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시켜준다며 성추행…대법 “업무상 위력행사 범죄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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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7-2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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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주가 일자리를 주겠다며 아르바이트 지원자를 성추행했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대상에는 채용 절차에서 영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의 지위, B군의 연령, A씨와 B군의 관계, 범행 당시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A씨가 위력을 행사해 B군을 추행한 것이 맞다”고 판시했다.

편의점주인 남성 A씨는 지난 2월 아르바이트생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10대 B군을 집으로 불러 채용을 미끼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2월 B군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인적사항을 보냈다. A씨는 호프집으로 불러 면접을 진행했고 둘은 술을 마신 뒤 헤어졌다.

이후 A씨는 B군을 자신의 집으로 부르면서 “만약 오지 않는다면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B군을 억지로 자기 집으로 불러들인 A씨는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겠다'면서 강제로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B군은 A씨의 요구를 거부하고 집 밖으로 나가 버렸고 채용 약속 역시 없던 것이 됐다. 당시 B군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아르바이트 자리가 꼭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신체접촉을 시도했지만 채용을 미끼로 내세운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채용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연락을 했다고 해서 위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A씨의 항변이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아니라 일반적인 '강제추행죄'를 적용했다면 유죄가 나올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추행 당시 A씨와 B군 간에 근로계약 등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면서 “A씨와 B군 사이에 아르바이트 채용과 관련된 대화도 많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업무상 위력'이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범죄의 성립에 대해서는 법률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2심은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비록 채용이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채용 직전 단계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업무상 위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채용 권한을 가지는 지위를 이용해서 B군의 자유의사를 제압해 추행했고, 추행의 정도도 상당히 무겁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림으로서 앞으로는 비록 채용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해도 채용이 임박했거나 채용을 빌미로 삼았다면 '업무상 위력'이 인정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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