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가치 갈등으로 번진 미.중 패권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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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입력 2020-08-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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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이미 신 냉전(New Cold War) 양상을 보이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중국의 꿈(中國夢)이 충돌하는 미·중 갈등이 제도와 이념·가치를 둘러싼 논쟁으로 접어들면서 패권 대결의 종착점인 무력 충돌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 소위 ‘중국 때리기’는 ‘트럼프 식’ 일방주의에 대한 미국 조야의 묵시적 동의하에 점입가경이다. 물러서려하지 않는 중국은 최근 더욱 강화되는 미국의 공세를 트럼프의 재선 전략으로 일축하면서, 시간은 오히려 중국 편이라며 마오쩌둥의 지구전(持久戰)론까지 동원해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양국 갈등은 올 초 1차 무역협상 타결로 갈등 봉합의 기미가 있었지만 미국의 코로나19 대처 실패와 중국 책임론 제기로 다시 증폭되었다. 언론 자유를 둘러싸고 상호 특파원을 제한하고 추방하더니, 상호 유학생 추방까지 거론되고 있다. 상호 총영사관 폐쇄로 갈등하더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 미국 내 중국 정보기술(IT) 전반의 퇴출을 선언했다. 미 재무부는 7일 홍콩보안법에 대한 반발 조치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한 홍콩과 중국 관리 11명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기존의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문제는 민주·자유·인권을 둘러싼 ‘가치’논쟁이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한 미국의 공해(公海) 항행의 자유 작전은 군사적 충돌까지 우려된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들이 국가주권과 국가안보·발전이익이라는 핵심이익(core interest)으로 절대 양보불가라는 입장이다. 

세간의 예상대로 양국의 갈등과 분쟁은 미래 국제질서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투는 패권 전쟁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4년 전 미국 대선 경선과정과 지난 3년여에 걸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에서 보여준 미국의 대중정책은 트럼프의 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이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장기화가 불가피한 갈등 구조를 노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등 미국의 대중 강경파들은 중국기업들이 절취한 기술과 정부보조금 지원 아래 제품을 생산해 환율 조작이나 비관세 장벽 등을 활용하는 불공정 무역을 통해 국제무역 질서를 해치면서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 경제적 수익을 군사력 증강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기존 이익 위협은 물론 궁극적으로 미국의 독존적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에 의해 미국의 권위가 침해되는 상황이 종결되지 않는다면 대중 압박과 공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설은 아니지만 실제로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경제력이 자국의 2/3정도가 됐던 두 나라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도전자 반열에서 좌절시킨 경험이 있다. 1980년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던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로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경기침체에 빠졌다. 또 소련이 군사력은 물론 경제력도 미국의 2/3정도에 도달하자 미국은 소련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책으로 스타워즈 계획(Star Wars Project)을 추진했다. 소련의 몰락이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미국에 대응한 대량의 군비 투입으로 경제에 치명상을 입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진행되는 미국의 중국 주저앉히기도 같은 맥락이다. 무역 불균형 개선은 표면적인 이유이며, 실제로는 미국의 독보적 ‘권위’에 도전하는 중국을 완전히 제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 점에서 미국의 조야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지지는 상승하는 중이다. 물론 관세 전쟁을 통해 중국이 고개를 숙였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이 정면으로 대항하자 미국은 동시다발적인 압박으로 응수했다. 관세전쟁은 시작이었고 미국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향후 기술표준을 주도하려는 중국 첨단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제를 통해 기술 패권 전쟁을 촉발했고, 미국 진출 중국 기업이나 금융 분야에 대한 제재 등도 법제화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중국 제어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하자 결국 미국은 미국적 시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제도’와 ‘가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악랄한 독재 정권이 되었고, 국제경제의 약탈자가 되어 같이 갈수 없는 국가가 되어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괴물이 되었다면서 중국의 사회주의 제도에 대한 불신과 공산당 독재의 불투명성을 ‘민주’에 반하는 제도적 결함으로 지적하였다. 때문에 ‘악랄한 독재국가’인 중국과의 탈 동조화(decoupling)는 필연적이며, '중국공산당 대 자유진영' 구도의 ‘가치동맹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또 시진핑을 공산당 총서기로 호칭함으로써 중국 공산당과 중국·중국인을 분리하는 중국 흔들기 전술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대해 중국 지도부는 고민이 크다. 미국의 첨단과학이나 금융·군사력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정면 대결을 피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의 공세에 강력하게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물러나면 극복할 기회를 버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과학기술로 무장된 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 국가 건설을 지향하면서 차세대 10대 첨단기술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천명했다. 국제적으로는 기존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더해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구축해 중국 방식(中國方案)으로 다자협력 플랫폼으로 미국에 대항하겠다면서 항전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미국의 ‘권위’ 지키기와 중국이 만일 이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한 예측이 가능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관련해 누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것인지 예측불가지만 적어도 양국은 갈등과 대결 과정에서 피아(彼我)를 구분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은 두 국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보다는 우리 국익(national interest)에 대한 공감대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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