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 쏟아지는 금융 법안…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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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장은영 기자
입력 2020-08-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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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사 옥죄기에 소비자 피해 확대 역효과 우려…실효성 의문

[사진=픽사베이]




여당에서 발의되는 금융 법안에 금융권이 떨고 있다.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10%로 내리는 법안을 시작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안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해 금융사뿐 아니라 금융당국마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사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궁극적으로는 금융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8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채무자 권익 보호와 최고금리 연 10% 인하 등 여당발 금융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채권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대부업에만 적용되고 있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여신금융기관, 신용정보회사, 일반 금전대여 채권자 등 모든 금융사로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는 경우, 채권추심업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못하고 대리인을 통해서 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남국‧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앞서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연 10%로 인하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위법한 상품 판매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금융사가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도 나왔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에 대해 금융사가 무조건 수용하도록 하는 금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법안들은 모두 금융소비자의 권익 강화라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금융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먼저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확대되면 금융사가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게 되고, 채무자는 채무 변제를 회피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금융회사는 연체율 증가를 우려해 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하게 될 공산이 크다.

또 금융회사는 연체율이 증가할 것을 감안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이자율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결국 성실하게 채무를 변제하는 대다수의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최고금리 인하는 더 큰 문제다. 최고금리를 연 10%로 낮추게 되면 대부업을 비롯해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은 대출 부문에서 수익을 남길 수 없어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결국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된다.

실제 2018년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되자, 사금융 업체 수는 급증하고 있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 대출 규모는 2017년 7조257억원에서 지난해 4조922억원으로 2년 새 40% 이상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등록 대부업자(불법 사금융업자) 수는 2017년 3284곳에서 2019년 1만474곳으로 3배 넘게 폭증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 민원으로 접수된 불법 사금융업자는 2017년 622명에서 2019년에는 981명으로 증가했다.

정부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제공하고 있는 햇살론17의 금리도 17.9%에 달한다. 이를 감안하면, 최고금리 연 10%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이견이 커 지난해 금소법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바 있다. 이는 민·형사상 책임을 구별하고, 손해배상을 인과 관계가 있는 손해로 한정하는 현행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무조건 수용하도록 하는 법안 역시 금융회사의 소송 청구권을 제한해 헌법이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지만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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