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도 모르는 그린리모델링…"정책 목표·철학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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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7-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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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속으로 뚝딱 만들어진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사업

  • 2600억원 세금, 개념조차 불투명한 사업에 일단 편성

정부가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사업 중 하나로 제시한 '그린리모델링'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예산심사에서 여당 의원들 입에서조차 "정책 목표와 철학이 실종됐다"거나 "전 정권 사업에서 이름만 바꿨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개념조차 불투명하고, 그린뉴딜의 핵심인 온실가스 저감 또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지수여서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김현미 장관조차 정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예산 통과 이후에 아무런 개선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설명회 포스터.[자료 = 국토부 ]

28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비판에 따라 다음 주 발표할 예정이었던 그린리모델링 사업 추진계획을 수정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지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그린리모델링의) 정확한 정의나 개념이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목표 등을 보도자료에 추가해서 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 시범사업을 하다 중단했는데, 한국판 뉴딜을 하면서 갑자기 중요한 축으로 들어가 예산을 확보하게 돼 기본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사실상 올해 확정된 2636억원의 예산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도 모른 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3차 추가경정예산심의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여야 의원들도 같은 지적을 쏟아낸 바 있었다.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선언적인 총론만 있을 뿐 그린리모델링이 기존 리모델링과 무엇이 다른지, 얼마나, 어떻게, 몇 년간 추진하는지 등의 각론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별다른 기준이 없다 보니 각 지자체별 예산 요청도 중구난방인 상황이다. 건축물의 오래된 창틀 또는 외벽만 교체하겠다는 식이어서 일반적인 노후건축물 개선사업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녹색뉴딜과 문재인 정부에서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정책 목표와 철학에 근거해서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김현미 장관도 "지적하신 것처럼 '그린리모델링이 무엇이냐' 질문하실 수 있다고 본다"며 "왜냐면 저희도 아직 부처 차원에서 한번도 무엇이라고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그래서 7월 말쯤에 사업 방향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사업에 이름만 바꾸면 안 된다는 지적에는 "설마 그렇게 하겠느냐"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실무부서에 전달되지 않았다. 수정하기 전 그린리모델링 사업 추진계획은 사업 대상지 1000여곳이 어디인지 위주로 수립되는 데 그쳤다.

우려한 대로 낡은 건물을 고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15년 이상의 노후건축물 550만동을 어떻게 할지에 관한 장기적인 계획도 빠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이대로면 그린리모델링도 이명박 정부 때 하던 것(녹색뉴딜)처럼 몇 년 찔끔하다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개념도 없는 사업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그린뉴딜로 추진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낡은 건물을 단순히 고치는 차원이 아니고 어떤 자재나 소재를 활용해야 하는지 국가적으로 어떤 신산업을 육성해서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 건축물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평균적인 에너지소비량을 30% 절감하고 공기질을 75% 개선하는 게 이번 정부의 목표"라며 "관련 민간업계가 형성될 수 있는 마중물 사업 개념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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