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5년을 마지막으로 공모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사모 시장 문을 지속 두드렸으며 올해만 사모 시장에서 총 3회에 걸쳐 149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삼성중공업이 공모 조달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은 7077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1100억원)를 크게 하회했다. 드릴십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 4540억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따른 공정지연 관련 비용 900억원, 추가 유지보수비용 등 6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일회성’ 명목으로 반영된 탓이다.
그러나 무려 11분기 연속 적자라는 점이 석연치 않다. 비경상 손실을 제외해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드릴십 가치는 유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현 상황을 고려하면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며 “현금 유출이 수반되지 않는 평가손실이라는 점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유상증자(총 3조원 규모)를 단행했다. 2018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1.7%로 2016년(174.4%) 대비 크게 축소되면서 재도약을 노렸다. 이후 적자 규모는 더 크게 늘어났고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59%, 올해 2분기 말에는 211%를 기록했다. 유증을 통한 자본확충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
조선업 전반이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삼성중공업은 경쟁사 대비 유독 부진하다. 과거 저가수주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여타 조선사들이 외화 거래의 60~80%를 헷징하는 반면 삼성중공업은 건조 계약 전량에 대해 선물환 헷징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방식도 이익 규모 차이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대비 보수적으로 이익을 추정하는 신용평가사들도 이번 삼성중공업 대규모 영업손실에 당황하는 눈치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비경상 손실을 제외해도 영업적자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저가 수주 등이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헤비테일 결제 방식에 더해 상선부문 비중이 커지면서 현금흐름이 원활치 않다”며 “차입금 의존도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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