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담긴 이동재-한동훈의 대화… "한 배를 타는 건데"

김태현 기자입력 : 2020-08-11 13:55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인물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과 두달여 동안 모두 320여 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두 사람이 1월 26일경부터 2월 말까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보이스톡, 통화 등 총 172회, 1월 26일부터 3월 22일까지는 모두 327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했다고 특정했다.

특히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와 접촉을 한 전후에 연락이 집중됐다.

11일 공개된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공소장에는 지난 1월 26일부터 3월 22일까지 이 전 기자가 한 연구위원과 통화 15회, 카카오톡 메시지 327회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기간은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서신을 보내거나 대리인 지씨와 직접적으로 접촉을 했던 시기다.

공소장에는 이 전 기자와 이철 전 대표 첫 접촉 상황이 특정돼 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2월 서울고검 검찰 출입 기자실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이철 전 대표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한다. 이는 같은달 14일 서울중앙지법 내 우체국에서 발송됐고 17일 이철 전 대표에게 도달한다.

편지의 내용에는 확실하게 수사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주가조작 등 비리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추가 수사로 형량이 올라가는 등 더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강조돼 있다.

최근 보수정치권을 중심으로 '(여권이)함정을 만들어놓고 이 전 기자가 취재하게 만들었다'는 '권언유착' 프레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증거를 통해 드러나는 실체는 그와 정반대다. 거절의사를 분명히 한 이철 전 대표 쪽을 설득한 것은 물론 먼저 접근한 것도 이동재 전 기자 쪽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특히, 몇 차례 편지 교환과 만남 이후 지씨가 지난 3월 19일 '더 이상 진행이 어렵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이 전 기자에게 보냈지만 이 전 기자 측이 '진전된 부분이 있다'며 다시 만남을 간청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공소장 등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한동훈 검사와 몇 차례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 뒤에 지씨 측에 "검찰에서 누구한테 이걸 줘라 이런 이야기까지 나왔다. 한 번 뵐 수 있을까 싶어서 전화드렸다"고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 고위층과 확실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시켜 줄 수 있다는 취지도 포함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씨와 만난 이 전 기자는 지씨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는 녹음파일을 들려준다.

이동재 : 내가 “네가 앉아 가지고 가만히 수사하면서 당해가지고 탈탈 털리는 것보다 그래도 먼저 자진납세 하면서 하는 이게 너한텐 낫지 않겠냐. 내가 할 수 있는건” (이라고 말했어요)

한동훈: (제보를 하면)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 가지, 기본적으로 보면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이동재 : 막말로 처음에 여기가 얘기한 건. 제가 안 된다고 하긴 했는데. “검찰 쪽을 연결해 줄 수 있냐”는

한동훈 : 연결해줄 수 있지… 제보해, 그 내용을 가지고 범정을 접촉해.


이같은 음성파일을 들려준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 23일 MBC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안 직후, '반박 아이디어'라는 문건을 작성한다. 이 문건에는 지모씨에게 들려준 음성 일부를 한 연구위원과 목소리가 비슷한 후배 백 기자에게 녹음하게 한 뒤 다시 들려주자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배혜림 채널A 법조팀장은 "녹음파일은 없다"는 취지로 한동훈 검사와 통화를 한다. 한 연구위원이 지난 3월 31일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신라젠 사건 관련하여 대화나 발언, 통화를 한 사실 자체가 전혀 없다"고 발뺌할 수 있었던 것도 이날 통화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증거조작'을 기도했던  이 전 기자는 이후 여러차례 발언이 조금씩 바뀌기도 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전 기자는 녹취록 또는 녹음파일에 나오는 대화 상대방에 대해 “한 검사장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앞서 그는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를 받을 땐 ‘3월 13일 녹취록’에 대해 “100% 창작한 것”이라고 했다. ‘3월 22일 녹음파일 및 녹취록’에 대해선 한 검사장이 맞다고 시인했다가, 변호인 선임 이후엔 “제3자의 목소리”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한편 현재까지 검찰은 당사자인 한 연구위원의 협조를 구하지 못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한 연구위원과 공모했다는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한 연구위원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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