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법정에 선 성직자들...1970·1980년대와 크게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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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0-09-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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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신정권 민주화운동 앞장섰던 성직자...최근 보수단체 운동 주도

  • 선거법·감염병법 위반 혐의로 논란

4·15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한 혐의로 기소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재판이 다음달 12일 재개된다. 전 목사의 재판은 당초 지난달 24일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전 목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걸리며 절차는 중단됐다. 이 영향으로 대법원은 2주간 전국법원에 휴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전 목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코로나19 조사대상 명단을 은폐해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며 전 목사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사랑제일교회 관계자 249명을 조사하고 있으며, 전 목사에 대한 접견 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논란의 중심이 되자 개신교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신교계 진보·개혁 성향 단체로 구성된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비대위)'는 31일 사죄성명서를 내 "한국 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앞에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밝혔다.

전 목사를 비롯해서 성직자가 법정에 선 사례는 이전부터 많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민주화 목소리를 외쳤지만 현재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법정에 등장한다.
 
"기도나 하지 정치활동 하냐" 질문에 "군인이 왜 판사석에 앉아 있냐" 응수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은 정적이었던 당시 야당 지도자 김대중을 일본에서 납치한다. 이에 정국이 불안해지자 박 대통령은 다음해 1월 8일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를 내놓았다. 유신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위헌적 조치였다.

여기서 성직자들이 등장한다. 당시 김진홍·이해학(이인영 통일부 장관 장인)·이규상·인명진(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젊은 성직자들은 1월 17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1·8긴급조치 철회 및 개헌청원 서명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시국선언 기도회'를 연다.

결국 이들은 긴급조치 제1호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유신 체제 하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군 장교가 판사석에 앉아 이들을 심리했다. 당시 '이 비상사태에 목사들이 어찌하여 기도나 전도는 하지 않고 정치활동을 하냐'는 심판관(재판장·군 장교)의 질문에 김 전도사는 "이 비상사태에 군인인 당신들이야말로 국방의 의무를 망각하고 민간인을 재판한다고 앉아 있는가"라고 답했다.

결국 1심은 그해 2월 7일 김진홍·이해학·이규상·김경락 전도사에게 각 징역 15년, 인명진·박윤수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2심 비상고등군법회의도 같은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도 그대로 확정했다.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때도 흐름은 달랐다
2000년대가 되면서 전 목사를 비롯한 성직자는 정치·사회 활동에 다시 관여하기 시작한다. 민주화운동을 했던 이전과 달리 보수 개신교 교리를 정치권과 사회에 적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 목사를 비롯한 성직자들은 2008년 기독사랑실천당을 만들고 지난 4·15 총선 때까지 매 선거 때마다 국회 입성을 노렸다. 정강정책은 낙태 반대·동성애 금지 등 보수 기독교 교리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어느 새 국민 정서와 괴리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망언을 비롯해 정치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전도사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김진홍 목사도 크게 변모해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을 이끌기도 했다. 김 목사는 22억원 넘는 교회자금을 횡령했다며 2016년 의정부지방검찰청에 고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직자들이 바뀐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흐름이었다고 밝힌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권위주의 시절부터 정교분리라는 이름으로 군부정권에 야합한 성직자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민주화·노동·통일 운동에 헌신해 언론에는 위험한 인물로 보도됐던 성직자들은 소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 이후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립학교법 개정 등으로 정부와 충돌했던 대형교회 성직자로 이어진 흐름이 현재 법정에 서게 된 전 목사 같은 사람"이라고 전하며 "김진홍 목사의 경우는 다른 경우로, 민주화운동을 했으나 이후 나이가 들고 접촉하는 사람이 달라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 목사가 법정에 서게 된 것에 대해 "약자와 소수자에 헌신하는 게 (성직자로서) 모습일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해 참담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국에서) 비대면 예배를 드리며 지도자로서 자세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받고 퇴원한 전광훈 목사가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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