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직장도 안락할 수 있어요"...서울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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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0-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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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동 소셜벤처밸리 입지...지하1층~지상8층 규모

  • "잘 쉬어야 일도 잘돼"...멍 때릴 공간 가득한 오피스

[사진=윤지은 기자]
 

"저렴한 가격에 일할 공간을 제공하는 공유오피스는 많아요. '상상플래닛'은 잠깐이라도 내집처럼 쉴 공간, 소위 '멍 때릴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게 특징적이죠."

"이런 공간은 여럿이 쓰지만 '독립성'도 갖추고 있어요. 2층 침대나 다닥다닥 붙은 샤워공간, 솔직히 불편하잖아요. 그런데도 익숙하니까 그냥 사용하죠. 당연한 불편함을 바꾸고 싶었어요." (상상플래닛 담당 건축가, 이승한 '간삼건축' 수석)
 

1층 로비 [사진=윤지은 기자]
 

27일 서울 성수동 '상상플래닛'을 찾았다. 지난달 문을 연 '새 건물'이지만, 성수동의 오래된 저층건물과 유리된 느낌 없이 어우러졌다. 색도, 흙으로 굽는 방식도 옛날 벽돌과 유사한 '테라코타'를 주재료로 외관을 꾸민 덕분이다. 옛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라고 이승한 수석은 전했다. 세로로 쭉쭉 뻗은 여러 개의 루버는 각도에 따라 선으로도, 면으로도 보여 오묘한 매력을 자아냈다.

내부는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적절히 조화돼 있었고, '공유'를 테마로 하면서도, '독립성'을 띤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공유오피스가 메인이지만, '일'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한 듯한 느낌을 줬다.

상상플래닛은 성동구가 조성에 힘을 쏟아온 '소셜벤처밸리'의 복판에 들어서 있다. 이 건물의 발주사인 KT&G는 사회적 가치도 사업적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는 소셜벤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일찍이 이곳 성수동을 점찍었다. '다 같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건 KT&G가 오래 견지해온 가치이자 미션이다.

지난달 15일 문을 연 상상플래닛은 성수동2가 271-11 일대 대지면적 894.9㎡(약270평)에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로 들어서 있다. 층별 구성은 △1층 커넥트 홀 △2층 스튜디오, 편집실, 미팅룸 등 △3층 교육공간 △4~7층 입주사 사무공간(128개 지정석·21개 독립오피스) △8층 액티비티존, 수면실, 샤워실, 커뮤니티 라운지 등이다.
 

이승한 간삼건축 수석 [사진=윤지은 기자]
 

◆ '쉴 공간'이 많은 오피스..."잘 쉬어야 일도 잘 되는 법이죠"

상상플래닛의 설계를 총괄한 이승한 간삼건축 수석은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으로 '8층' 공간을 꼽았다. 액티비티존, 수면실, 샤워실, 커뮤니티 라운지 등으로 꾸며진 이곳은 그야말로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일하는 공간만큼이나 쉴 공간에 공을 들였다는 게 이 수석의 설명이다. 그는 "8층의 콘셉트는 '집'"이라며 "밤샘작업이 잦은 창업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승강기를 타고 8층까지 오르면 '거실'을 연상시키는 중앙공간, 이와 맞닿아 있는 널찍한 테라스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투명창으로 이뤄진 지붕 덕분에 날씨와 햇빛의 방향에 따라 공간이 표현하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 수석은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떨어지는 빗줄기, 빗소리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며 "해가 드는 날은 느낌이 또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8층 테라스 [사진=윤지은 기자]
 

공용공간을 지나면 보다 프라이빗한 공간이 드러난다. 샤워실과 수면실은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이면서, 사용할 때만큼은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마다 한 명씩만 들어갈 수 있고, 수면실의 경우 두터운 벽체가 공간과 공간을 분리한다. 효율성만 따졌다면 나올 수 없었을 공간들이다.

침실 문에는 원형의 '타이머'가 달려 있다. 사용자가 타이머를 맞추고 입실하면, 바깥에선 돌아가는 타이머 덕분에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용자는 본인이 정한 시간만큼은, '노크' 같은 사소한 방해 없이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다.

