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료 제출 위반한 대기업 함부로 고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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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9-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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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부터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 시행

오는 8일부터 대기업집단의 자료 제출 위반과 관련해 고발하는 데 명확한 기준이 생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을 제정해 오는 8일부터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적용 대상은 지정자료 제출 위반,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 및 사업내용 보고 위반, 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등 신고 위반이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총수일가(혈족 6촌, 인척 4촌 이내)의 주식 소유 및 계열사 현황, 계열회사 간 주식 소유 현황 등의 자료를 제출받는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한다. 대기업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경제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재 기업집단 관련 신고·자료제출 의무 위반 행위는 별도의 행정처분 없이 공정거래법 제67조와 제68조에 형사 처벌만 규정돼 있다. 그간 공정위는 조치 수준에 대한 명문화된 기준 없이 사안별로 고의성과 경미성 등을 고려해 고발·경고조치 등을 해왔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해당 위반 행위에 대한 법 집행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고발지침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고발지침에 따르면 의무 위반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가능성과 의무 위반의 중대성 두 가지를 바탕으로 고발 기준을 설정했다.

인식가능성은 행위 당시 행위자의 의무 위반에 대한 인식 여부, 행위의 내용·정황·반복성 등에 따른 인식 가능성 정도를 고려해 판단한다. 중대성은 위반 행위의 내용과 효과,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의 운용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고려된다.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 모두 △현저한 경우 △상당한 경우 △경미한 경우로 구분했다.

실제 고발이 이뤄지는 경우는 인식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와 인식가능성이 상당한 경우로서 중대성이 현저한 경우에 이뤄진다. 단, 인식가능성이 상당한 경우로서 중대성이 상당하거나 경미한 경우에는 고발하지 않는다.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이 모두 상당한 경우에는 자진신고 여부, 대기업집단 소속 여부 등을 고려해 사안에 따라 고발할 수 있다. 성 과장은 "대상 기업집단의 자산총액 규모와 공시대상 기업집단 해당 여부, 행위자의 의무위반 자진신고 여부, 자료 제출 경험의 정도, 조사 협조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식가능성이 경미한 경우에도 고발하지 않는다. 행위자의 의무 위반 인식 가능성 유무에 대한 사실 확인이 곤란하면서 중대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수 있다.

즉, 고의적으로 본인이 소유한 회사를 숨겨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되면 검찰에 고발 조치된다. 반대로 신고할 때 본인 소유의 회사를 누락했더라도 고의성이 없고,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경고 조치로 끝난다.
 

[사진=아주경제 DB]

이는 공정위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고발했다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내놓은 조치다.

네이버 창업자이자 총수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015년 계열사 신고 과정에서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등 총 20개 계열사를 신고에 누락한 혐의로 지난 2월 공정위로부터 고발됐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계열사 신고에 고의가 없다며 이 GIO를 무혐의 처분했다.

기업집단의 신고·자료제출 의무 위반과 관련해 불분명한 기준으로 기업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가 이번에 명확한 고발 기준을 세웠지만, 결국에는 각 기관의 판단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 과장은 "고발 기준이 되는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은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사건 처리 결과가 쌓이면 공정위와 검찰이 사안을 보는 인식의 격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신고와 자료제출 의무위반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위장 계열사 신 고포상금 도입 등 제도 개선도 병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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