면 ‘규모의 경제’ 이뤄야”

문 회장은 이처럼 민관이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수소산업 활성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규모의 경제’라고 강조했다. 수소의 생산과 유통, 수소차량 개발, 충전기술 및 충전소 확산 등 일련의 수소 생태계가 갖춰지려면 수소의 낮은 경제성을 돌파하기 위한 과감한 기업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소차 한 대 생산 단가는 7000만원 수준이지만, 과감한 생산설비와 투자가 이뤄지면 생산 단가는 이르면 내년 1~2년내 1000만원가량 낮아질 수 있다. 수소충전소 역시 최근 현대차와 GS칼텍스 등 기업들의 노력이 더해져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한곳당 구축비용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문 회장의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역시 법적, 제도적 정비와 지원책을 내놓으며 수소사회를 향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 회장은 “작년 1월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연간 수소차 10만대 생산, 수소충전소 전국 1200개 확대 등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면서 “이는 우리나라 수소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말했다. 뒤이어 작년 6월 수립된 ‘제3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선 수소가 에너지원으로 포함됐고 잇달아 ‘수소기술개발 로드맵’,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전략’이 발표됐다. 특히 지난 1월엔 ‘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일명 수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수소산업 진흥과 수소 유통, 안전까지 총망라한 법제화가 이뤄진 만큼 유럽,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우리나라도 수소경제 활성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회장은 비단 한 나라 특정 기업의 노력만이 아니라 국가간, 기업간 국제협력이 이뤄져야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더욱 빨리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현대차 넥쏘처럼 우리나라는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수소의 생산과 보급, 유통(운반 및 저장) 등의 기술력은 아직 여타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은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글로벌 표준 모델을 제시했듯, 초창기 수소산업에서 주도권을 쥐는 나라가 수소연료 전지 등 국제표준을 선점할 수 있고, 아직 우리나라도 늦은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수소위원회,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 등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국제 공조를 위한 입체적인 지원 전략을 세울 것”이라면서 “국내 수소산업이 해외 시장에 인정받도록 판로를 지원하는 등 우리 기술력으로 국제표준을 만들고 시장을 선점하도록 후방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수소경제의 당위성이 커지는 동시에 수소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공존하는 만큼 대국민 인식개선 활동도 적극 펼칠 계획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5월 강원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다. 이는 실험을 위해 제작된 별도 용기에서 발생한 사고로 철저하게 국내외 법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 수소차 및 연료전지충전소와는 무관한 일이나 지역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문 회장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공포가 커진 사건인데, 이를 수소에너지 안전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회장은 “관리를 제대로 하면 수소만큼 안전한 에너지가 없다. 항공 우주선, 해저잠수함 등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수소에너지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 그런 안전성을 입증한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국민 인식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재도 회장은...
△1959년생,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행정고시 합격(25회)
△전 산업자원부 수송기계산업과장, 전기위원회 총괄정책과장, 자원정책과장, 통상지원심의관 
△전 주제네바국제연합사무처 및 국제기구대표부 참사관
△전 지식경제부 산업자원협력실장
△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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