이 수석은 "사람들은 무엇이 불편해도 그것이 익숙하니까 그냥 사용한다. 옆 사람이 씻는 모습을 보면서 씻어야 하는 공동샤워실 같은 것들이 그렇다"며 "익숙한 불편함, 당연한 불편함을 바꾸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나와 우리 회사의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8층 샤워실, 수면실 [사진=윤지은 기자]
 

8층 수면실 타이머 [사진=윤지은 기자]
 

8층에는 관리인·보안요원·청소원 등 건물직원이 쉬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 수석은 "간삼건축에서 제안했고 KT&G가 쾌히 받아들인 공간"이라며 "청소원 등이 쉴 곳이 마땅치 않아 화장실에서 식사하거나 쪽잠을 청하는 사례가 논란이 된 적이 많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5층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쉼터인 스케일업 라운지가 펼쳐진다. 이 수석은 이 공간을 '멍 때리기 좋은 공간'으로 이름했다. 중앙에는 해먹과 캠핑체어 등이 놓여 있고 이 공간을 여러 종류의 화분이 에워싸고 있어, 마치 글램핑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해먹과 체어는 통창과 마주보고 있는데, 남향 채광을 즐기기 제격이다.

이 수석은 "성수동2가 쪽은 마땅한 공원이 없다. 공원을 즐기려면 서울숲까지 가야만 한다. 이 공간은 녹지공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해먹은 입주사가 공유하길 원한다며 기부했는데, 이는 입주사들이 공간의 콘셉트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5층 스케일업 라운지 [사진=윤지은 기자]
 

◆ '따로 또 같이'...여러 수요 고려한 오피스시설

일하는 공간은 4~7층에 다양한 형태로 마련돼 있다. 홀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부터, 둘이 이야기를 나눌 만한 공간, 여럿이 회의할 만한 공간 등으로 세분됐다. 5~7층은 사업아이템이 어느정도 구체화돼 실질 업무에 돌입한 기업에 최적화됐다.

이 수석은 "5~7층 3개 층은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돼 있어, 입주사의 네트워크 활성화를 돕는다"며 "입주사가 투자자를 만나거나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얻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공유공간에 대한 우려도 다시 불거지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런 공간이 코로나19 시대에 더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며 "이곳은 일종의 '멤버십 공간'으로 신뢰관계가 형성된 일부만 공유해 안심하고 이용할 만하다"고 답했다.
 

연결된 느낌을 주는 5~7층 [사진=윤지은 기자]
 

연결된 느낌을 주는 5~7층 [사진=윤지은 기자]
 

5층 라운지 반대편에는 폰부스, 회의실, OA존 등이 늘어서 있다. 이 수석은 이 공간을 버퍼존(Buffer zone·완충지대)으로 표현했다. 버퍼존을 중심으로 공용공간과 업무 전용공간이 나뉘기 때문이다.

7층에는 2~8인실 규모의 독립오피스, 미팅룸, 포커스존 등이 마련돼 있다. 포커스존은 '집중력을 끌어모아야 할 때 쓰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공간 사용료 수준은 △지정석 20만원 △독립오피스 25만~31만원 등(부가가치세 별도)이다. KT&G 관계자는 "같은 용도의 다른 상업시설보다 50%가량 저렴하고, 유사한 성격의 공간보다는 30% 정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알렸다.
 

독립오피스 [사진=윤지은 기자]
 

이 밖에 3층에는 여타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교육공간이 자리해 있다. 이 수석은 "창업 관련 교육이나 세미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며 "단순히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빚어내고자 하는 게 KT&G의 철학"이라고 전했다.

교육공간은 약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다. 중앙에 가변형 벽체가 있어 50여명씩 분리 수용도 가능하다. 의자와 책상엔 바퀴가 달려 있어 필요에 따라 옮길 수도, 없앨 수도 있다. 이 수석은 "건축물의 기능과 사용 목적은 계속 달라질 수 있다"며 "건물 전체를 '모듈화'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또 "모든 공간이 필요에 따라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다"며 "작은 사무실 두 개를 큰 사무실 하나로 만들 수 있고, 큰 사무실 하나를 작은 사무실 두 개로 쪼개는 것도 가능하다"고 첨언했다.
 

3층 교육공간 [사진=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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