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협박하고선 훈육했다 주장… 체벌 빌미됐던 부모징계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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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7-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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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짜리 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며 흉기로 위협한 친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는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도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랐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행위가 훈육과정 중에 일어난 일이라 주장한다.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아동학대 건수는 3만건이 넘고 사망한 아동의 숫자도 43명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중 가해자의 77%는 부모였다.

이에 민법상 징계권이 체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있다. 우리 민법에는 친권자가 양육자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게 하는 부모의 징계권이 규정돼 있다. 이 법 규정은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시킬 수 있고,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해 훈육을 빙자한 아동 학대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비판받아왔다.

해당 규정은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후 60여년간 유지됐다.

이에 정부는 친권자의 징계권 조항을 민법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11차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앞으로 정부는 징계권 폐지 내용과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실제로 부모들은 폭행이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서 징계권을 근거로한 훈육이라며 무죄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동복지법이나 형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하지만, 징계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김재영 부장판사)는 딸이 늦게 들어온다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딸의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A씨를 유죄라고 판단했다.

A씨는 이 행동이 훈육을 위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버지로서 딸의 행동을 고치게 할 필요가 있었더라도,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폭행한 행위가 이런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02년 대법원에서도 아동을 협박하는 것은 부모의 징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바 있다. 

대법원은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가 있고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며 징계권을 인정하면서 “건전한 인격 육성을 위해 필요 범위 안에서 상당 방법으로 행사돼야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자녀에게 야구방망이로 때릴 듯이 ‘죽여 버린다’라고 협박하는 것은 자녀의 인격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정부는 민법상 징계권을 삭제하며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추가로 실행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위해 특별 전담팀(TF)도 운영하고, 학대 전담 공무원이 아동을 부모와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즉각 분리제도'도 도입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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