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한국판 뉴딜 vs 중국판 뉴딜, 공생은 가능한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0-08-20 10:3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요즘 한국판 뉴딜과 중국판 뉴딜에 대한 얘기가 언론매체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하락과 경제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해 한국은 지난 7월 14일 정부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불평등사회에서 포용사회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야심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판 뉴딜이 발표되기 전 지난 5월 양회에서 중국은 먼저 ‘양신일중(兩新一重)’이라는 중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양국의 뉴딜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 부분이 겹친다. 이는 곧 미래혁신산업을 놓고 시장과 기술을 보유한 중국과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과연 양국 간 상호 윈윈할 수 공간을 찾아 협력과 공생의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중 양국은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을 두고 이미 10년 전부터 비슷한 경쟁을 해왔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은 2006년 ‘중장기 과학 및 기술발전계획(2006~2020)’을 발표하면서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국산화 정책을 발표했고, 2009년 각 산업별 ‘산업조정 진흥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보통신·자동차·에너지·철강·비철금속 등 각 산업별로 구조조정해야 할 산업군과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발전시켜야 할 산업군을 구분하여 지원하는 전략이 시작되었다.

한국은 이와 비슷한 시기인 2009년 1월 제29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제3회 미래기획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신성장동력 비전과 발전전략’을 통해 녹색기술산업·첨단융합산업·고부가서비스산업 등 3대 분야, 17개 신성장동력 분야를 확정·발표한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이 중국보다 좀 더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010년 10월 중국은 기초·주도·지주·신흥산업으로 나누어 이른바 4대 전략산업군을 지원하는 '전략적 신흥산업발전규획'을 발표하면서 신흥산업군에 해당하는 미래성장산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2012년 ‘중국 7대 신성장 산업전략’을 발표하면서 7대 전략적 신흥산업을 선도화·자주화·산업화해 나간다는 목표 아래 막대한 자금과 함께 각종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3년 후 중국은 세계의 주목을 끈 최첨단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9대 과제-10대 전략산업-5대 중점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미래선도형 발전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10대 전략산업은 디지털 차이나로의 전환을 알리는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은 2016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주도하에 민·관합동으로 미래 대한민국 12대 신산업을 발표하며, 디스플레이·차세대 반도체 등 12대 핵심산업으로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고 산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하고자 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이 수출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26개 품목 중 2년도 채 안 된 2013년에 12개 품목을 중국이 가져갔고,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선박·철강 등 한국을 먹여살렸던 8대 주력산업의 경우 2017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판 뉴딜 vs 중국판 뉴딜, 그 접점은?

이번 발표된 양국의 뉴딜정책도 기존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 정책과 같이 매우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한국의 ‘디지털 뉴딜’은 중국판 뉴딜정책과 이름만 다를 뿐 거의 같은 산업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뉴딜정책의 핵심 10대 사업을 보면 크게 디지털 뉴딜(3개)과 그린뉴딜(3개)·융합과제(4개)로 나누어져 있고, 중국은 정보·융합·혁신 인프라의 3대 카테고리에 다양한 미래혁신동력 산업군들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 ‘신형 인프라’의 경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인력 및 정책지원 등 소프트웨어적인 뉴딜정책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 종합적인 뉴딜정책이어서 한국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우리보다 늦게 시작한 중국의 미래성장동력 육성산업은 우리가 각종 규제장벽과 정권교체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 미흡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사이, 중국은 공산당의 일관된 정책노선과 핵심성과지표(KPI) 달성의 엄격한 제도·규정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한국판 뉴딜과 중국판 뉴딜은 기존 미래육성동력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향후 다가올 파급과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어느덧 가까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5G 혹은 6G 기반의 정보화 고속도로 속에서 누가 먼저 달리고 선점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한·중 양국의 뉴딜정책은 모두 미래혁신국가로 성장해 리딩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속에서 생겨난 것이다. 양국 미래의 혁신산업 육성이 자칫 상호 보완과 협력보다는 전면적 경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도 있다.

2020년 한·중 양국 뉴딜의 접점은 과연 무엇일까? 막강한 시장과 인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분야와 같은 디지털 뉴딜의 경우,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경쟁보다는 상호보완과 협력방식을 통해 상호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미 5G, 고속철도, 전력장비(태양광 포함)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중국이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 디지털 뉴딜의 경우, 미래혁신산업의 전공정과 후공정을 들여다보고 가능한 전공정 부분의 R&D 역량을 최적화시켜야 한다.

한편, 그린뉴딜의 경우는 상호협력의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고 유연하다. 특히, 그린에너지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집중적인 투자와 규제완화의 정책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대기업-중소기업 간 개방형 혁신을 통해 좀 더 빠른 기술 업그레이드 노력과 인력 양성이 더해진다면 양국 간 뉴딜의 접점은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뉴딜정책 시행에 따른 첨단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에 역점을 두어 중국시장에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양국 간 미래첨단산업의 기술수준 및 편차가 존재하는 업종별·기술별 차별화된 대응전략을 구체화하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꿈꾸는 기술표준을 우리가 선점 혹은 공동 마련하여 제3국 및 글로벌시장으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 방문학자와 함께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